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호숫가에 닿자 공주들은 왕자들에게 인사하고는 숲을 향해 서둘러 떠났습니다. 다이아몬드 숲을 지날 때 피터는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물증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터는 옆에 있던 다이아몬드가 달린 나무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렸습니다. 부러뜨리는 순간,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엘리제는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방금 아까 무슨 소리가 났어."

"멀리서 번개가 치는 소리일 거야"

첫째 공주는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금빛 숲을 지날 때쯤, 피터는 금빛 나뭇가지를 부러뜨렸습니다. 그러자 '딱' 하는 커다란 소리가 숲 속에 울렸습니다.

"잠깐!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멀리서 번개가 치는 소리겠지"

첫째 공주가 또다시 대답했습니다..

마지막 은빛 숲을 지날 때, 피터는 은빛 나뭇가지를 힘껏 부러뜨렸습니다. 부러뜨리는 순간 천둥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언니! 이상한 것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엘리제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첫째 공주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휴 이 겁쟁아! 너때문에 우리까지 무서워지잖아. 곧 폭풍이 몰려올 것 같네. 서둘러서 돌아가자."

첫째 공주가 말하는 동안, 피터는 공주들을 앞질러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습니다.

공주들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방을 가로질러 달려가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러고는 성벽에 달라붙어 있는 굵은 포도나무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피터는 무사히 정원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고, 피터가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피터는 엘리제에게 줄 꽃다발 안에 은빛 나뭇가지를 넣었습니다. 엘리제는 그 꽃다발을 보고 놀랐지만, 다른 공주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제는 피터에게 관심을 가졌다가 공주들에게 놀림을 받은 뒤로 피터를 피했고, 다른 공주들처럼 거만해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정원엥서 일하고 있는 피터를 보고 슬며시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주들이 오는 것을 보고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 달려갔습니다.

그날 밤 공주들은 또다시 춤추러 갔고, 피터도 몰래 공주들을 뒤따라갔습니다.

피터는 엘리제의 배에 탔고, 그 배에 탄 왕자가 다른 배들보다 처지는 것 같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더위 때문에 지쳐서 그럴 거에요. 오늘 밤은 저도 무척 더운걸요."

엘리제가 왕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습니다.

모두가 춤추는 동안 엘리제는 피터를 찾아보았지만 피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공주들이 숲을 지나 되돌아갈 때, 피터의 발이 나뭇가지에 걸려 소리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첫째 공주가 그 소리를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언니. 내가 발을 헛디딘 거야." 엘리제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엘리제는 피터나 준 꽃다발에서 금빛 나뭇가지를 발견했습니다. 화가 난 엘리제는 피터에게 금빛 나뭇가지에 대해 따지러 갔습니다.

"말해 봐. 은빛 나뭇가지와 금빛 나뭇가지를 어디서 가져왔지?"

피터는 머리를 숙이고 대답했습니다. "공주님은 이미 짐작하고 있으실텐데요."

"네가 우리를 따라왔구나!"

공주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 그러면 내가 보답을 하지."

엘리제는 황금이 가득 든 주머니를 피터에게 내밀었습니다.

"공주님, 전 그저 왕궁에서 일하는 미천한 정원사일 뿐입니다. 보답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피터는 황금에는 손도 대지 않고 뒤돌아 가 버렸습니다.

그 뒤 나흘째 되는 날, 엘리제는 꽃다발에 다이아몬드 숲의 나뭇가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엘리제는 당장 피터에게 달려가 물었습니다.

"우리의 비밀을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아버지께서 큰 상을 내리실 거라는 것을 넌 알고 있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공주님"

"그렇다면 아버지께 우리의 비밀을 말씀드리겠군?"

"아닙니다 공주님."피터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우리가 두렵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겠다는 거야?"

"아니요,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엘리제는 화가 난 얼굴로 피터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이유가 뭐지? 내가 신뢰할 수 있도록 이유를 말해 봐."

그러나 피터는 대답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공주들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엘리제를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사가 꽃다발 만드는것도 도와주지 그래?"

"엘리제와 정원사가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어"

공주들이 비웃었습니다.

다음날, 엘리제는 피터가 꽃다발을 내밀자 차갑게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피터의 모습이 마음 속에 떠올랐습니다.

괴로워하던 엘리제는 다른 공주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