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갑자기 당구장에서 알바했던 썰 누군가한테 풀고 싶어서
디씨인은 아니지만 당구갤 들어와서 글 써봄..
글재주는 별로 없으니 욕하지 말아주셈
디씨인이 아니므로 음슴체임(ㅈㅅ)


제목과 닉넴에서 말했듯이 당구장에서 알바했음. 김밥알바.

당구장에 김밥 알바라는게 왜 있을까 싶겠지만
솔직히 여기 눈팅하는 선수들 있거나 혹은 선수들 경기 실제 당구장 와서 본 적 있는 사람은 알수도 있을 것임.

당구 선수들 경기하는 대대는 있는데가 잘 없다고 들었음
있어봐야 1-2대가 고작이라 했던거 같음
근데 내가 알바했던 그 당구장에는 대대가 6갠가 있었고
전국 당구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최종 결승전이 열리는 곳이였음

결승전 전에도 물론 여기서 계속 경기는 이루어지지만
다른 당구장에서도 경기를 하고 최종은 여기서 한다고 했음

나는 이 당구장에서
2010년~2012년 한 3년 정도 일했음.
그렇다고 매일 가고 주마다 가고 그런건 아니었음.
경기 있는 날. 아니면 명절때만 일함.

이 당구장이 규모가 크다보니
여기서 우리 이모가 당구장 한켠에 스낵바(말하자면 간편 식당느낌)를 운영했던거임.
내가 알바하는 날 아닐 때는 장사 초기때는 라면이랑 김밥. 샌드위치. 커피. 아이스커피. 아이스티 등 이었는데(식사류는 단촐했음)
여기 당구장에 매일 오는 분들도 있고 그러다보니 매일 라면이랑 김밥을 드실 순 없어서 육개장? 같은 그런 것도 하나씩 하나씩 메뉴를 늘려가셨던걸로 알고 있음.

내가 알바하는 날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경기있고 명절이고 사람이 많아서 손이 많이 가는 날임.
그래서 이 날은 단일 메뉴임. 김밥이랑 라면.
알바 초기때는 샌드위치도 했었는데 샌드위치는 나중에는 안하고 식사류는 오직 김밥이랑 라면만 했음 ㅎ

라면은 이모 담당. 김밥이랑 음료(커피. 아이스커피. 아이스티) 제조및 배달은 내 담당.

김밥재료는 진짜 양껏 준비해주셔서 사람 북적이지 않는 시간쯤부터 가서 부지런히 김밥 말았음
한 5줄쯤 말고 있으면 한두명씩 와서 먹기 시작함

왜 요새는 게임중에 음식만들기 하고 손님 기다리다 지쳐서 가면 식당 마이너스 되는 게임들 많지 않음? ㅎㅎ 약간 그런 기분임
손님 오면 기분 좋았음 ㅎㅎㅎ

시시콜콜 장난도 치고 여자라서 관심도 많이 가졌으나
이모가 철벽방어를 쳐준 덕분에(?) 대놓고 그러진 못했음
매일 여기 당구장에 출석하시는 분들은
처음 알바할때 이모한테 장난치는건지 나한테 빈말로 하는건지
이모가 마는 김밥보다 내가 마는 김밥이 더 맛있다고 했음 ㅎ
그때는 그냥 기분은 좋았으나 빈말인거 아니까 웃고 말았었는데

나중에 몇번 더 왔을때 이모가 진짜 손님들 중에서
내가 만 김밥이 더 맛있다고 먹고싶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었다고 함
그때도 그냥 이모가 더 열심히 말으라고 하는 말인것 같아서

더 열심히 성심성의껏 말았음 ㅎㅎㅎ

한번 가면 50줄은 기본 손님 많을때는 100줄까지도 ㅎㅎ
근데 중요한건 그정도 양을 이모가 재료 준비를 다 해놓는다는거

나중에 내가 이모랑 나랑 무슨 차이일까.
재료는 어차피 이모가 준비해놓는건데.. 싶어서 생각해봄
김밥 한줄에 1500원 정도 했는데
이모는 밥이 뜨거울 때 후르륵 김밥을 말아버리는데
밥이 뜨거울 때는 김이 쫌 쪼그라듦
그러다보니 같은 1500원이라도 이모가 만 김밥은 약간 통통하면서 짤막하고
나는 밥을 앵간히 식히고 말기땜에 김이 전혀 안쪼그라들고
밥도 빈 부분 없이 넉넉하게 많이 넣기 때문에
한줄 마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길고 양이 많았나봄ㅎㅎ
그리고 김밥안에 들어가는 밥도 내가 간을 맞추는데 나는 이모보단 참기름을 많이 넣었음 ㅎㅎ

솔직히 그냥 이런 거 아니고 당구장에서 알바하면
손님들한테 많이 추근덕거림 당하고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함
그래도 이모가 방패막이라 그런 분들 없었고
전부 나를 조카처럼 사촌동생처럼 대해주시는 분들 많았음

암튼 그렇게 몇번을 명절과 경기때(2번인가 3번) 김밥을 말다가
내가 취업때문에 준비하던 공부가 있어서
2013년 1월부터 서울에서 공부했고
2014년에 취업한 이후로 한번인가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모도 거기 당구장에서는 장사 접었다고 해서 못가봤음


2012년에 사귀던 남자친구도 내가 알바하는 것을 알고있었고
그땐 사귀고 자주 보고 못보면 아쉽고 그럴때였어서
나 알바하는 날 마치기 한두시간 전에(손님없고 한가할 때) 놀러오라고 해서
김밥 + 참치김밥 말아주고 구석에 앉혀두고
손님오면 김밥 썰어주고
없으면 옆에가서 놀다가 그렇게 퇴근하고 집에 왔었음
여태까지 먹은 김밥중에 젤 맛있다는 얘기를 했었음 ㅎㅎ

서울에서 공부할때 다른 이모가 거기 살고 있어서 그 이모집에서
얹혀살면서 공부했는데
그 남자친구가 3주에 한번 주말마다 놀러왔었는데
주말이 강의들으러 노량진 가는 날이어서 이모는 당연 학원가는줄 알았음 ㅎ
한번은 동물원에 가기로해서
얹혀사는 이모 집에서 당구장이모한테 물어물어 재료 준비하고 ㅎㅎ
내가 만든 재료로 한 4-5줄 정도 만들어서 이모랑 이모부도 드시고 사촌오빠도 좀 먹음 ㅎ
그리고 한 2-3줄은 호일에 싸와서 남친이랑 먹고 그렇게 데이트 했음 ㅎㅎㅎ

그때 그 남자친구가 지금은 남편이고
2-3달에 한번씩은 김밥재료 장 봐서 김밥해주는데
만들어줄 때마다 존맛이라면서 좋아함

어머님 아버님께도 몇번 싸드린적 있는데
처음 만들어드렸을때도 맛있어 하셨고
어디서도 이런맛 안난다고 제일 맛있다고 하심
아버님은 어머님이 김밥 만들어주셔도 며느리가 해준 맛 안난다며 궁시렁대시고 ㅎ

자신감 붙어서 친구들한테도 몇번씩 싸주고
내가 다니는 회사 야유회 갈때 몇줄 싸서 나눠먹었음
다들 맛있다고 배부르다고 칭찬해줌

회사에서나 내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 취미가 김밥말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함 ㅎㅎ

회사 그만두면 김밥집 차릴까 잠깐 고민도 해봤었지만
10개 재료준비하는것도 힘든데 100개 200개 준비하는건 얼마나 힘들까 싶고
요새는 장사하는게 쉬운게 아닌데다
진상들 만나면 그거대로 넌덜머리 날거 같아 포기함 ㅎㅎ



며칠전에 김밥재료 사다가 만들어서
저녁에 신랑 아침으로 말아주고 아침에 맛있게 먹었다고 하고
어제는 안에 김치넣고 한줄. 진미 넣고 한줄 말아줬더니
도대체 이런 맛은 어떻게 맛있을줄 알고 마는거냐며 또 칭송해주길래
신나서 썰 풀어본 거임 ㅎㅎ


김밥알바로 시작해서
취미가 김밥말기로 된 내 썰은 요기까지임 ㅎㅎ
내자랑으로 끝났지만 신랑한테 사랑받아서 신나니까 봐주셈 ㅎㅎ
ㅃ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