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2017년 KIA 타순의 답은 이미 나와있는 걸까.

KIA가 타선을 꽉 채운 채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올시즌 선발 라인업의 윤곽까지도 이미 보이는 분위기다. 새로운 4번 타자 최형우와 이범호, 나지완이 중심타선을 이룰 것은 당연해보이는 예상이다. 새로운 테이블세터의 2번 자리를 안치홍과 김주찬이 다투고, 서동욱과 김주형 가운데 누가 선발로 나설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인 듯 보였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김기태 KIA 감독은 훨씬 큰 틀에서 폭넓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은 8일 “올시즌에는 선발라인업을 최대한 고정한 채 치르겠다”며 “상위 타순부터 공격적으로 갈 지, 작전 위주로 갈 지를 놓고 2번과 6·7번을 깊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경쟁구역인 ‘자리’는 모두의 예상과 같지만 이를 채우기 위한 ‘방향’에 있어서는 극과 극의 가능성들이 고려되고 있다.

핵심은 타순의 시작이 될 2번 자리다. 그동안 고정된 테이블세터가 없었던 KIA는 버나디나를 톱타자로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2번 후보로 보였던 김주찬은 실질적으로 3번 타자로 향하는 분위기다. KIA 코칭스태프는 김주찬-최형우-이범호를 중심타선으로 구상하고 있다. 결국 나지완이 어디에 배치될지 여부가 KIA 라인업 완성의 열쇠다.

나지완은 장거리형 타자다. 외형적으로도 상위타순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출루율 4할5푼8리로 KBO리그 타자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타율 3할8리에 볼넷(85개·3위)도 많아 KIA 타자 가운데서는 가장 출루 능력이 좋았다. 사실 타순은 1회가 지나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상위타선부터 공격력 좋은 타자를 배치해 공격 위주 라인업을 추구한다면, 2회 이후로는 주루 능력 좋은 김선빈 등 하위타자들이 사실상 상위타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상위타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출루율 좋은 나지완이 2번에 배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2번으로 유력해보이던 안치홍은 6번이나 7번으로 내려가 서동욱 혹은 김주형과 함께 중심타선 뒤를 받치게 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신종길이다. 신종길은 주루와 작전수행능력을 갖춘 타자다. 지금까지 KIA 선발 라인업을 예상할 때 제외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크호스’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야수 가운데 가장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평가받고 있는 신종길은 올해 확실한 주전들이 집합해있는 ‘고참조’에 포함돼있다. KIA 코칭스태프가 신종길을 이 조에 포함시킨 것 역시 단순히 30대 중반 고참이라서가 아니라 실제 주전 가능성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석대로 작전력과 기동력에 좀 더 무게를 둔다면 신종길이 2번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외야수인 신종길이 선발 라인업에 나서면 나지완과 김주형·서동욱 등과 자리를 바꿔야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정해진 틀은 김주찬-최형우-이범호가 채울 중심타선 정도다. 그 중에서도 확실한 것은 4번 최형우뿐이다. 그 외에는 KIA가 추구하는 타선의 색깔에 따라 외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짜여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젊은 선수들을 실험하며 빈 자리를 메워야 했던 KIA는 이번에는 ‘옵션’이 많아져 행복한 고민을 더 깊이 하게 됐다. KIA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출발점으로 시범경기까지 치르면서 여러 실험을 통해 답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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