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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창작 글귀 ) 먹고 또 먹고 사는 건 먹는 것

베오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8.23 00:48:46
조회 989 추천 19 댓글 9

그러니까 더 먹지 말고 좀 있다 먹는게 괜찮지 않을까 잠깐 멍하게 있었다.

배에는 이미 뭔가 가득찼고, 더 안 먹고 싶었지만 지금 안 먹으면 먹이를 얻을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머뭇거리게 된 것이다. 물론 몸은 계속 먹고 있긴 한데, 어쩐지 이상했다.

먹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사정은 이랬다.

주의깊게 주변을 살피지 않는 덜렁거리는 마법사가 거대한 민달팽이한테 한 대 얻어맞고 지금 갈갈이 찢겨 통째로 먹히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지니고 있던 부적들이 민달팽이한테 어떤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민달팽이의 지능이 자연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을만큼 자라버린 것인지, 민달팽이는 지금 열심히 머리를 돌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냥 자극을 주면 지극히 단순한 반응만 했던, 오직 먹기만 하던 민달팽이는 없다. 사실 부적을 먹기만 해도 지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전에 알려진 적이 없는 놀라운 사실로, 이 마법사가 만약 이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면 굳이 던전에서 그의 명성을 쌓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는 지금 녹아 없어지는 중이다.


민달팽이는 영문도 모른 채 생각이란 걸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민달팽이는 말을 배웠다. 던전을 굼질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면 오크와 고블린들의 대화로 시끌시끌해지곤 한다. 전에 없던 탁월한 재능을 가지게 된 이 민달팽이는 그 모든 대화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가스트로녹이라 칭하게 된 이 민달팽이는 여전히 무엇이든 먹어치는 괴물이었으며 끝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계획을 세우고 사냥하기 시작했다. 여러 경험을 통해 그는 닥치는 대로 지식과 지혜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는 배우고 익히는 행위를 그렇게 표현했다.


가스트로녹은 다양한 마법사들을 만나고 그들을 살해하고 먹어치웠다. 그럴 때마다, 가스트로녹의 몸에는 굉장한 양의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민달팽이가 되었다. 한번은 정말 대단한 마법사와 겨룬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법사는 패배했고, 가스트로녹은 맛있게 마법사를 먹어치웠다. 마법사의 모자에는 강력한 마력이 흐르고 있었고, 가스트로녹은 최초로 먹어치우지 않고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가스트로녹은 더 이상 던전 하층부의 작은 먹이들로 만족할 수 없었고, 더 강력하고 맛있는 거대한 먹이를 찾기 위해 더럽고 축축한, 어두운 던전의 하층부에서 벗어나 밝고 깨끗한, 수많은 맛있는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짐승굴로 그 커다란 몸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스트로녹의 인생은 먹는 것으로부터 바뀌었다. 가스트로녹에게 있어 사는 것은 먹는 것이다. 먹고 또 먹는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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