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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성들

운영자 2022.06.06 1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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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를 따고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중국 여성 몇 명과 만났다. 그들은 한국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세계의 경제 대국인 중국보다 한국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고국인 중국에 돌아가 살고 싶지 않아요?”

중국인 여성 중 ‘왕’이라는 교수가 말했다.

“고국인데도 가면 이제는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어요. 숨이 막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어요.”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되물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말하면 어떤 거죠?”

“제가 중국정부에서 일하다가 임금을 못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감히 돈을 달라고 할 수 없어요. 꿈도 못꾸죠.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까 퇴직금을 못 받아도 노동부에 고소를 하고 소송을 걸 수도 있더라구요. 한국은 중국보다 민주화가 앞섰어요.”

변호사인 나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걸 그녀는 민주화의 상징처럼 부러워하고 있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저는 중국에서 가정형편이 괜찮은 편이었어요. 아버지가 공산당 당원이면서 방송국 국장으로 근무했어요. 제가 유학 와서 공부하는데 홍콩 근처에 아파트도 사주었어요. 중국의 자유화를 주장하는 천안문사태때 아버지가 현장 취재를 갈 때 우연히 따라갔어요. 여러 자료가 아버지한테 모였어요. 그중에는 군대의 총에 맞아 창자가 터져나온 대학생의 사진도 있었어요. 나는 왜 대학생이 군인의 총을 맞아 그렇게 되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방송국의 아버지도 그 의미는 알지만 말은 하지 못하셨어요. 저는 나중에야 자유라는 걸 알았어요. 지금도 중국에는 인터넷 경찰이 너무 많아요.”

자유와 권리는 투명하지 않고 피의 냄새가 배어 있기 마련이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임금소송이 힘들다는 건 모순이었다. 우리도 그런 적이 있었다. 청계천 봉재공장이 있는 골목에서 노동자 전태일이 노동법을 껴안고 분신자살을 했었다. 그의 죽음을 조영래변호사가 글로 써냈다. 수 많은 대학생들이 공장에 취업해 들어가 투쟁을 벌였다.

“그런 억울한 일이 있으면 투쟁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중국은 투쟁이 용납되는 사회가 아닙니다. 저항하면 존재가 말살 되요. 그런데 한국은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이 감옥에서 나오면 투사가 되고 영웅이 되더라구요. 한국은 두 개의 당이 있어서 교대로 정권을 잡아요. 그리고 민주화투쟁을 했던 사람들이 정치지도자가 되어 판을 뒤엎어 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은 그렇지 않아요. 정권에 찍힌 사람들은 영웅이 될 수 없어요. 아직은 그런 사회입니다.”

그녀의 말을 통해 나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아닌가요?”

내가 물었다. 공산당 독재에 대한 댓가로 국민들에게 빵을 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모택동의 고향인 호남성 출신의 중국인 여교수가 말했다.

“등소평이 개방을 한 이후 자본주의경제가 들어오면서 극심한 빈부격차가 생긴 게 중국입니다. 모택동 시대에는 모두 가난하지만 마음은 평안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민들의 마음이 출렁거렸어요. 정신적으로 황폐해 진 거죠. 지역적으로도 해안 도시는 부자가 되고 내가 사는 내륙은 가난하죠.”

“그래도 제가 이천년대 초 티벳 여행을 해 보면 가난해도 대부분 평화스런 얼굴이던데?”

나는 그렇게 느꼈었다. 아직 라싸까지 철도가 생기기 전이었다.

“티벳 사람들 평화로웠어요. 그런데 철도가 놓이고 자본주의가 들어가면서 그곳 사람들도 지금 영악해졌어요. 예전처럼 가진게 없어도 평화롭지 않아요.”

호남성출신 여교수의 말이었다.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래도 오늘의 중국을 만든 주은래 류사오치 같은 사람은 도덕적으로도 흠잡을 것 없는 훌륭한 인물들 아니었나요?”

류사오치 같은 인물은 공산당원의 도덕성을 주장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천구백사십구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될 당시 지도자들은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이후 관리들이 부패하면서 좋은 나라가 되지 못했어요.”

해외에 나와 그들의 조국을 다시 보고 눈이 열린 엘리트 중국인인 그녀들은 공산당 독재도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양극화도 모두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세상을 추구해 왔던가. 나 역시 학생 시절 군복 같은 교련복을 입고 총검술을 해야 하는 병영국가를 경험했다. 외눈으로만 세상을 보도록 강요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뼈가 휘도록 일을 해도 밥을 먹기 힘든데 다른 쪽에서는 쌓인 돈이 썩어나가는 불평등을 보기도 했었다. 땀 흘려 일하면 입에 밥이 들어오고 마음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주화가 되면서 그런 세상이 조금씩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질투와 증오로 생각은 과거 속에 얼어붙은 경우를 많이 본다.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경솔하게 분노하지 않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의 향기가 퍼져나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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