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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음반유통업체를 운영한 게이다. (업체 망함)

망한 유통업체 대표(218.153) 2015.02.15 02:17:39
조회 9825 추천 59 댓글 111

난 7년 간 디지탈 음반 유통업체를 운영한 놈이다. 


우선 디지탈 음반 발매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개인 뮤지션 -> 유통업체 -> 배급사 -> 판매업체 (싸이월드, 멜론 등)


이렇게 이어진다. 


너희들이 궁금한 건 뭣하러 유통업체나 배급사를 거치냐겠지? 


일단 판매업체는 개인 뮤지션과 계약을 맺지 않는다. 아예 루트가 없다. 


그럼 이제 유통업체를 건너뛰고 배급사와 직접 계약을 맺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 

배급사와 직접 계약도 불가능하지만, 가능하다고 해도 최저 입금액 기준이 30만원이다. 개인 뮤지션은 영원히 입금 못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유통업체가 다수의 개인 뮤지션들을 모아서 30만원 이상의 수익을 발생 시키고 모두가 입금받을 수 있는 구조를 완성 시킨다. 


이것이 디지탈 음반 업계가 돌아가는 원리다. 


초기에는 디지탈 판매업체들이 죄다 무료 다운로드 무료 스트리밍으로 저작권 침해를 맘놓고 하다가, 결국 저작권 협회와 합의를 하게 되는데, 곡당 500원 씩으로 합의해놓고 만원 무제한 다운 쿠폰제를 도입 시켜서 곡당 100원도 안되는 단가 후려치기로 저작권 협회의 뒷통수를 휘갈긴다. 


드디어 냅스터 같은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가 합법적으로 남의 창작물의 단가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까지 얻게 되었다. 


슬슬 판매업체들은 양적인 증가를 노린다. 


음질이 별로라도, 노래를 못불러도, 허접한 편곡과 작곡 수준이라도 개나 소나 디지탈 싱글을 발매해준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기존에는 반드시 기획사를 거쳐야만 가수가 음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탈 음반 업계는 기획사에 휘둘리지 않았고, 개인뮤지션들까지도 마음껏 음반을 발매해주게 해줬다. 


이것이 근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기획사는 한류의 덕으로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된다. 


문제는 개인 뮤지션들의 시장도 그만큼 성장했다는 점이다. 소형화 되고 저렴화 된 홈 스튜디오 음악장비들이 대중화 되면서, 기존 스튜디오 사운드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퀄리티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시도는 무한정 반복되고 공급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억의 투자를 감내해 내야 하는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개인 뮤지션들은 눈에 가시였다. 



작년 후반부터 개인 뮤지션들의 음반 발매 기일이 딜레이가 걸리기 시작한다. 

자꾸 미뤄지는 이유를 배급사들은 공급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획사와 개인 뮤지션들의 음반이 발매부터 차별 받기 시작했고, 어느새 유통업체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이제 7년 동안이나 계약을 맺어온 나의 업체에게도 재계약 거부 공문이 왔다. 계약 만료일 30일 전에 일이었다. 

그들은 긴 말도 없이 달랑 전화 한통과 이메일 한통이 전부였고, 그나마 재계약을 거부하는 이유가 매출액이 1천만원 미만이기 때문이라는 좆같은 이유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읍소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개소리였다. 

그들은 배급사에서 보낸 말도 안되는 자료를 그대로 믿고 있었다. 얼마든지 배급사를 이전할 수 있으며, 고로 망하지 않을 루트가 존재하므로 거래거절이 부당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다른 배급사한테 전화를 해봤다. 


자신들은 아예 신보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기획사가 아니면 아예 개인뮤지션들의 음반은 받지도 않을거라며 거부를 했다. 

대체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까 물량이 넘처나서라는 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유통업체들을 검색해보았다. 

그나마 1~2년 사이에 등장했던 유통업체들의 태반은 싸이트마저 사라졌고, 조만간 재계약 시점이 오면 나머지도 '정리'당할 것은 자명해보였다. 


나는 7년간 850개가 넘는 음반을 유통했고, 스트리밍은 건당 1원~0.1원까지 조악한 정산을 기록해줬고, 다운로드 역시 몇십원 수준에서 정산이 되었다. 

천만원 매출액을 기록하려면 개인 뮤지션의 음반을 거의 1만개 가까이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불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개인 뮤지션의 음반을 더이상 발매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2015년이 지나면 기획사를 제외한 개인 뮤지션들이 음반을 발매할 루트는 거의 사라질 같다. 


그나마 아이튠즈에 배급하는 CD BABY를 거쳐서 글로벌 음반 시장에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해마다 유지비를 내야 하고, 가입비로 몇만원을 내야 하는 업체는 우리처럼 언제 망하고 먹튀할 지 모른다. 


이번 달 말에 나의 업체는 계약 종료 되어 망하게 되어있다. 


소속 가수들만 거의 800팀인데, 이들에게 할 말이 없다. 



여기서 디지탈 싱글 관련 글들을 보다가 울컥해서 글을 남긴다. 


개인 뮤지션들이 꽤 있는 거 같은데, 나도 개인 뮤지션으로서 좀 더 믿을만한 업체가 되고 싶어 직접 차려봤으나, 결말은 좆같은 이유로 사라지게 되었다. 


음반 시장을 기획사의 독점 구조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소도 하고 싶고, 한번 제대로 박살 내보고 싶은데 졸라 자존심이 이렇게 씹밟히니까 아무런 의지도 안생긴다. 



개인 뮤지션들은 그냥 유튜브에나 올리는 것에 만족해라. 난 이만 망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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