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죽음 비용

운영자 2022.06.27 10:00:35
조회 231 추천 6 댓글 1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죽음을 지켜봤다. 지난주에는 교도소에서 나온 지 여섯달 만에 자살을 한 남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는 대낮에 바로 옆방에 사람이 있는데도 얇은 벽 하나를 두고 천정에 줄을 묶고 목을 매달아 죽었다. 바로 옆방에 있던 집주인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그때 몸부림을 치면서 발이 벽에 조금만 닿았더라도 내가 바로 알아차렸을 거예요. 그런데 그 남자는 그러지를 않았어요. 죽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미동도 하지 않은 거예요. 참 독한 사람이예요.”

나는 그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십사년 동안이나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같이 고독한 징역 생활을 견뎌온 사람이었다. 집주인 여자도 죽음의 원인이 궁금했던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죽은 남자가 서울로 일자리를 얻으러 다녀오곤 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엔 좋아했어요. 음식점에서 차로 손님들을 모시는 일을 하기로 했대요. 그러다가 죽기 전날밤 전화를 받고 절망하는 걸 봤어요. 식당 주인이 살인 전과가 있어 쓰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 같아요. 다음 날 목을 매 자살한 거예요.”

교도소의 벽보다 사회적 편견의 벽이 더 두껍고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의 죽음을 배웅하면서 깨달은 건 저승으로 가는 그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주는 사람이 없는게 더 불행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쉽게 죽일 수 있었을까.

자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친구가 그 순간의 고통을 내게 얘기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허리띠를 벽 위에 박힌 굵은 대못에 걸고 의자에 올라 목을 맸지. 그리고 의자를 발로 차서 목이 걸리는 순간이었어. 혁대의 버클 부분이 약해서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나는 방바닥에 궁둥방아를 찧었지. 그 짧은 순간의 고통은 말도 못해. 그래서 그 방법으로는 다시는 자살을 하지 않기로 했어. 물에 빠져 죽는 것도 그 죽는 몇초 사이가 일평생 겪은 고통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크다고 하잖아?”

그래서 안락사 회사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얼마 전 아는 부잣집 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돈 삼천만원이면 스위스로 가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대요. 요즈음은 자유경쟁으로 이천 오백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고 하더라구요. 유골을 집까지 택배 서비스로 보내준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들으니까 떠오르는 게 있었다. 독특한 죽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 잠자듯 꿈을 꾸듯 죽는 데는 십억원 그리고 환희를 느끼면서 죽게 해 주는 데에는 전 재산이 그 비용이다. 의료 보험이 안되는 미국에서 병원 한 번만 갔다와도 수천만원 수억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황당한 것 만도 아니다. 평생을 남의 눈물을 뽑으면서 돈만 벌어온 남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마지막 순간 그 는 자신의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하면서 환희 속에서 죽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정부 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그 남자는 죽는 순간 평생 사랑했던 돈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내도 자식도 모두 그가 가졌던 돈에만 신경 썼다. 이상하게도 그를 조용히 뒷바라지 했던 여비서만이 그의 임종을 담담히 지킨다. 그가 죽으려는 순간 비로서 여비서는 그의 얼굴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그의 영혼이 몸을 빠져나와 그 모습을 보면서 후회한다. 말없이 자기를 사랑해 주던 여비서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음을. 소설가 아시다 지로의 단편소설 ‘죽음비용’에서 본 내용이다. 앞으로 환희에 찬 죽음을 파는 그런 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의 턴널을 지나는 순간은 무서울 것 같다. 저승길을 배웅해 주다 보면 진정한 눈물 한 방울을 얻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즈음 아내는 ‘데쓰 클리닝’을 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집안을 가득 채웠던 물건들을 그게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고 있다. 내가 젊어서 입던 옷들중 아꼈던 쟈켓이나 바지 그리고 티셔츠 두 트렁크 분량을 자살한 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모아만 들이던 물건은 나누고 정작 만들어야 할 것은 죽은 후 묘지에 꽃 한 송이 가져다 놓을 사랑이 아닐까.


추천 비추천

6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2706 평민 의식 운영자 22.08.01 124 1
2705 요양원 가는 할머니 운영자 22.07.25 155 2
2704 나는 영원한 평민 운영자 22.07.25 139 1
2703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운영자 22.07.25 146 1
2702 친구가 없는 인생 운영자 22.07.25 195 0
2701 일부러 넘어진 이유 운영자 22.07.25 116 1
2700 삶을 다한 겨울나무 운영자 22.07.25 116 2
2699 책상물림의 샌님 운영자 22.07.18 543 1
2698 우리는 똑같지 않았어 운영자 22.07.18 140 1
2697 마광수의 위선사회 운영자 22.07.18 160 1
2696 내 모습이 보인다 운영자 22.07.18 126 2
2695 자유복지국가 시민의 삶 운영자 22.07.18 124 1
2694 똑똑한 대통령 운영자 22.07.18 142 2
2693 오십년 법률사무소 운영자 22.07.11 185 1
2692 맛있는 추억의 국수 운영자 22.07.11 514 1
2691 시인 운영자 22.07.11 123 0
2690 양떼구름을 보더라니까 운영자 22.07.11 121 1
2689 종이교회 마음교회 운영자 22.07.11 549 1
2688 나팔꽃과 새 운영자 22.07.11 107 0
2687 상류사회 운영자 22.07.11 124 1
2686 성경을 찢어만든 화투 운영자 22.07.04 132 3
2685 괜찮은 시골판사 운영자 22.07.04 131 1
2684 좋은 인터넷 신문 운영자 22.07.04 121 0
2683 의원님과 마약범 운영자 22.07.04 132 1
2682 변호사의 양심 운영자 22.07.04 172 1
2681 불을 만난 흙수저 운영자 22.07.04 127 2
2680 사상에 목숨 건 사람들 [20] 운영자 22.06.27 822 13
2679 눈물 섞인 아버지의 술잔 [2] 운영자 22.06.27 404 11
2678 두가지 길 [1] 운영자 22.06.27 259 11
2677 악마의 그물 운영자 22.06.27 215 10
죽음 비용 [1] 운영자 22.06.27 231 6
2675 큰 돈을 받으면 마음이 이상해져 [1] 운영자 22.06.27 248 6
2674 지금이 가장 젊은 때 운영자 22.06.27 185 3
2673 우울한 날 운영자 22.06.20 166 2
2672 행복한 가난뱅이 주씨 운영자 22.06.20 155 1
2671 진정한 위로 운영자 22.06.20 156 2
2670 변호사 제작 공방 운영자 22.06.20 162 1
2669 희랍인 죠르바 같은 의사 운영자 22.06.20 187 1
2668 장사꾼의 본전과 인생 [1] 운영자 22.06.20 159 1
2667 어떻게 죽을까 운영자 22.06.13 287 14
2666 번제물이 된 변호사 운영자 22.06.13 165 1
2665 시골의 작은교회 운영자 22.06.13 190 2
2664 불쑥 떠오른 그 노인 운영자 22.06.13 151 1
2663 그 존재의 소리 운영자 22.06.13 116 1
2662 재벌회장의 자살 운영자 22.06.13 186 2
2661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운영자 22.06.13 159 1
2660 중국의 지성들 운영자 22.06.06 182 1
2659 실패는 방향을 바꾸라는 계시 운영자 22.06.06 182 1
2658 잔인하고 불공평한 하나님 운영자 22.06.06 182 1
2657 건달 두목의 작은 선행 운영자 22.06.06 167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