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변신을 선언하고 스윙 아크를 크게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는 서동욱은 특히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힘을 쓰려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들어가 간결한 스윙이 무뎌진 탓이다. 서동욱의 생각을 들은 김 감독은 “나도 (프로에서만)25년 이상 타격을 지켜봤지만 누구도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게 아니다. 세계적인 홈런왕도 안타 4개 당 홈런 한 개꼴이다. 안타를 쳐야 2루타도 홈런도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짧고 굵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였지만 서동욱은 김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명예감독인 노무라 가츠야는 “현역 시절 대기 타석에서 ‘홈런을 쳐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홈런은 쉽게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냉정을 유지해야만 한다. 막상 타석에 들어가면 ‘투수 라인드라이브’라고 되뇌이며 평정심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노무라 감독의 일화를 설명하며 “짧고 가볍게,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린다는 기분으로 스윙을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세상 어떤 타자도 도끼로 장작을 패듯 스윙할 수는 없다. 톱(일반적으로 왼쪽 귀 옆, 좌타자 기준)에서 히팅 포인트로 배트가 내려가면, 임팩트 포인트 이후부터는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근육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인드라이브를 치려면 공과 배트가 수평으로 만나야 하는데, 맞는 위치와 타이밍에 따라 땅볼이 나올수도 플라이를 칠 수도 있는게 타격이다.

김 감독은 “기술적으로 힙턴이 어떻고, 손목이 어떻고를 얘기할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만 얘기를 해줘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배팅 케이지에 들어간 서동욱의 타구가 수비 훈련 중인 내야수들의 머리위를 스치듯 지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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