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후 처음 큐를 잡았을 때 같이 당구를 쳤던 선배가 그 이후로도 쭉 당구사부겸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사부의 수지는 당시 120정도... 복학생 선배도 없고 잡기에 능한 사람도 없는 소위 \'범생\'들만 모인 곳이라 120이면 최고수였죠.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에 공을 담백하게 구사하는 지라 쓸데없는 걸 안배웠다는 부분에선 꽤 좋은 사부였습니다.  

그저 간단한 초이스 부분만 이야기해주는 정도였죠.

시간이 한참 지나서 저도 제대 후 복학 할 무렵 수지는 120:150

4구로는 도저히 승률이 안나와서 3쿠션을 제안하고 의도대로 3쿠션게임에선 승률이 어지간히 나와줘 어느덧 맞공을 치게되고 주위에서 제가 조금 더 잘 친다고 인정해주면서 최고수로 등극 (150이 최고수라니... 저주받은 환경입니다ㅠ.ㅠ)

고수와의 게임은 가뭄에 콩나듯 하고 당구에 욕심이 있었던 저는 가끔 혼자 모르는 당구장을 찾아가 사장님께 한수 배우고 오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사부는 나한테 이기는 걸 좋아했고 나는 그저 잘 치는게 좋았고... 

사부의 이런 생각이 쥐약이라 한때 한달 동안 제게 거의 40게임을 모조리 지고 당구 그만친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하지만 사부도 학습능력이 있는지라 제 공을 보고 따라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2:1정도로 승률이 나오긴 합니다.  

그나마 단판게임이 2:1이지 3판2선승이나 5판 3선승제론 근 2년 정도 져 본적이 없을 정도라 핸디캡을 적용해야 할것 같은데 사부는 아직 맞공을 고집합니다.

전 청출어람을 주위에 확실히 인지시키고자 알수를 2개정도 올리고 싶은데 사부는 제 바지가랑이를 잡고 놓아주질 않네요. 

당구비 적게 나가서 좋긴합니다만 이 동네는 당구비가 별 부담이 안되는 동네라 돈 조금 더 내고 고수되고 싶은 욕심이 더 큽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으로 치다보니 공 하나에 제 마음이 담아서 속으론 요따구로 씨부리고 있습니다. 

\'이것 좀 봐요~ 형 이런 고급 초이스 본 적이나 있어요?\'

\'이게 바로 뒤돌리기 키스빼는 법의 모범이죠. 형 실력에 이게 보이긴 합니까?\'

\'그런 공은 옆돌리기 길게가 아니고 장따블로 쳐야죠. 이렇게...\' 

\'이런 공은 통가락이 아니고 바운딩 더블레일이지! 형 감히 초이스나 할 수 있어요? 난 스트록이 되니까~~\'

좀 적나라해서 부끄럽네요.

얼마나 더 이기면 놓아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