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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인터뷰

양양(218.148) 2011.02.10 09:01:05
조회 3834 추천 29 댓글 17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_ 릴레이 인터뷰 여덟 번째
공유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윤은혜
EUNHYE
YOON
연기를 위한 공감, 교감, 몰입

걸그룹의 막내였던 소녀가 한 편의 드라마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은찬이로 살았던 시간들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영화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 촬영 중 만난 그에게서 여전히 은찬이 향기가 묻어난다.
하지만 털털한 듯 여리고, 씩씩한 듯 여성스러운, 그러면서도 또래답지 않은 눈빛에서
확실히 뭔가 변화가 느껴진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성숙하게 만들었을까?

일 욕심

너무 어린 나이인 16세에 데뷔했으니까 그때는 사람 대하는 법을 통 몰랐다. 내가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무작정 혼이 났으니까 늘 긴장 상태였다. 그러면서 내가 책임져야 되는 것들은 하나둘씩 늘어난다는 사실이 힘에 부쳤는데, 그렇게 나이를 먹는 동안 까다로워진 부분이 꽤 있다. 간혹 사람들이 “완벽주의자예요?”라고 물어오면 ‘내가 완벽주의자인가? 다른 사람은 이런 욕심이 없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아예 뭘 몰라 없었던 욕심이었고, 겨우 내 일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긴 욕심이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감독님이나 상대역 공유씨도 나와 같은 성향이었다. 그래서 바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아무래도 밝고 귀엽고, 그냥 애 같았기 때문에 까탈스러운 면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오해하는 분들이 계셨다. 처음엔 그런 반응들이 충격이었다
왜 나에 대해서 오해를 했지? 일에 있어서는 누구나 다 까탈스럽고, 누구나 다 예민한 게 아닌가?’ 하고. 실은 나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나를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오랜 시간 나를 지켜본 후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천만다행이다.

부모님의 유산

나는 어머니 아버지를 반반씩 닮았다. 누구에게든 마찬가지겠지만 부모님의 영향이라는 게 참 크다. 벌써부터 걱정되는 게 하나 있는데 내가 연예인이니까 나중에 아이와 지하철을 같이 타줄 수 없다든지, 일상적인 것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부모님에게서 배우고 자란 대로 내 아이에게도 다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될 것 같아 아쉽다. 나처럼 자라야 검소한 면도 있고 베풀 줄도 알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어머니는 베푸는 걸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다. 반대로 아버지는 근검절약의 표본이시고. 나는 두 분이 적절히 잘 섞인 거다. 아빠의 영향만 받았으면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거고, 엄마만 닮았으면 너무 헤프다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숨은 재능

철든 후엔 엄마 앞에서 운 기억이 없다. 내가 하고 싶다고, 내가 우겨서 시작한 일이라서 걱정하실까 봐 울지도 못했다. 그저 내가 잘돼서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는데 학원 한번 보내주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상을 타오니까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그림을 가르쳐야 하나 하는 부담이 있으셨을 거다. 정작 나는 우리 집 상황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미술은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MBC <궁> 때는 김혜자 선생님 초상화를 그렸고 <커피프린스 1호점> 때는 만화를 그려 주목을 받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재능의 일부를 쓸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들께 감사할 뿐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쪽은 추상이고 디자인에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화보라든지 MD 상품 같은 작업엔 적극 관여하고 챙긴다.

베이비복스

‘베이비복스’ 시절, 힘겹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30일 밤을 새운 적도 있다면 믿을지 모르겠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막내인 내 단속을 언니들이 맡았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듯 기가 센 언니들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나쁜 길로 가지 않게끔 하려는 언니들의 당연한 배려였다. 그런데 당시 내 딴에는 그게 많이 섭섭했다. 나 혼자 미성년였으니 안 되는 게 너무나 많았고, 언니들과 술 한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도 가질 수 없었다. 지금 와 돌아보니 언니들 덕에 내가 바르게 클 수 있었던 것 같아 오히려 고맙다. 처음 그룹에 들어갈 때 섹시 콘셉트라는 것을 몰랐다. 귀여운 쪽인 줄만 알았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섹시한 춤을 추라니. 언니들보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섹시한 옷이 안 어울리는 게 속상해서 불편했다. 나는 그때 내 나이가 어리다는 생각을 안 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이 때문에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궁>의 채경

<궁>에 출연할 당시에는 내 코가 석 자라서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만약 연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할 엄두조차 못 냈을 거다. <궁>에 캐스팅될 때도 채경 역할이라는 것을 몰랐고,<궁>이라는 만화책이 있는지는 아예 몰랐다. 그냥 첫 미팅 때 황인뢰 감독님께서 나에 대해서 물어보시기에 “남동생이 한 명 있고요, 부모님은…” 하면서 대답을 잘했다. 그런데 나중에 집에 와서 원작 만화를 보고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내가 말한 내용이 바로 채경이 그 자체였으니까. 마치 채경 역을 너무 맡고 싶어 난리를 피운 꼴이지 뭔가. 그런데 감독님이 화장을 지워 보라 하면 즉시 세수하고 나오고, 묻는 말씀에 솔직하게 말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당시 상대역 주지훈씨도 나도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던 때라 친해지지도 못한 채 7개월 동안 “아 그러셨어요.” “식사하셨어요?” 그 정도 대화가 오간 게 전부였다. 연기를 하면서 뭘 느꼈다는 소감을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내가 뭘 몰랐던 터라 사실 <궁>의 채경이를 사랑해 주시는 부분에 대한 창피함과 죄송함이 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앞뒤 장면 연결도 몰랐고 바스트가 뭔지도 몰랐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나.

은찬 VS 강혜나

<커피프린스 1호점>이 끝난 후 내가 어떤 역할을 맡든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워낙 은찬이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러웠고, 꾸밈없는 애였기 때문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분명 안 어울린다는 소리가 나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르게 가자, 이번엔 여성스러운 면을 보여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KBS <아가씨를 부탁해>의강혜나는 어찌 보면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많은 아이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지켜봐 주지 않고 반감을 표하셨다. 게다가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에 너무 몰입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나도 부족했고, 여러 가지 요인이 부조화를 이뤄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작품이 됐던 것 같다. 17%라는 시청률이 그리 지탄받을 수치는 아니건만 그때는 왜 그렇게 ‘부진’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시던지. 다만 뭘 하든 열심히만 하면 남는 게 있다. 그때도 패션으로는 이슈가 됐으니까. 윤은혜, 여자 옷이 안 어울린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안 계셨다

연기자로서의 고민들

KBS <포도밭 그 사나이>의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끌림 같은 게 있었다. 어릴 때 시골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대본을 읽는 순간 막 상상이 되는 거다. 만약 여기서 힐을 신었다면 울퉁불퉁한 길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너무 재밌겠다, 이런 식으로. <궁> 때와는 달리 뭔가 내가 막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끝나고 <궁>과 똑같은 연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는 분명히 <궁>과는 다른 연기를 했고, 조금 더 내 생각이 담긴 연기를 했다 싶었다. ‘그럼, 내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바뀌어야 되나? 말투며 표정이며 모든 게 바뀌어야 날 인정해 주시는 건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럴 즈음 <커피프린스 1호점> 대본을 보게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투, 행동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상황과 딱 맞는 작품이 나타났다. 서둘러 이윤정 감독님을 만나러 갔는데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났다. 예전에 MBC <케세라세라>라는 작품에 캐스팅됐다가 타의에 의해 부득이하게 하차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 이윤정 감독님께서 <케세라세라>의 김윤철 감독님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다고 하시니 마냥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만나서 15분 동안 계속 울었다. 감독님하고 작품 얘기는 안 하고 실컷 다른 얘기만 하다 헤어졌다. 그 후 나는 은찬이가 됐다.

터닝 포인트

<궁>에서는 강남길, 임예진 선생님이 부모님 역이었고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는 김창완, 이미영 선생님이 부모님이었는데 그때는 마치 암흑기처럼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어려운 연기자 선배님이셨을 뿐 엄마 아빠라는 생각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커피프린스 1호점>부터 모든 게 바뀌었다. 어머니인 박원숙 선생님과 연기를 해보니 비로소 지난 작품을 함께한 선배님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연기를 이렇게 해라 하고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지만 그냥 실제 엄마처럼 대해 주시니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 아,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엄마는 정말 엄마처럼 대해야 진짜 모녀 사이 같아 보이고, 남자 배우에게 마음을 안 주고서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는 오히려 공감과 교감과 몰입이 안 이루어지면 연기하기가 어렵다.

동갑내기 친구들

서인영과는 동갑이지만 각자 걸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오히려 걷는 길이 달라진 다음 스타일리스트가 같아서 가까워진 경우인데 인영이와 나는 성격이 판이하다. 인영이가 활동적이라면 나는 집에만 있고 챙겨 주고 밥해 주고 그런 스타일이다. 순수한 친구고 나름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난 후 한층 성숙해졌더라. 동갑내기로는 이번 영화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에 함께 출연한 박한별도 있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 되게 신기하다. 지금껏 청순가련한 역할만 해온 게,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처럼 너무 불편했다고. 새침데기 같고 세상물정이라곤 모를 것 같은 청순한 얼굴인데 실제로는 너무 쿨하다. 남자처럼 씩씩하고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고, 댓글 보고 상처도 안 받고, 나와는 정말 다른 친구다.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는 20대의 소소한 일상을 발랄하면서도 솔직하게 보여주는데 나는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다. 그래서 그냥 윤은혜 같은 연기를 했다. 뭐 하나 꾸밈없이. ‘여기서 웃겨 볼까? 재미있게 해볼까?’가 아니라 그냥 빠져서 그야말로 일상적인 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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