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빌앤을 방문했다.

시험기간이라 가지 않으려 했으나.

그동안 얻어먹은것도 있고.

도와달라고 하셨고.

차마 거절할 수 없었기에.

빌앤을 방문하기로 했다.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셨나?

바로 고등학생들 당구CA수업.



"최고야. 오늘 오신 여선생님 두분 완전 완소야"

며칠전 분명히 빌앤형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던것 같다.

내심 기대를 품었다.



일찍 빌앤에 도착해서 형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던 중.

웅성웅성웅성~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약40명쯤 되어보이는 고등학생들.

15명 정도의 여고생, 나머지는 남고생, 그리고 여선생님 두분.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두분의 여선생님. 한 분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 한 분은 약간 젊으신 분.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좀 아쉬웠다. 하긴, 김하늘(기억하시는가? 로망스)같은 선생님을 기대하고 있었으니 ㅋㅋ



2학년 남학생 한명이 나와 대표로 빌앤형님께 인사를 하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테이블당 4~6명씩 자리를 잡았다.



처음 CA제의를 받았을 때에는 제대로 한번 가르쳐보고자 했으나, 여건상 기본적인 룰과 방법 등만 가르치고 편을 나누어 학생들끼리 노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나의 임무는 중간중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의 자세를 잡아주고, 질문에 답해주고,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구를 처음 접해보는 학생들에게 나는 정말 능력자였다.

원쿠 혹은 투쿠가 들어갈 때마다 학생들은 우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깨에 슬슬 힘이들어가고 가슴이 쫙 펴졌다. 후후후.



"이공은 어떻게 쳐요?"

저쪽 남학생테이블에서 질문이 들어왔다.

공은 조금 난해한 포지션이었다.

1적구는 오른쪽 장축중간쯤에 붙어 있었고 2적구는 왼쪽 하단 코너에 있었다.

살짝 어려웠지만 내가 누구더냐. 일일 시범 선생님이 아니더냐. 과감하게 길게치기(다대)를 선택.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우와~

내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고 가슴이 더 쫙펴졌다. 후후후. 정말 흐뭇했다.





나도 남자라 그런지 여고생들에게 관심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남학생들에게서는 나름의 프라이드 같은 것이 느껴져서 잘 가르쳐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재미없어 하는 친구들도 조금 있었고.

그래서 귀엽고 재미있어하는 여고생들에게 조금 더 많이 가르쳐줬던것 같다.





그때 나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말이 몇번 들렸다.

여선생님 두분 모두 말씀 하실 때

"당구다이, 당구다이" 하시는 것이었다.

흠.

이제 막 당구를 배운. 건전한,올바른 당구문화를 이끌어갈 우리 학생들에게 당구다이라뉘?

나는 살며시 선생님께다가갔다. 그리고는 말씀 드렸다.

"저 선생님."

"네?"

"이건 당구다이가 아니라 \'당구대\' 입니다. 학생들에게 바른 표현을 가르쳐 주세요"

"어머; 죄송해요;;"

선생님은 바로 정정해주셨다.

후후후. 이 얼마나 훈훈한가.

바르고 건전한 당구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당갤의 당갤러로써 나는 정말 뜻깊은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수업 종료.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은 인사를 나누고 모두 빌앤에서 퇴장했다.



폭풍이 휠쓸고 간것 같았다.

빌앤형이 다 정리하시느라 애먹으셨던것 같다.

그렇게 정리가 끝나고 첫번째 수업이 끝이 났다.






보태기: 학생들 가르치는 것 나름 재미있더군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 이러다 당구 강사되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