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와서 주접이라도 떨고
뭐 가끔(자주) 뒹굴다 가는 곳이 여기인데

밀회 본방 때 생각하면...
그 참사가 나고도 그 와중에 드라마 쳐보고 갤질하는 내가 제 정신인가. 제 정신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가끔 발작처럼 불쑥 튀어 나와.
화면 한쪽에 박힌 흰 국화를 보면 말 그대로 목에서 손이 나올 것 같았지.

죽어서 지옥이 있다한들 우리는 지옥에 머물지 못할 거다, 그렇게 웬만한 치욕은 뭉개고 지나칠 만큼 각자의 방법으로 지옥보다 못한 현실을 견디거나 묵묵히 관통해왔거나 그랬겠지. 나만 너무 다크월드니? 암튼 난 좀 그랬어요. 선재feat.




후, 3년 동안 옹은 몇 편의 작품을 더 했고 더쿠는 옹 덕에 잠시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이상하게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좃밥같던 의지가 조금씩 살아나기도 하고 가끔은 옹이 응시하는 폐허를 나도 봤다 (는 망상과 공감 사이. ㅋ). 정적이고 슬픈 지형인데 싫지는 않았어. 좀 더 머물고 싶은 풍경이었지.

얼빠인 냔. 옹 얼굴을 보고 또 본다. 얼굴은 '결코 가면과 분리될 수 없으면서도 가면 뒤에 있다고 상상되는 무엇'이어서 빠순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해 질문을 양산하고 내 덕질 스킬은 은밀하게 무한진화한 것이었다. ㅋ

가면 뒤에 있는 '신성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할 때 그 사람은 비로소 얼굴을 갖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옹은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을 내게 보여주었다. 고맙고 이쁜 사람.


오늘 사람 하나 바뀌었을 뿐 바뀐 건 아직 없지만 이제는
밀회와 함께 떠오르는 그 날의 충격과 멘붕, 그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속죄와 진상규명이라는 신성한 행위를 통해 얼굴을 갖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