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
생각해 보면,
왕소의 바람은 언제나
참 소박한 것
이었는데.
대본집을 보다 보니까,
점점 더...
그게 맘에 씌더라.
대본에는 있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한
그 '모란모란'의 대사들이
너무 급하게 진행됐던
14화, 15화에 숨어 있었더라고.
정이가 다미원에 숨어 들고,
해수가 낯선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목에 비녀를 들이대고 그으며 겁박하던 날.
왕소는 다미원 문 앞에서 밤을
꼴딱 세웠지.
그러고는
아침에 동이 트기 무섭게
달려와 해수를 낚아 채 데려갔고.
둘이 서로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말자고 약속한 뒤에,
소원탑 앞에서 하려고 했던 말이
은애한다, 라고 고백하기 전에...
그런 대사가 있더라고.
4황자: ...나도 거짓말은 안 해. (사이) 그럼 이제 화가 풀린 거냐?
해수: (끄덕이고)
4황자: 더 알고 싶은 거 없어? 뭐든 대답해줄 수 있는데.
해수: 흠...좋아하는 꽃은 요?
4황자: (피식 웃고) 모란.
해수: 색은요?
4황자: 쪽빛.
아마 결혼에 대한 마음을 묻고 싶었는데,
바로 묻기는 속이 보일 것 같으니 에둘러 묻다가
본격적인(?) 심문을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바로 화해 무드로 연출이 되어서...
근데...해수가 좋아하는 꽃이나 색을 알고 있다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인 것 같거든.
왕소도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게 해수에게만은 뭐든 다 솔직히 털어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겠다...싶더라고.
그리고...뭣보담,
왜 왕소가 모란을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
송악에 올 때까지 줄곧 황자로서 대접받는 게 꿈이었던 사람이잖아.
그래서 '왕자의 품격'이라는 꽃말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싶더라고.
쪽빛을 좋아하는 건...
밤하늘, 동지, 바다, ...뭔가에 막히지 않은 그런 자유를 꿈꿨기 때문인 걸까...싶고.
모란나비 머리꽂이가 나오는 장면은
심지어 왕소가 은이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던 그 와중이더라고.
정이가 순덕이랑 다미원 통로를 치우면서
머리꽂이 얘기를 주고받던 그 때,
왕소는 백아와 함께
은이를 찾으러 다니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지.
백아조차 완전히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해 하면서.
그리고 그즈음 해수는 겨우
순덕이 말에 자기 잘못을 깨달았었고.
서로의 인연이 서로 엉키고 어긋나는 게
잘 보이더라고.
특히, 소랑 정이.
4황자, 13황자, 바쁘게 가는데, 4황자, 지나치는 여인의 머리꽂이에 순간 시선 주고.
13황자: (4황자 시선 따라가고, 웃긴) 왜요, 해수한테 가져다주고 싶으세요?
4황자: (머쓱한) 어, 뭐. (서둘러 지나치고)
13황자: 늘 모란에 나비를 고르시네요.
4황자: (?)
13황자: 전에도 모란에 나비가 올려진 머리꽂일 주셨잖아요. 모란이야 형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꽃인데, 나비는 왜요?
4황자: ...이상하게 나빌 보면 해수가 생각나서. 꽉 붙잡아놓지 않으면, 제멋대로 날아갈 것 같고, 언젠간 놓치겠다 싶은 게...불안애.
13황자: (쯧쯧) 너무 빠져 계신 겁니다. 형님이 이런 줄 알면, 앞으로 해수 다루기가 더 힘들어질 거예요. 얼마나 뻐길지-
4황자: (피식 웃는)
별 거 아닌 장면이지만...
그 와중에도,
요의 압박에 목숨이 오고가는 동안에도
그 모든 것보다 해수가 먼저이고,
해수 생각뿐이었던 왕소라는 캐릭터가
더 잘 보이는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잘린 부분들이 참 많은데,
그 모든 비약에도 불구하고...
왕소라는 캐릭터는 참 잘 보였던 것 같아.
더 보고 싶은 게 많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4황자의 꿈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버릴 리 없는...
아무도 날아가버리지 않는
(엄밀하게 보면,
해수가 날아가버리지 않는 거지만)
행복한 결혼...
이었구나,
싶고.
(* 비가 와서 그런가...
소해가 유난히 생각나는 아침이네.
호로리들 모두 마음 잘 챙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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