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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가 횡액

운영자 2022.05.09 11:50:33
조회 197 추천 3 댓글 0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과거 정치권의 이면사에 밝은 한 원로가 이런 말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인 차지철은 차기 대통령 꿈을 꾸고 많은 자금을 모아뒀지. 그 자금을 수족으로 부리는 기업인에게 맡겨 관리하게 했어. 그런데 차지철이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버린 거야. 그 재산관리인은 돈벼락을 맞은 거야. 그 기업인은 그 돈으로 대기업을 이루었어.”

그런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그 시절은 여당 대표도 자금을 만들었거든. 여당대표가 돈을 미국에 보내 심복인 교포 출신에게 맡겼어. 그런데 돈을 관리하던 그 교포가 휴양지에서 미국 건달의 칼에 찔려 죽은 거야. 나중에 여당 대표가 죽은 사람들의 자식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까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거절하더라는 거야. 그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부자가 돼서 수백만불짜리 저택에서 잘 살지.”

그가 잠시 말을 쉬었다가 덧붙였다.

“권력을 가지면 블랙홀 같이 돈이 빨려 들어와. 사람들은 그 돈을 대개 기업인에게 맡겨서 관리를 하게 하지.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기도 하고 주식도 사고 사채시장에도 흘러들어가게 하는 거지. 그런데 재벌 회장들 가운데 영리한 두 분이 그런 생리를 일찍부터 알고 그 돈을 먹을 궁리를 한 거야. 그 재벌회장 두명은 권력자가 가진 돈을 자기에게 맡기면 매월 이자를 또박또박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 비밀도 목숨을 걸고 철저히 지키고 말이야. 그러니 누가 비자금을 맡기지 않겠어. 그런데 이 영리한 거물 회장님 둘은 권력자가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나오면 입을 닦는 거야. 결국 낚시밥 같은 이자 몇 푼 주고 원금은 자기네가 몽땅 먹어버렸어.”

정말 돈을 먹는 데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일성도 그 회장중 한 명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펄펄 뛰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마 전 한 재벌회사 사장을 지내다가 퇴직한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나는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팀에서 일했었지. 돈은 빛을 싫어해. 어둠 속에서 흐르는 걸 좋아하지. 금융실명제가 발표됐을 때 우리 회장님은 수많은 임원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돈을 숨겼어.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아마 삼조 팔천억이었지. 그런데 약은 놈들은 자기명의 통장에 거액이 있는 걸 알고 그걸 꿀떡 먹어 버린 거야. 회장이 그 사실을 알아도 고소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알고 한 짓이지. 그런 사람들이 지금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어.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살고 있단 말이야.”

며칠 전 한 친구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회계사자격까지 따서 재벌기업에 들어갔어. 그런데 회장님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팀에 들어간 거야. 주위에서는 상무까지는 출세가 보장됐다고 너무 부러워한다는 거야. 그런데 우리 아들은 그 일을 하기 싫다는 거야. 회사를 나오려고 하는데 못나오게 잡는다고 그래.”

권력으로 남의 돈을 빼앗거나 횡령을 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다. 악마는 세상의 부와 권력이 자기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에게 자기 앞에 무릎만 꿇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동산이지만 악마가 들어와 이를 점령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이 지으신 땅 위에 악마가 만든 세상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불공정하고 비극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정직한 땀을 흘리는 노동이 가치 없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종종 백오십년 전에 살았던 현자에게 묻곤 한다. 그 현자의 영은 말 대신 자기가 쓴 글의 활자와 행간을 통해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소나 양을 잡아 죽이기 직전에 그 사육자는 먼저 맛있는 사료를 잔뜩 주어서 살이 찌개하고 그러고 난 후에 도살하오. 하늘이 현세에서 속인들을 축복하는 것도 그와 같소. 몸에 살이 찌고 기름기가 오르자마자 얼마 안 있어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마는 것이오. 만일 속인들이 자기네들에게 어떻게 해서 그런 부귀가 주어졌는지 바로 알기만 했다면 그들은 두렵고 떨려서 단 하룻밤도 편안히 잠들지 못했을 것이오. 한번 그 부귀를 가진 그 사람들의 운명을 살펴 보시오.’

현자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두 명의 재벌회장은 해외로 도망을 다니다가 그곳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죽었다. 죽음보다 괴로운 기나긴 사멸의 고통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치기도 했다. 잠시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 중에는 갑자기 죽은 사람도 있었다. 현자가 내게 말을 계속했다.

‘엄 변호사의 눈과 귀에 사회현상이 단편적으로만 들어올 것이오. 겨우 가지와 잎만 보지 줄기와 뿌리는 보이지 않을 것이오. 그런 근시안적인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은 소수가 즐기고 다수가 괴로워하는 곳이지. 그러나 현세에서 세력을 쥐는 자는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명성을 떨치는 것도 떠받들려지는 것도 다 저주받은 것으로 간주해야 하오. 속인이 속인인 까닭은 자기가 속인임을 모르고있는 데 있지. 속인은 이 세상의 어두운 영과 세상의 가벼운 영리함을 따르지. 그의 짧은 생애의 앞뒤에 영원한 생명이 있는 줄을 모르고 말이오. 거짓의 세상과 인연을 끊으면 그분의 영이 임할 것이오. 이것이 영적 세계의 비밀이오. 명심하기 바라오.’

나의 뇌리에는 죽음을 앞둔 돼지가 열심히 먹어대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보다는 고민하는 인간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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