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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한테 심한 소리를 내뱉었다

ㅇㅇ(218.154) 2018.02.20 19:49:20
조회 113 추천 0 댓글 1

우리 부모님은 교사셨다.


나는 삼형제 중 유난히 문제아였고.


부모님은 교사였기에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너무나 잘 알았지만, 맞벌이 부부였기에 나나 형제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는 못하셨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맞벌이었기에 아이들의 양육에 소흘히 할 수 밖에 없었고, 빚을 갚느라 두분 다 바쁘셨으니까.


하지만 어릴적에 남은 몇 안되는 기억들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때마다, 아무런 연관없이 떠올랐다.


말 안듣는 아이를 버리겠다는 말.


어느 한적한 산골에 내려다놓고 버리겠다고 겁을 주는 부모님은 얼마나 아들이 속을 썩였으면 그러려니 하겠냐만은, 어릴 적 초등학생 저학년도 되지 않은 내게 너무나 큰 두려움으로 남았다.


여차하면 부모님이 날 버릴지도 모르겠구나.


그 생각이 어릴적부터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내려앉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인간관계가 박살난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기본적인 유대가 끊어졌기에 난 친구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사회성을 가지게 되었고.


내 삶은 부모님에게 그저 버림받지 않기 위해 부던히 애쓰는 삶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군대를 갔다오고, 성년이 되어버린 지금은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모두 훌훌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난 그날의 악몽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부모님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저 아이를 좀 더 옳은 방향으로 훈육하려고 한 어른의 잘못된 선택이었고, 단지 그것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흉터로 자리잡았을뿐.


그랬기에 부모님과 다투던 중 심한 소리를 내뱉고야 말았다.


당신들은 또 날 버리려하지 않겠냐고.


내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도피하듯, 당신들도 그러지 않겠냐고.


난 이 끔찍한 기억을 평생 가도 잊지 못할꺼고, 그 기억 때문에 내 삶은 모조리 망가졌다고.


부모님은 그때, 충격을 받았을꺼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날의 기억을 잊고 당신네들이 편하게 잘 수 있을까.


그건 치기 어린 원망이었고, 잊을 수 없는 어린 아이의 원망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지만, 이미 내뱉고야 말았다.


그렇지만 더 씁쓸한 사실은 내뱉은 나도 울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것을 알았을때, 원망하는 대상이 생겼을때 후련한 마음이어야했건만 죄책감에 빠진 부모님의 표정을 보니.


난 정말 불효자였다.


그런데 더 슬픈 건, 아직도 그 날의 악몽에서 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거다. 오늘도, 내일도, 아마 내가 죽는 날까지 그 일을 잊진 못하겠지.




익명을 통해, 그냥 하소연이나 한 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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