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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본격설정무시망상소설 8.(完)

ㅇㅇ(118.223) 2016.02.02 00:39:51
조회 981 추천 22 댓글 6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그게 정답이건, 오답이건 답안을 제출하려면 일단 시험을 쳐야 한다. 하지만 내게는 응시 자격조차 없었다. 고작 같은 클로저팀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끼어든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는 싶었다. 약간이라도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찾은 결론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다짐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요즘엔 작전 시간 중에는 게임기를 꺼내본 적이 없었다. 한 손에 건블레이드를 들고 열심히 작전 지역을 지켰다. 그래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이세하, 게임 좀 그만해."


 이슬비의 행동이 평소와는 달랐던 것이다. 게임 그만하라는 소리는 셀 수 없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브리핑 시간이나 작전시간 도중의 이야기였다. 휴식 시간에는 비-타를 들고 있어도, 스마트폰을 잡고 있어도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던 이슬비였다.


 "응? 아직 휴식 시간 안 끝났잖아."


 처음엔 그저 시간을 착각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래도 안돼. 작전구역 앞에서 대놓고 클로저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하지만 이슬비의 반응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 자체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휴식 시간이잖아. 작전 중도 아니고, 게임 정도는 할 수도 있는 것 아니야?"


 게임을 가지고 다툰 경우는 많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안돼. 휴식 시간은 애초에 놀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다음 작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그리고 클로저로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도 모자를 판에, 잠시 시간 있다고 게임이나 하는게 말이나 되니?"


 하아. 평소라면 무슨 그런 억지가 있냐고 따져 들었겠지만, 학교에서, 검은양에서 느끼고 있을 압박감을 생각하면 더 따질 수가 없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으, 슬비가 요즘 너무 엄격해……."


 검은양팀 회의실로 쓰이고 있는 동아리방. 이슬비가 없는 틈을 타서 서유리가 불평을 하고 있었다.


 "요즘 학교에서 말도 잘 안받아주고~"


 "오늘도 사냥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들었어요……."


 "맞아~ 나 한테도 낮잠 이야기 그만 하라고 하더라. 혹시, 마법의 날이라도 온 걸까?"


 왠지 검은양 소속이 아닌 송은이 경정님도 있었지만, 다들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아니, 그보다 제이 아저씨는 아직 안 왔어도 남자가 둘이나 있는데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뭐……, 뭔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요."


 괜히 다시 기분이 답답해질 것 같아 적당히 넘기고 화제를 바꾸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던 테인이가 송은이 경정님에 이어서 2중 추돌사고를 내버렸다.


 "우웅? 마법의 날? 그게 뭐에요?"


 "아, 테인이는 모르는구나? 여자가 생리하는 날을 말하는 건데……."


 윽. 왠지 방에 있으면 안될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 그 앞에는 분홍빛 머리를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나는 일단 옆으로 비켜섰다.



 분위기는 아까보다도 더 어색해졌다. 결국 송은이 경정님은 호출이 왔다면서 빠져나갔고, 제이 아저씨가 올 때까지 서유리와 미스틸테인은 평소보다 한참 조용하게 있었다. 이슬비는 평소처럼 조용히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평소에도 조용했던 탓에 어제의 뒷담을 이슬비가 들었던 건지, 못 들었던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슬비에게는 미안하지만, 살짝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작전은 거의 끝났지만, 아직 휴식 시간 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나는 이슬비가 보는 앞에서 슬쩍 비-타를 꺼내 전원을 켰다. 평소라면 아마 엄청난 잔소리 폭풍이 몰아쳤을 터였다. 까칠해지기 전에도 작전 시간 만큼은 봐주는 법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슬비는 조용했다. 마치 내가 비-타를 든 것을 못 보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잔소리만 없을 뿐이었지, 이슬비의 두 눈은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불길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은 학교에서 대청소가 있는 날이었다. 벌써부터 책상을 앞뒤로 밀고, 유리창을 닦느라 애들은 정신이 없었다. 나도 선풍기 청소를 맡아 선풍기 날개와 안전망을 분해 해 화장실로 들고 가는 중이었다.



 "미안한데 슬비야, 너 염동력이 특기라면서? 난 창틀 담당인데, 높은 곳은 하기가 너무 힘들거든~. 네가 좀 대신 해주면 안될까?"


 "맞아~ 게다가 우리 치마가 좀 짧잖아~. 높은 창틀 닦으려면 올라서야 하는데~."


 참, 질리지도 않는걸까. 살아있는 병먹금의 화신 앞에서도 내가 본 것만 해도 벌써 몇 주째, 예상으로는 1년이 넘게 저렇게 깝죽대는 게 가능하다니.


 하지만, 그런 병먹금의 화신에게도 한계는 존재 했나보다.


 "그만해……."


 "응? 그만이라니? 왜 그래~ 우리가 막 강요했던 것 처럼~. 우리가 부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잖아~."


 하아.


 "그만……해……."



 더 보고 있으면 또 다시 위상력이 역류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청소가 끝나고, 검은양 일 때문에 집합 장소로 가니, 미스틸테인과 제이 아저씨, 김유정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의 모습은 평소와 별 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평소라면 신강고에 다니는 세 명 중에선 가장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분홍빛 머리카락이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 E반은 우리 반 보다 먼저 청소가 끝났는데…….


 "엣? 슬비 아직 안왔어요?"


 내 바로 뒤에 온 서유리도 의문을 표했다.


 "응……. 전화도 받질 않네. 이게 무슨 일이람……."


 김유정 누나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유리도 아니고 이슬비가 실종된 것이다. 평소라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일 터였다.


 결국 일이 터졌구나. 내 감상은 그랬다. 예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슬비니까 또 참아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결국, 답안지를 제출할 때가 오고 말았다.


 "……제가 찾아 올게요."


 관리요원, 김유정 누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무작정 사이킥 점프로 땅을 박차고 올랐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참을 동네방네 사이킥 점프로 뛰어다닌 끝에, 벌써 햇빛이 불그스름하게 변하기 직전. 그제서야 나는 한 건물 옥상에서 분홍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찾을 수가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설마 우리 학교 옥상에 있었을 줄이야.


 "……뭐야."


 쌀쌀맞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다고 돌아갈 거면 애초에 찾지도 않았겠지.


 "솔직히 말해서,"


 그러니까, 듣건 말건 일단 답안지를 제출하자.


 "나는…… 지금 뭐라고 말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


 "뭐야……, 그게."


 하긴, 나도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그런 소리나 하면 어이가 없겠지.


 "나는 도망치기만 했었으니까."


 그제서야 앞만 보고 있던 이슬비가 나를 쳐다봤다.


 "클로저가 되기 싫다고 내빼고, 머리카락도 검은 색으로 염색해서 위상력을 숨겼지."


 막상 말하려니까 낯부끄러웠지만.


 "……종로에서, 여기까지 도망쳐오고."


 "그래서?"


 "이제야 깨달았는데, 깨닫고 나니까 후회가 되더라고."


 "……."


 "그래도 게임은 재미있었어.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제야 겨우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에 닿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뿐이었다.


 "네가 뭘 하던, 난 이해해 줄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 뿐이니까.


 "뭐든지… 받아준다고……?"


 어느샌가 다시 운동장 쪽을 바라보던 이슬비가 물었다.


 "그래."


 "……."


 뭔가 살짝 얼굴색이 바뀐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였다.


 이슬비가 내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면……, 일단……."


 천천히, 그녀의 얼굴이 다가왔다. 두 눈을 감은 채.


 나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제서야, 위상력이 폭주한 마지막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Fin.








결말은 전부터 생각하던 부분이라 금방 쓸 것 같아서 그냥 2편분량 한번에 올리고 끝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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