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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4 모란ts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7.06.12 02:06:15
조회 1052 추천 58 댓글 13

														

어릴적 개를 키운적이 있었다. 번견으로 들여온 개는 덩치가 크고 사나웠다. 드나드는 사람을 보고 사납게 구는 것은 좋았으나 밥을 주는 주인의 손까지 물었다. 그날 이후로 직접 개의 목줄을 쥐고 버릇을 들였다. 곧 얌전해진 개는 꼬리를 다리 새로 감추고 고개를 푹 숙인채 집에 틀어박혔다가 허약해져 죽었다. 애초에 번견으로 들여온 녀석이었으니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별로 달가운 취미는 아니지만 지금도 짐승을 길들이는 것은 홍력의 특기였다. 탐탁잖은 재주지만 그 재주로 생계를 꾸리고, 대부분은 제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일림은 손을 쓸것도 없었다. 천성이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품에 안고 들어온 그 날부터 이 집에 순응했다. 제 자리에서 타박타박 걸어나와 발치에 고개를 기대고 자는 순한 강아지. 홍력은 일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예쁜 내 강아지, 착하기도 하지. 품에 안은 강아지는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까아만 눈을 깜빡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아가, 네가 좋아하는 새우죽이구나.

오랜 잠에서 깨어난 후, 아내는 발작을 일으켰다. 기침 한번 큰소리로 못하던 것이 소리를 지르며 여린 살점을 쥐어뜯고 제 머리를 뜯어댔다. 결국 묶어둘 수 밖에 없었고, 곧 약한 손목을 묶어둔 무명천에 피가 배어나왔다. 별 수 없이 약을 먹여 잠을 재웠다. 며칠이 지나자 아내는 다시 얌전해졌다. 그러나 먹는것도, 마시는것도 잊어버린채 멀거니 누워만 있었다. 홍력은 모든 일을 무르고 아내 곁에 머물렀다. 일면 이해는 했다. 약한 짐승일수록 작은 일에도 크게 놀라는 법이다. 죽을 몇입 넘기지도 못한채 마른 입술이 맞물렸다. 억지로 먹이느니 쉬게 하는게 낫다고 의원이 이르던 것을 기억한 홍력은 죽그릇을 치우고 어내의 머리를 쓸었다.

-얼른 기운 차리고 일어나야지. 네가 누워있으니 장부가 엉망이야... 네가 좀 꼼꼼했어야지.
-...
-참, 비가 많이 오니 산수국이 활짝 피었더구나. 일어나면 같이 보러 가자꾸나.

아내가 멍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어느새 오후다. 비가 세차게 오고 있었다. 창가로 가서 장막을 내리고, 아내를 끌어안았다. 마른 몸이 달그락거렸다. 익숙하게 팔을 베어주고 등을 토닥였다.

-한숨 자렴. 옆에 있을테니까... 잘 먹고, 푹 자야지.

이제 모든게 완벽했다. 예쁜 집, 착한 아내. 동화책 속 삽화처럼 예쁜 가족. 아내는 곧 건강해질것이다. 늦잠을 자는 저를 가만히 바라보며 얼굴을 매만져주고, 같이 식사를 하고, 옆에서 장부를 정리하며 고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마당에 꽃이 피었어요. 어제는 까치가 깃을 떨구고 갔어요... 오후가 되면 창가에 앉은 아내는 수를 두고, 자신은 책을 읽을 것이다. 그게 지겨워지면 꽃이 핀 뒷뜰로 나가 걸으면 된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뒷뜰을 꾸몄다. 홍력은 지난번, 아내가 담벼락에 핀 토끼풀꽃과 제비꽃으로 팔찌를 만들며 좋아하던걸 기억해냈다. 줄기를 꼭꼭 눌러 매듭을 짓는 손 끝이 얼마나 야무지던지. 다음엔 화관을 만들어주마 약속을 했던 것도 기억했다. 까만 머리에 하얀 꽃 화관이 얼마나 어울릴까. 해가 저물면 같이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야지.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자다가도 품에 얼굴을 비비며 킁킁, 어린 동물처럼 굴었다. 가는 등을 토닥이며 여기 있잖니, 하고 말해주면 옷깃을 꼭 쥐고 웃었다.

-여보.

꼭 두번째다. 그리고, 참 간만에 들어보는 아내의 목소리였다. 옅게 잠이 들었던 홍력은 금방 눈을 뜨고 품에 안긴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창백한 얼굴이 멈추어있었다. 여기 있어, 하고 몸을 당기자 천천히 시선이 올라왔다.

-당신은...

아내가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웃었다.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뺨을 비볐다. 그럼, 아가. 네가 아니면 누굴 사랑하겠니. 내 사랑, 우리 일림.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천천히 허리를 안았다. 이제야 마음이 풀린걸까.

-저도 그래요.

입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는 동안에도 아내는 머루처럼 까만 눈으로 가만히 눈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아가, 네 눈이 얼마나 예쁜지 너는 알까. 작은 몸을 끌어안고 심장 박동을 들었다. 비가 그치면 아내는 다시 건강해질거다.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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