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시간에 이어서 지친하루를 마저 분석해보자.
전체적인 골격을 보면...
: F7코드는? 무슨 코드인지 맞춰보라며.
: 아차차.
저 F7 코드의 정체가 뭔지 맞춰보라고 했었지?
어때? 다들 생각해봤어?
F7코드에 관한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은 거 보니까
살짝 슬프더라
: 잡설이 너무 길었기 때문일지도...
오늘부터는 본론에서 벗어나지 않고 스피디하게 가려고 해.
본론부터 말하자면 저 F7코드의 정체는... 두구두구
: 스피디하게 한다며. 빨리 말해.
: 네, 넷... 말하겠습니다! bVII 코드에 간장감을 추가한 거에요!
: 다른 복잡한 코드인 게 아니고요??
앞뒤 진행을 보면 강진행(강한 힘을 가진 4도 상행 진행)임을 알 수 있어
앞뒤로 강진행이란 튼튼한 뼈대가 있기 때문에,
긴장감 있는 코드인 페러럴 마이너 Vll을 b5화 하여 긴장감을 강화해봤다... 그런 느낌인 거지.
: 어째서 윤종신 씨는 이런 코드를...?
: 쳐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설마 피아노로 쳐보지 않은 겁니까?
: 그, 그게... 쳐봐도 잘 모르겠던데요...
: 거기가 코러스의 피크이기 때문이잖습니까!!!
즉, 괴악한 코드의 사용으로 사람들의 긴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던 거야.
피아노도 '이 코드를 들으세요!' 라는 느낌으로 내려치고 있잖아?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 만으로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
때로는 싫은 소리도 들려주면서, 감정선을 들었다 놨다 할 줄 알아야 해.
해설 끝.
이제 2편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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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시간에 이어, 코러스에 쓰인 코드 진행의 전체적인 골격을 집중해서 보면...
윗짤은 첫 코러스야.
그리고 이 짤은 세번째 코러스.
전체적인 골격을 보면,
핵심코드의 위치가 강박이냐 약박이냐, 주요코드냐 대리코드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4-1-5 라는 뼈대는 그대로라는 걸 알 수 있어
: 1-4-1-5만 반복해도 이렇게 다채롭고 복잡할 수가 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 저도 저렇게 다채로운 화성을 구사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Im, Vm에다 디미니쉬까지 배운 다음에 복잡한 화성을 쓰는 곡들을 분석해서, 거기 쓰인 노하우들 자기걸로 만드세요.
(퀄리티 체인지 마지막 부분은 5월 1일이나 2일 쯤에 올릴 것 같아.)
프리코러스 분석은 생략할게.
악기도 가볍게 살펴보자.
피아노 2대에, 베이스, 일렉기타, 어쿠드럼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기본적이고도 단출한 연주만 하고 있어. 테크닉이랄 것이 없다시피 하지.
굳이 꼽자면 인트로에서의 복잡한 솔로잉 정도가 있겠네.
아래 짤은 간주 부분 피아노야
간주에서는 역으로 잔잔한 연주를 하고 있어
악기 분석 끝.
: 거의 다 했네요!
1. 송폼
2. 줄거리
3. 리듬
4. 화음과 선율
5. 악기
이렇게까지 분석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여기까지 하고 난 뒤에는...
: 처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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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돌아가기
가사지를 다시 꺼내서 알아낸 것들을 적어보자.
의외로 별 거 안되지?
이쯤에서 패턴을 찾고 해석해보자.
여기까지가 내가 발견한 이 곡의 설계 포인트야
이렇게 한 종이에 다 몰아넣고 한걸음 물러서서 훑어보면
지친 하루에 대한 작곡가 윤종신의 설계 개념을 쉽게 읽을 수 있어
하나 씩 천천히 설명해줄게.
1. 평범한 발라드 구성
화음 - 복잡
선율 - 복잡
리듬 - 간단
사운드 - 간단
악기 - 간단
뒤로 갈수록 극적임
2. 뻔하지 않게 만듬
테너는 벌스만 부르고 바리톤은 코러스만 부르면 재미 없으니까 엇박
인트로에는 피아노 밖에 없으니까 피아노라도 열심히 연주
심심한 간주로 2절을 부각
위의 1번과 2번은 그야말로 기본에 불과한 것으로, 이 곡의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어.
복잡한 화성과 선율? 그 정도는 다른 작곡가들도 다 해
: 그럼 이 곡의 세일즈 포인트는 뭔데?
: 곽진언, 김필, 윤종신이라는 S급 보컬들과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이 곡의 세일즈 포인트에요!
: 아니, 작곡가는? 작곡가는 들러리야?
: 작곡가는 곡의 설계자로서, 보컬이 돋보이도록 화성 외의 요소들을 과감히 잘라냈잖아요 ㅎ
무작정 근육만 기른다고 끝이 아니고
지방까지 예쁘게 커팅 해야 멋진 몸이 완성되는 것처럼
작곡을 할 때도 컨셉과 줄거리에 맞지 않는 내러티브를 과감히 커팅하는 게 중요해
그런 점에서 윤종신은 굉장히 노련한 작곡가라고 할 수 있어.
너무나도 깔끔히 커팅해낸 나머지, 설계 개념이 명확히 보이니까 말야.
: 네가 알아볼 수 있을까? 윤종신의 설계개념(設計槪念)을?
: S급 보컬이 셋이나 있으니까. 보컬만 돋보이도록 한다는 거요?
: 정확해요!!!
어때? 간단하지?
: 여러분도 곡을 쓸 때는 컨셉부터 명확히 정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세련된 음악을 만들 수 있어.
좋은 음악은 명확한 컨셉과 신선한 아이디어에서 나오거든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곡에서 아마추어 티가 난다고
느껴진다면 컨셉이 명확한지 점검해보자.
마무리
어때? 하나만 분석해도 배울 게 많지?
오늘 같이 해봤다시피, 분석능력만 갖추면 작곡 실력은 금세 늘릴 수 있어.
지친 하루의 보컬들이 어째서 좋게 들리는지도
선율과 악기에 대해 배우고나면 쉽게 분석할 수 있을 거야
얼추 10곡만 분석해도 해당 장르의 문법에 완전히 통달하게 돼
그러니 가능하면 많이 배우고, 많이 분석하도록 하자.
그러다 막히면... 아니지.
분석 말고도 모르는 게 있다 싶으면 아무때나, 아무거나 질문해도 좋아
눈치 보이는 질문이면 방명록에 남기면 답변해줄게.
그리고 디시에 직접 쓸 게 아니라 노션에 쓰고 링크를 달까 싶어... 불편한 게 너무 많네
퀄리티 체인지 마무리는 5월 2일 쯤에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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