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보고나면 딱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조작을 단련하는 재미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봇이 사람보다 월등히 잘 사냥한다.

엄밀히 말하면, 디아블로 유저가 가장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균열런, 큐브런 뺑뺑이는 굳이 주체가 '사람'일 필요가 없는 게임인 것.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자극에 말초신경이 닳아 헤질 때 쯤 되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랜덤 확률의 아이탬이 떨어진다.

순간 잠에서 깬 유저의 몸에 쿵쾅쿵쾅 흥분의 아드레날린이 감돈다.

똥탬이면 다시 하던 행동을 반복하고, 좋은 탬이면 이리저리 둘러보다 역시 다시 하던 행동을 반복한다. (뺑뺑이)

반복된 행위에 대한 랜덤 보상.

이게 이 게임의 핵심이다.

이와 비슷한게 카지노에도 하나 더 있다.

슬롯머신이라고, 반복해서 레버를 돌리고 결과를 지켜보는 기계다.

레버를 돌리는 행위 자체는 아무런 자극이 없지만 때가 되면 뭔가 보상이 나온다는 원리로 사람을 중독시킨다.

디아블로3 같은 게임을 '게임'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사실 의심스럽다.

5만원 주고 평생 레버를 돌리는 사이버 빠찡코... 과연 즐겁기 때문에 하는것일까,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하게 되는 것일까?

이게 게임으로서 사용자에게 장시간의 시간투자와 바꿀만한 이익을(즐거움을) 확실히 제공하는 게임이 맞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