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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죽문학] 단편 - 신의 몰락앱에서 작성

쩨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8.23 02:13:19
조회 1581 추천 17 댓글 6

죠베는, 수많은 카드더미 위에 누워 있다.


한심하군. 그, 혹은 그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카드를 뽑아 그 능력으로 여러가지 혜택을 받는다, 그의 능력은 참신했으며 또한 재미로 끝나지 않고 확실한 이득까지 보장해 주었다.


'손해 없는 도박'.


그것이 당시의 스스로가 생각하던 자신의 장점이었다.


한 때는 온 세계의 운을 쥐락펴락하던 그였건만, 지금은 어느 벽보 한 구석에 실린, 너댓 푼이나 주여 주면 뭐든 입에 발린 소리를 청산유수처럼 뱉어낼 점쟁이보다 못한 것이었다.


그를 믿던 수많은 도박사들, 발동술사들, 그리고 가끔씩일지라도 행운을 바랄때 수백번이나 그의 이름을 되뇌이던 여러 군인, 학생, 어느 양갓집 규수, 가난한 아가씨, 어느 나라의 왕, 노예들은 떠난지 오래였다.


참으로 가난하고, 별 볼일 없구나.


'손해뿐인 도박'.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거대했던 과거의 자신은, 이미 지금의 자기자신과는 다른 존재가 된지 오래였다.


계속해서 누워있던 그는, 슬퍼 보이는, 하지만 어찌 보면 기뻐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


신은 머릿 속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를 믿는 자들아, 나는 너희의 신, 네멜렉스 조베 이다.


하지만 아무도, 신에게 기도로써 응답하지 않았다.


잠시 신은 침묵했다.


한때는 너희에게 나의 권능을 나누어 주었으나, 이제는 아무도 내 곁에 없구나.


나는, 헛된 신이었느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잘못된 신인 것이냐?


신의 머릿 속은 그의 목소리만이 가득했다.


신은, 씁쓸했다.


나의 힘, 그리고 나의 형제들의 힘은 모두, 너희가 얼마나 우리를 숭배하는지에 따라 강해지고 약해진다.


한때 세계의 운을 다스렸던 나는, 지금은 그저 카드더미나 던져 주는 나약한 신이 되었구나.


살아라, 나의 신도였던 자들아. 살아서 그들을 찬미하고, 영광속에서 빛나게 하거라.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난 자는... 그에 걸맞는 최후를 찾아가야 겠지.


조베는,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 부분으로 손을 뻗었다가, 다시 머리 위로, 그랬다가 발가락으로 무릎쪽의 카드를 집으려 했다.


왼쪽, 왼쪽에서 그를 부르는 느낌이 났다. 손끝이 찌르르 하고 떨렸다.


어쩌지? 왼쪽을 선택할까? 사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쪽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조베는, 많은 생각을 하다가 한가지 결론에 도착했다.


도박은 마음 가는대로.


조베는 뒤로 돌아 이빨로 카드 한 장을 끄집어내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확인할 수 없게 뒷면으로 돌리고, 그 카드를 서서히 빛나게 하여 자기의 몸에 스며들게 했다.


신도들은, 신도였던 자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조베는 자신의 공간이던, 만신전에서 사라졌다.


자신의 힘을 다시 되찾아줄, 소중했던 추종자들을 그 곳에 둔 채로.


홀로, 진정한 도박으로, 그의 낡고 휘황찬란한 로브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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