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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 가는데 괴담 이야기나 하고 싶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7.08.15 18:50:19
조회 1045 추천 53 댓글 9

														

키가 크지 않게 되었던건 언제부터였을까. 그건 아마 스스로가 특별하지 않다는걸 깨달아버린 그날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일림은 조숙한 아이였고, 또래보다 빨리 어른이 된만큼 성장도 빨리 멈추어버렸다. 그리고 멈춰버린 몸은 툭하면 기침병이다 열병이다, 하며 학교를 빠지는 터라 친구도 많지 않았다. 어딘가 우울한 구석이 있는 창백한 뺨은 눈치 없는 열여덟 소녀라도 다가가기 힘든 면이 있었다. 일림도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도망치고 싶어했다. 어린 시절에는 좋아하는 동화책을 껴안고 책상 아래로 숨어 종일 나오지 않곤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키가 커버린 일림에게 책상 밑은 너무 좁아져버렸다.

"...산 중턱에 있는 그 집, 귀신이 나온대."
"그런게 어디있어."
"정말이래. 갤에서도 엄청 유명하고, bj누가 영상을 찍었는데 뒤로 누가 휙 지나가더래.나도 봤다니까!"

비가 부슬부슬 오는 점심 시간이었다. 입맛이 없어 급식을 반절도 먹지 않은 일림은 뒷자리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혼자 웃었다. 확실히, 그런 소문이 날법한 집이었다. 산 중턱에 뜬금없이 자리한 아치형 철문은 쇠사슬이 끊어진채 바람에 따라 끔찍한 쇳소리를 내며 혼자 덜렁거렸다. 벌건 녹이 슨 청록색 문을 지나면 양 옆으로 선 가시나무 덤불 사이로 버스슥, 하며 들쥐가 도망가는 소리가 났다. 썩은 낙엽이 쌓여 미끄러운 돌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시커먼 2층 저택이 그림자처럼 서있었다. ㄷ자형으로 생긴 저택의 정원은 손질이 되지 않은 나무들이 시커멓게 서서 가지를 늘어트린채 침입자를 신기하다는듯 바라보았다. 그 사이를 지나 대청을 밟으면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무언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면 의외로 안쪽은 양식이었다. 좁고 긴 복도를 지나 어두운 계단을 올라 오른편 세번째 문을 열면 서재가 나왔다. 마치 어제까지 누군가 지내다가 마법이 걸린것처럼,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었다. 창가의 원목 책상, 먼지가 쌓인 문진, 앉은뱅이 탁자 위에 놓인 벼루.  두꺼운 카펫 위에 놓인 긴 소파는 손잡이에 담배 케이스가 달려있을만큼 구식이었지만 아직 쿠션이 죽지 않았다.

"예전 그 집 주인이 자살을 했대."
"기분 나빠!"
"우리 누나가 이야기해줬어. 엄청 부잣집이었다던데..."

일림은 문득, 서재 창가에 놓여있던 휠체어를 떠올리며 또 웃었다. 그냥 노부부가 요양에 쓰던 집이었을거다. 부부가 떠나고 나서는 관리할 사람이 없어진거겠지. 지난 봄, 언덕 아래의 병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병원에서 대기를 하던 중에, 간호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순전히 호기심으로 들어가 본 그 귀신의 집은 일림만의 별장이 되었다. 가끔 시간이 늦으면 담력시험이다 뭐다 하며 우우 떠드는 아이들이 오긴 했으나 일림이 현관에 깔아둔 부서진 유리조각을 요란하게 밟으면 지레 겁을 먹고 소리를 지르며 금방 도망가기 바빴고, 가끔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불량한 인간들도 오긴 했으나 저택 2층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낡은 소파에 누워 서재의 책을 뒤져 읽거나 낮잠을 자다가 소리가 들리면 살금살금 다락에 숨어들었다. 조용해지면 다시 나오면 그만이었다. 아, 본의 아니게 지난번에는 서재 창가에 서서 뒷뜰에 무성히 핀 들꽃 사이를 지나다니는 고양이를 구경하다가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걸 보긴 했다. 미안, 나도 놀래키려던건 아닌데.

"여튼, 진짜 그 집엔 뭔가 있다니까. 안가는게 좋아."
"이야기만 들어도 기분 나빠."

후덥지근한 더위가 빗방울에 섞여 온 세상에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가방을 정리하고 나오자 현관은 이미 한산해져 있었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생수와 사탕을 한봉지 산 일림은 쭉 시내로 걸어내려갔다. 횡단 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던 중, 쇼윈도에 안으로 눈길이 갔다.

"무슨 일이신지는 몰라도, 진짜라면 용서하세요. 얌전히 있다가 갈게요."

이상하게도, 낮에 들었던 이야기가 신경이 쓰였다. 평소 같으면 금방 잊어버렸을 이야기였을건데. 일림은 현관을 지나 복도 구석에 향초를 내려두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이자 연보랏빛 초에서 연하게 라일락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참 일렁이는 불빛을 바라보다가 사탕을 몇알 꺼내어 옆에 두고, 주방에서 이가 빠진 사기 그릇을 하나 꺼내어 깨끗한 물도 따라두었다. 이정도라면 이해해주겠지. 2층으로 올라간 일림은 언제나처럼 서재 소파에 길게 다리를 뻗고 기대어 앉았다. 가방을 내려두고 안에서 수학책과 노트를 꺼내었다. 곧 기말고사였다. 한참 그래프를 그리며 문제를 풀던 일림은 우울해졌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이다. 학교를 갈 수 없다. 오전부터 우중충한 방에 틀어박혀서... 아니, 아니다. 올해는 이 집이 있으니까. 곧 수험생이고, 도서관에 간다며 나오면 그만이었다. 혼자 있을 수 있어. 응, 그럼.

"...어?"

비 때문인지 어느새 주위가 어둑해지고 있었다. 낡은 램프에 불을 붙이려고 일어난 일림은 아랫층에서 무언가 툭, 하고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설마. 아까 켜둔 향초가 쓰러진걸까, 겁을 먹은 일림은 얼른 램프를 들고 서재를 나섰다.

끼익.

일림은 발걸음을 멈췄다. 아차, 이 저택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다. 보통 담력시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혼자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서넛이서 왁자지껄하게 오니 저택의 현관에 다다르기도 전에 눈치를 채고 다락으로 숨거나 했다. 하지만, 분명 금방 전까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끼익.

얼른 램프를 껐다. 느리지만 천천히, 발걸음은 1층 대청을 지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릎으로 기어 다시 서재로 들어간 일림은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챙겼다. 이 와중에 필통이 쏟아졌다. 다시 주워넣을 정신도 없이 뭉텅이로 손에 쥐고 가방으로 밀어넣었다.

끼익.

귀신은 향을 좋아한대, 갑자기 누군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쳤나봐, 왜 평소엔 하지도 않는 짓을 했지? 왜 향초 같은걸 사온거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와버릴것 같았다. 벌벌 떨던 일림은 조심조심 서재 바닥을 기어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끼익.

바보, 자기도 모르게 딸꾹질이 났다. 다락은 장대로 천장의 문을 당겨야 접이식 계단이 내려오며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발소리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한참을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일림은 부들부들 떨며 책장 구석으로 기어들어가 웅크렸다. 커튼으로 몸을 가리고 눈을 꼭 감았다.

끼익.

바람이 불었다. 분명, 서재의 문이 열린거다. 일림은 오들오들 떨리는 입을 양 손으로 꼭 틀어막고 무릎에 올려둔 가방에 얼굴을 파묻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무서웠다. 귀신은 발이 없댔잖아, 아닐거야, 아닐거야. 발소리가...

끼익.

그럼, 귀신이 아니면?

끼익.



숨이 멈춰버릴것 같았다. 가방의 열린 틈 사이로, 아까 마구 우겨넣었던 펜 한자루가 흘러 바닥을 굴렀다. 눈을 굴려 등 뒤를 보자, 희미한 시야각 사이로 흰 손이 펜을 줍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어떤 용감한 꼬맹이가..."

화악, 시야가 밝아졌다.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왔으려나?"

눈 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서있었다. 눈 앞이 다시 캄캄해지며, 일림은 그대로 기절했다.




쓰다보니 괴담이 아닌것 같지만 비도 오니 괴담ㅇㅈ해주라
모란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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