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호 마음 개인적 해석>이란 글 썼었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사람이야. 아래는 글의 전문.

지호는 사랑이 처음인데 몇년을 만난, 같이 산, 아이까지 생겼던 세희의 전여친 고정민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역사를 짐작하며 이에 비하면 자신의 마음은 보잘 것 없이 느껴짐. 이와는 별개로 그 하찮은 마음은 마음대로 안되서 자꾸만 깊어지는 게 괴로움. 세희의 마음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했는데 고정민을 만나 흔들리는 것 같고 그가 인생에 사랑은 한 번이면 족하다며 계약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그녀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음. 7년을 사귄 호랑이 커플도 결혼 문제로 헤어지는 와중에 얼마 되지 않은, 그래서 사랑이라 확신할 수도 없는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세희 아버지의 통장을 받고, 아이는 어떡할거냐는 물음에 덜컥 겁이 나버린거지. 좋아하지 않았다면 깔끔했을 계약에 감정이 뒤섞이며 잉크가 번지듯 혼란스럽고. 좋아하고, 더 좋아해서 사랑하고, 행복하고 그리고 더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 결혼이라 믿는 투명한 지호는 결국 계약을 종료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캐릭터를 붕괴시키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얻으려고 했었다면 지호가 죽도록 힘들었다는 장면을 보여줬어야 해. 

펑펑 울고, '내 마음은 진짠데 이 남자는 뭐 하자는 건지...' 억울해 했어야해.

찜질방에서 계란 쳐 먹는 장면에선 내 목이 다 막혔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노가리 깔 땐 내가 지호를 못 알아 먹겠더라.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내 생각을 해서 주먹을 날렸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하고 고양이 이름을 우리로 하기로 했다는 걸 알았어야 하고 고백하려 했다는 걸 알았어야 해.

고정민이든 양호랑이든 우수지든 엄마든간에 니가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라고 지호에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어야 해.

그래서 이 남자 마음 몰라도, 내 마음이 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만큼 강하니까 상처 받을 각오하고 용기를 내는 장면이었어야 해.

상처받은 남세희 앞에서도 당당한 철면피 캐릭터가 아니었어야 해.

작가가 본인 드라마를 고의로 망쳤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시간이 너무너무 부족했었다고 밖에 볼 수 없겠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