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꾸준히 가고 있다. 조금씯 초조해져서 나는 어제 관리받은 손톱을 살짝 깨물었다 놓았다. 그리 크지 않은 예식장, 홀에는 지인 대신 신부인 내가 서 있다. 지인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하객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도 있고, 또 분명히 피차 당황하게 될 상황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실 지인은....

" 민간인이니까."



나는 작게 중얼거리고 크게 쉼호흡을 한번 하고 폰을 꺼내든다. 타디스 폰케이스와 아이오유 전자파방지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폰의 유니온잭 홈부분을 꾹 누르자, 얼마전에 갤에서 받았던 매카 잠금화면이 뜬다. 나는 패시의 생일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을 드래그했다. 익숙한 청색 창이 보인다.





- 매카믿고 천국가세요 매맨
-  노네 존바나나 쎆쓰어한 짤 보고 갤질?
- 오늘 게이 결혼식 털러 가는 개롤 몇명이냐
- 시발...우유 영업한 씹게이 당장 나와라




간간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보이는 글리젠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여전하구나, 좆병신들.
홀드버튼을 누르고 웨딩드레스 안으로 주섬주섬 폰을 넣었다. 드레스는 약간 구식이었는데, 닥터후 중간에 등장한 웨딩드레스를 초단위로 캡쳐해서 이대로 만들어달라고 고나리 놔서 특수제작한것이다. 물론 남편에게는 동호회 사람들의 추천이라고 말해두었다.


여전히 사람이 얼마 없는 복도를 확인하고 불안해져 다시 폰을 켰다. 이번엔 블로그에 접속했다.
결혼 때문에 급히 판 블로그에는 ~13일까지 결혼식입갤 신청 받음! 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다. 밑에 포스팅에서는 청첩장 디자인 투표와 수요조사가 마감되었다. 이상하다, 막판에 풀어서 50명 가까이 오기로 되있는데....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멀리서 왠 게이떼들이 디씨용어를 갈기며 나타난 것은.



" 시발 이제 막 결혼식장 입갤요!"
" 야 갤에 실시간으로 달리는거 그만해라. 좆목종자된다"
" 노네 신부갤러 어딨는지 아니? 좌표 좀 찍어봐바"
" 야 어떡해.... 축가 토렝이로 갖고왔는데 시드부족이다. 시발"



결혼식에 어울리는 차분한 노러쉬티셔츠에 패션아이템인 사과이어폰, 목걸이. 셜록팔찌, 옆구리에 낀 화채화일에는 분명 축의금 대신 빼곡히 적힌 19금 망상이 적혀 있을 것이다.
드디어 왔구나. 게이는 미소지었다.










는 5+a년 뒤 너게이의 결혼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