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올려도 되나? 안되면 얘기해줘 지울게!



요즘에 육룡이 보고 치인 뉴비인데.. 방지랑 무휼, 무사즈에 치여버렸음ㅠㅠ (방지 인생 왜 그러니 정말..)

언젠가 북방에 살던 방지가 술에 취해 혼잣말처럼 무휼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적었다고 생각하고 봐줘.



.
.
.
.




안녕, 무휼.

네가 이 서찰을 읽게 될까.
네가 봐줬으면 좋겠으면서도, 절대 네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이것은 네게 보내는 서찰이며, 또 나의 덧없는 혼잣말이기도 하니까.

무휼, 어쩌다 우리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었을까.
그저 세상을 잘못 타고 난 것을 이유로 하자.
그땐 어쩔 수 없지 않았는가, 우리 둘 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였다.
세상이 이상했을 뿐이다.

나를 빼돌릴 방책으로 연희를 이용하라 일러준 것이 너라고 했었다.
묻고 싶었겠지. 너를 원망하진 않느냐고.
네 주군을 원망한 적은 있으나 너를 원망한 적은 없다.
내가 너였더라도, 나 또한 나의 주군을 위해 그리했을 테니까.
이젠 그저 내가 너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가지 않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나는 모두를 잃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싶어 칼을 들었으나, 지키고 싶었던 사람 그 누구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너는, 지켜냈다.
너는 항상 누군가를 지킬 때 강했다.
아마 지금도 그럴테지.
검술은 내가 너보단 나았음이 분명하다.
허나 나는 너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너와 칼을 부딪힐 때마다 그 칼은 나를 찔렀다.
너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없지 않았으나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너까지 베어버린다면 나는 평생 나를 증오하며 살테니까.
나를 위해서였다.
처음으로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너는 참 바보같았다.
그 바보같음이 좋았다.
너는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웃었고, 너는 몰랐겠으나 너의 그 웃음이 나를 위로했다.
분이와 연희에게도 잘 짓지 못하던 웃음을 너는 너무나 쉽게 끌어냈다.
내가 웃는 법을 잊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아니, 어쩌면 잊은 지 한참인 웃는 법을 다시 찾은 것은 네 덕분일 것이다.

그런 네가 더이상 그렇게 웃지 않던 그 때.
웃을 수 없었던 그 때.
세상을 원망했다.
내 모든 것을 빼앗은 것으로도 모자라 네게서까지 순진한 웃음을 빼앗아 간 세상을.

가끔 상상하곤 했다.
만일 우리의 주군이 서로 갈라서지 않았더라면.
만일 우리가 그 때보단 조금 더 괜찮은 시대에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니, 어쩌면 너와 나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이 시대를 살아 잠시나마 너와 마주보며 웃을 수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무휼, 지켜라.
지켜내라.
나는 그리하지 못했지만, 너는 반드시 너의 사람들을 지켜라.
그게 너를 지키는 일이다.
나는 끝까지 네가 너를 지켰으면 한다.
무너지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다.

보고싶다.
그러니 꼭 나를 죽이러 와다오.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다.
내 목숨은 네가 거두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