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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에 반하다>, 김순정에 대한 헌사

ㅈㅁ(112.169) 2015.06.21 15:46:20
조회 2231 추천 32 댓글 44
														

우선 '나름의' 총정리에 찍힌 방점을 다들 확인해줘.
16회를 다 아우르는 그런 거창한 걸 기대하면 안돼!
이 글은 사실상 우리 드라마의 핵은 김순정인데,
이게 '순정'과 합일된 개념이다보니까
내가 순정이에게 늘 반쪽짜리 의미부여만
한 것 같아서 쓰는 일종의 헌사 겸 정리글이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썼던 리뷰들이
뭔가 의도치 않게 길어지고ㅋ 심각해지면서ㅋ
어.. 이...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걸 멈출 수 없었던 건 순정반이라서, 이 드라마라서였거든.
알다시피 이런 드라마를 만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잖아.
일년에 수없이 많은 드라마가 방영되는데도 왜.....

우리 드라마도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은 있어, 있는데
그걸 일일이 지적하지 않았던 건,
드라마 전개 상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용인되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지금부터 얘기할 맥락과 주제의식 때문이었지.
이게 어디까지나 내 주관성에 기반한 해석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설레게 해서 좋았거든.
해서, 이걸 마지막으로 공유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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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드라마 주인공들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희미해.
민호 어머니는 충격적으로 생을 마감하셨고..
준희랑 동욱이는 아예 어머니가 사라진 캐릭터잖아.
보통 인물들 설정 때 어머니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정반은 아버지가 그 기원에 자리하고 있지.
심지어 순정이마저도 말이야.

태초의 아버지들은 원래 아이들에게 가혹해.
이게 부성의 역할이랄까. 그는 성장의 원류로 기능하지.
특히 민호에게 아버진 그야말로 비운의 존재잖아.
그는 민호 인생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었음에도
시절의 시련으로 어긋나고 끊어져버린 부성이야.
나중에 민호가 성장하며 그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동욱父와의 유사부자관계로 회복된 부성덕분이었거든.

즉, 아버지와의 연결은 성장의 뿌리란거지.
그의 세대가 물려주는 가치유산을 계승해야하니까.

당연히 이런 그와의 불통은 성장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해.
민호가 9살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였던 것도 이 때문이지.
준희도 마찬가지야. 아버지가 초라한 자기 현실의 거울이라,
부성과 끝내 제대로 교통하지 못 하고 그를 잃잖아.
그것도 자신이 저지른 악행의 대리인으로..

오직 동욱이 아버지만이 이상적 부성애를 발휘해.
그에게 이어받은 가치를 동욱이가 나누고 떠나잖아.
공과 과의 경계에 놓인 순정인 동욱이와의 사랑으로,
무거운 가슴을 미워했던 민호는 동욱이의 심장으로
치유되고, 이는 두 아이의 성장과 발전의 기반이 돼.
동욱父는 뿌리가 흔들린 아이들에게는 새 뿌리가 되어주고,
그들이 거기에 접지해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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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역할이 뿌리라면, 여성은 태양이야.
이들은 결핍된 모성, 그 여성성을 향한 욕망을
오직 김순정을 공전하며 해소하거든. 저 불완전성은
그녀와의 공존을 꿈꾸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거지.
공존에 성공한 남자는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졌고,
공존에 실패한 남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고.
이제 막 공전하는 남자는 새로운 꿈을 찾았어.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김순정이 남성들의
단순한 로망을 실현시키는 여성은 아니라는 점이야.
그 왜 하늘하늘, 순수와 지고지순의 대명사있잖아.
그녀의 여성성 안엔 더 크고 강렬한 의의가 숨어있어.
이게 다들 그녀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기도 하지.
김순정은 남성중심의 이 살벌한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아버지(남성)의 과를 초월하고 극복한 인물'이라는거야.

아버지세대의 유산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거든.
거기서 공과 과를 가려내는게 바로 순정의 진가니까.
이 시대의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경쟁을 통한 생존,
약육강식, 탐욕, 배금의식, 가치전도, 몰인간성의 흐름을 타.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들이 바로 이성중심, 합리주의,
논리와 계산을 앞세운 감정배제 등의 남성윤리란 말이야.
(여기서 성은 젠더고, 보편적인 학문의 관습을 따름.)

순정이 아버지는 여기에 굴복했어.
강회장도, 이사들도, 예전의 민호도, 준희도, 한본도.
지금도 그 어딘가에서 그 누군가도 그렇겠지.
자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게 뭔지도 모른 채,
머리의 노예로 살면서 더더더 가지려고 애쓰는 동안에도
왜 가져도 가져도 충족되지 않는 지, 이 허전함이 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어 또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거야.

그러니 불신과 불안을 안고 살 수밖에 없어.
저 배신의 매커니즘을 본인은 너무나 잘 알잖아.
누가 날 또 밀어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동안
사람이 더이상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거지.
그는 내 성공의 도구고, 내 생존의 수단일 뿐이야.
병들지 않아도, 이 삶은 이미 지옥일 수밖에.
그 누구를 믿지도, 사랑할 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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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인 이 덫에 걸려들지 않았어.

그녀는 기존구조가 만들어낸 규칙을 따르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거지.

일명 여성의 윤리학이라고 부르는 것들 말이야.
순정인 따뜻한 배려나 공감, 타인에 대한 책임과 이해,
인간관계, 연민, 자기희생, 포용, 감정, 소통 등을
섭렵해 자기 '심장'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고 있어.

이런 이분법 좀 낡고 뻔한 거 아닌가 그리 생각했는데
매드/맥스 흥하는 걸 보니 아직 유효한 것 같더라고. 
(이 영화 적극 추천함. 꼭 봐라 특히 여갤러들.)
하긴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렬한 대비잖아. 남과 여.
여성이 희망이 되는 건 일종의 대안을 뜻해.
근데 이게 진짜 대안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기존의 구조를 탈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그 속에 뛰어들어 재구조화까지 가야하거든.
지금 순정이가 이걸 하는 거야.

강민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기존구조잖아.
민호가 가진 타이틀과 하는 일(M&A), 그의 사고관은
이 자본주의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것들의 총체니까.
이걸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는 '사랑'이야.
남성성에서 여성성으로의 단순한 대체가 아닌
남성의 과를 뛰어넘고 더 나은, 새로운 차원으로 가기 위해선
여성과 남성이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는 거지.
민호는 이 통합의 총아가 되는거야.

전 세대의 좋은 가치들을 물려받을 수 없었던 그가,
그 가치를 품고 있던 순정이와의 사랑으로 인해
다시금 심장이 뛰는 꿈을 향해 나아가잖아.
기존의 죽은 삶을 던져버린 그는 자기가 지나 온,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는 구세대의 악습에 맞서.
강회장에서 골드사와 준희로 이어지는 것들 말이야.
이때의 민호는 더 이상 양자택일을 하지 않지.
그는 오직 '사랑'만 얘기해. 이 안에 김순정이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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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드라마의 정의는
드덕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순정반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건, 역시 드라마는
'사람'이 쓰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본다는 거야.
이 '사람'을 놓치지 않는게 핵이라는 걸 아는 순정반이라 좋았어.

내가 살아가는 이 땅 위에서 곱씹어볼 수 있는 인간됨과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사랑함에 감동하는 우리라서
그리고 이걸 나눌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 여기라서
정말이지 행복했던 것 같아.

종영한 드갤에서 못 다 쓴 전반부 리뷰를 하겠다고
일상에 지장을 줘가며 랜선단관을 한 것도 처음이고,
이토록 긴 글을 디시에 올리는 것도 처음이고,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재밌는 드라마도 처음이지만,
무엇보다 순반갤처럼 사람좋은 드갤도 처음이었어.

작가욕, 감독욕, 배우욕은 기본에 
캐릭싸움과 감정선 불친절, 러브라인 커플빠까지 합세하는
저 난리통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어느 드갤을 가도
이런 지랄쿵짝들을 안하면 오히려 허전하고 이상한;
그런 닳고닳은 드덕인데 나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본거지.

 

게다가 이 드라마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인드를 봐.
이건 비지니스가 아니잖아; 감동님의 종영 후유증,

주연배우들의 들마에 대한 진한 애착,
서로서로 이 드라마처럼 예뻐하고,
그 맘으로 순정반 아끼고 그리워하는게 느껴지니까.

딥디 때문에 핵빡쳐서 존나 진지하게 순정반에 대한
나의 애정을 원천재검토하고 냉정을 되찾으려고
굳게 맘 먹었던 적이 있었었었는데ㅋ저 사람들때문에..
나 미션 실패했잖아; 종영했어도 현재진행형인 이 사랑들.
꼬신 사람 또 꼬시는 이 매력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재밌게 잘 봐줘서 고마워. 모두들 순주말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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