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작을 재밌게 읽었어서

원작의 요소들을 미묘하게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서 살려내는

셜록을 동시대인으로 만들어 스크린에 등장시키는

그런 시즌 1 2 의 매력이 좋았음

그래서 도일 경의 원작 설정에서 상당히 멀어지는 3, 4로 갈수록 맘에 안듬

402의 lying detective 같은 경우는 그래도 원작의 기본틀을 가지고 잘 응용한 것 같아서 즐길만 했는데

401이나 403 같은 경우는 원작에는 없는 메리 떡밥, 유로스 떡밥 해결하느라 에피를 날리는 걸 보면서

내가 왜 태평양 건너 대서양 건너 지구 반대편 모팻-게티스의 개인적 덕질을 공유하기 위해 옥수수에다 2700원씩 상납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엇음

401의 경우는 six napoleons를 six thatchers로 응용하는 센스는 인정

하지만 중반부 이후부터 대체 왜 이렇게 가야만 하는지, 왜 이렇게 밖에 못 가는지 심히 정말 심히 답답

물론 원작에는 없는 수많은 떡밥들을 부리고 그 떡밥들을 회수하고 그러면서도 원작을 전혀 안 챙기지는 않는 그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놀라운 창작력은 인정하고 나를 비롯 대다수가 범접할 수 없는 상상력이라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럼에도 내 취향에 들어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음. 

내가 좋아하는 셜록은 

rache가 아니라 rachel이 맞다고 하며 원작을 뒤집는 셜록

라이벤바흐 폭포 대신에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셜록

영국 정부를 뛰게 만드는 아이린의 맥박을 뛰게 만드는 셜록인데

지금의 셜록은 그런 셜록과는 너무나도 멀어져 버렸고

나는 과연 이 시즌을 복기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리고 시즌3부터 열린 결말을 너무 남발하는데

아니 추리 작품에서

추리의 대상이 되는 문제의 정답을 두고 열린 결말을 해 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거지

문제의 정답은 하나로 명료하게 해 주고

인물들의 향후 행보라던지, 재회나 교차의 가능성이라던지 이런 거에서 열린 결말을 해 줘야지

가령 301에서 셜록이 살아날 수 있었던 방법이 복수의 방법이 다 가능하다는 식이거나

아니면 유령 신부에서럼, 이거는 사실 해결해야 할 사건이 아니었고 다 셜록의 뇌내상상

나는 이런 류의 불투명함을 적어도 추리물에서는 아주 좋아하지 않음. 

시즌 3이후로 수시로 마인드 팰리스에 들락 날락 한다거나, 

403에서 유로스가 초능력에 가까운 최면술을 쓴다거나, 

유령신부에서 남편 살인을 위한 계모임의 공동 범죄일 수도 있다는 식의 설정도

뭔가 기이함과 비개연성의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듬

그리고 원작의 캐릭터성을 파괴한다는게 내 개취에 거슬림

원작의 셜록은 

철두철미 기하학이어야 할 추리에 감정이란 바이올린에 모래알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하는

자기의 직업 정신 때문에 감정을 배제하는 캐릭터임

적어도 원작에서 감정의 배제는 셜록의 철학임

그런데 이거를 셜록의 유년기나 왓슨과의 감정선과 자꾸 연관시켜서 어떻게 해결하고 치유하고 극복하려고 하는 그런 전개들이 맘에 안듬

나는 셜록의 무감함은 어떤 유년기를 보냈건 왓슨과 썸을 타건 쌈을 하건 상관없는 고유의 캐릭터성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개취에 어긋남.

그냥 셜록 1 2가 좋음

아마 모팻 게티스도 셜록 1, 2 정도까지만 생각하고 작업을 했을 듯

그리고 왜 모리어티보다 더 대단한 빌런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오거스터스나, 유로스를 과장해서 등장시키는 지 모르겠음 

마인드팰리스가 있는 오거스터스나, 뉴턴급 초능력이 있는 유로스나 

능력의 스케일만 커지지 모리어티 같은 캐릭터의 매력은 없어 보임 

아무래도 모리어티처럼 처음부터 세공되어 나온 캐릭터가 아니라

시즌 연장의 사정에 맞추어져 만들어져 나온 캐릭터들이라 그런 것 같음

애초에 모리어티라는 인물 자체가 그렇게 원작에서도 비중 있는 인물은 아님.

사실상 모리어티는 도일 경이 셜록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 등장시킨 인물이라 할 수 있음.

셜록의 능력치는 꼭 슈퍼 빌런을 상대해야만 부각되는게 아니라

그냥 세인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의 개성있는 악당들에 맞서

셜록스러움을 발휘할 때에도 충분히 부각된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