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내 중고스맛폰으로 난잡하게 글을 하나 올린 거 본 사람들은 대충 알겠지만

어젯밤에 약 6시간 정도 도보로 대형마트 다녀오고 나서

내 옥탑방에 도착하여 평소와 다름 없이 소라를 즐겼는데

요즘은 소주 댓병을 사다 놓고 조금씩 나눠먹고 있는터라

어제도 조금만 따라놓고 마시려고 했지만 마시다 보니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폭음을 하고 만 것 같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오바이트 좀 해놓고 늦게 일어났는데

속이 좋지 않아서 해장라면 하나 끓여 먹고 도서관 올라가던 중

평소 습관처럼 중간 경유지인 은행에 들러 물 몇 잔 마시고

마침 은행에 볼 일도 있어서 대기표 뽑아들고 내 순서가 되어

창구 직원과 마주앉았는데 그 여직원이 묻더라고

"혹시 등산 다니시는 분이세여?ㅎㅎㅎ"

"왜 그러시죠? 제가 등산을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아니 꼭 이 시간(13시 30분 ~ 14시 30분) 정도에 가방 메고 오셔서 물 마시고 가시길래..호호호"

"지금은 등산가는 것은 아니고 도서관 가는 길이예요. 이번 주말에 저랑 단풍 구경이라도 가실래요?"

"어머..호호호.. 저야 땡큐죠... 제 번호 입력해 드릴테니까 폰 좀 주시겠어요?"

그래서 09년도 7월에 구입한 삼성에나맬폰 블랙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더니...

"어머... 황금수저이신 분이 아직도 스맛폰을 안 쓰고 있네요... 역시 윤XX를 봐도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니까요"

이래서 그 여자 직원 연락처 받기는 받았는데

이 정도면 그린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거냐?

어쩌면 존못찐따라서 이 나이 먹도록 여자 손 한 번 제대로 잡아 본 추억이 없는 40백수

난생 처음으로 여자 손 잡고 계룡산에 다녀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해장라면 먹고 1시간 조금 넘게 걸어왔더니 이재 좀 정신이 드네

인터넷 하면서 놀다가 저녁도시락 까먹고 공부 좀 해야겠지

요즘 이상하게 도서관에 사람이 많다

내가 여기서 아마도 가장 나이가 많을텐데 워낙 공부를 안 해서 애들 보기 괜히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