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떠오른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척추를 따라 소름이끼칠듯 짜릿하다.

20대 중반에 접어든, 완연한 여성미를 풍기던 반반한 처자

그저 치친 삶을 달래줄 약간의 알코올이 필요했을 뿐인 내 앞에
바텐더라는 이름으로 살랑이며 다가온 그녀는 마치 한마리 나비와도 같았다.

매마른 일상의 한줄기 빛 같은 그녀가 권한 첫잔은
목젖을 적신 뒤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장님~ 어떤걸로 하시겠어요?"

두번째 잔을 권하는 여우같은 그녀의 몸짓에
내심 \'네 stir 는 완벽하지 않아, 얼음을 죽였어\' 라며 짖궂은 악평을 하고싶었지만 방긋 웃는 미소를 면전에 마주하자 이내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휘둘리고 말았다.

봄베이, 상온, Neat로.
이 주문을 듣고 반하지 않을 순 없지 후후

어느새 비운 술잔은 늘어갔고 정신은 흐려져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목소리는 부옇게 들린다


눈앞에는 살랑이며 나를 유혹하는 여자가 있을 뿐이다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는 입을 맞췄다, 아니 그러려 했다

"끼야아아악!" 고막을 찢는듯한 소리에 이내 정신이 아득해졌다








...



"피고인!"
"피고인 정신차리세요"

"죄송합니다 재판장님, 의뢰인이 아직 충격으로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주의하세요, 그럼 원고측에서 제출한 CCTV 영상을 보도록 하겠 습니다"



아아, 여긴 어디인가..
낯선 천장, 묶인 팔 옆에는 양복입은 누군가

뭐지?!

"그럼 재생하세요"

\'끼야아아악!\'
\'오빠!!!!! 저 미친놈이 막 끌어당기더니 흐아앙ㅜㅠ\'
\'야이 미친놈아! 당신뭐야! 내 바에서\'

바 사장에게 오빠? 뭔 개소리야?

"확실히 강제로 피해자를 추행하려 한게 분명해보이네요"

아직 정지되지 못한 영상에선 이내 내가 두들겨 맞는 모습이 흘러갔다

\'오빠, 나 오늘 너무 놀랐으니까 빨리 문닫고 예쁜 호텔가면 안돼?\'

맘속으로 되네었다 쉬,,,불년~!!!

"영상 정지하세요 민망하네요"
"여튼 피고측, 변론 있나요?"



"저희 피고인의 행위는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서 우발적인 것이았고, 이후 항거불능 상태서 폭행을 당한 바 선처를 요.."

헛소리 하는 것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말을 끊고 소리질렀다

아니 판사양반 !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거야!
내가 돈좀 있다고 저년이 꼬리친건데 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희가 분리ㅎ.."

야!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저년이 꼬리쳤다고!!!


다시 눈을 떴을때, 그 곳은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이 가득한 알 수 앖는 장소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모-단 빠에서 여자 바텐더를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