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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의 내사랑 내곁에

운영자 2023.02.27 10:31:48
조회 100 추천 1 댓글 0

그는 베이스 키타를 연주하는 뮤지션이었다.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촉촉한 검은 눈빛에서는 애잔한 호소력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묘하게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어려서 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그래서 음대로 갔다. 그의 락그룹은 인기가 높았다. 그가 만든 곡들은 스피커에서 타는 냄새가 나게 만들었다. 그가 스물 다섯살 무렵이었다. 손가락 끝에 염증이 생기고 곪았다. 기타를 치다보면 손가락마다 피가 흐르고 굳은살이 박히는 게 보통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소독을 하고 고약을 붙였다. 칼같이 가느다란 기타 쇠줄에 의해 난 상처에 세균이 침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손가락이 낫지를 않았다. 염증 부위는 손바닥쪽으로 올라가면서 커지고 있었다. 기타리스트에게 예민한 손가락은 생명이었다. 병원에 간 그는 무서운 소리를 들었다. 피가 모세혈관까지 순환이 되지 못해 손과 발이 서서히 썩어들어가는 ‘버거씨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병은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인간의 몸을 잠식해 들어가는 병이라고 했다. 마비된 손가락으로는 기타를 칠 수 없었다. 그는 키보드로 연주 악기를 바꾸었다. 썩은 손가락을 잘라내게 되자 그 연주마저 힘들어졌다. 그는 병원의 침대에서 작곡을 했다. 그는 자기가 만든 노래 ‘늦지 않았습니다’와 ‘다시 시작해’를 병실을 찾아 온 가수에게 주었다. 발가락도 검게 썩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잠식해 오는 그 놈은 담쟁이덩굴처럼 서서히 몸의 중심을 향해 공격해 왔다. 그가 서른 한 살일 때 두 다리를 잘라냈다. 심한 고통이 파도처럼 쉬지않고 다가왔다. 그 병에 걸린 사람중 열명중 여덟명 이상이 고통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걸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한 마음을 품고 병간호를 하는 아내를 쫓아보냈다. 죽음 같은 고통이 그의 영혼을 흔들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그에게 히로뽕을 가져다 주었다. 히로뽕은 효과가 있었다. 병원에서 맞는 몰핀 주사는 한 시간이면 효력이 사라졌다. 히로뽕은 열 다섯시간이나 고통에서 그를 구해주었다. 값도 쌌다. 그런 그가 히로뽕 복용 혐의로 구속됐다. 그 인연으로 변호사인 나는 구치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어깨 위로 인공혈관을 주렁주렁 매단 채 나에게 왔다. 주기적으로 피를 걸러주어야 생명이 유지된다고 했다. 주위의 얘기로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혼자 구속된 게 아니었다. 그 무렵 최고의 인기가수와 함께 히로뽕복용혐의로 기소되어 법정에 섰다. 그가 히로뽕을 섞은 음료수를 친구인 가수에게 주었던 것이다. 열시간 이상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공연에서 그걸 먹으면 생생하게 힘이 살아나기 때문이었다. 인기가수의 히로뽕 복용이 연예기사의 톱으로 떠오르면서 그 두 사람의 사건은 사회적 관심대상이었다. 그들이 법정에 서게 된 배경은 간단했다. 히로뽕 판매책이 마약수사반의 그물에 걸렸다. 마약수사반은 언론에 대서특필될 거물급 연예인이 필요했다. 그 정보를 주면 봐주겠다고 흥정을 한 것이다. 거기에 인기가수와 히로뽕이 섞인 드링크를 준 그가 걸려든 것이다.

내가 사정을 솔직히 얘기하면서 변론을 하는데도 담당 재판장은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인기가수를 풀어줬다가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몸이 썩어가는 그가 통증 때문에 히로뽕을 복용한 사정도 외면했다. 그는 유명 가수의 조역쯤으로 한셋트로 묶여 취급되고 있었다. 그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감옥 안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만날 때였다. 아픈 그는 감옥 안에서 모로누워 새우잠을 자며 견디고 있다고 했다.

“인생에 아쉬운 것도 후회도 많지요?”

내가 위로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변호사인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정말 미안했다.

“저는 아무 후회도 없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했고 돈도 가져 봤어요. 그리고 예쁜 아내도 가져 봤죠. 참 내 아내가 누군지 아세요?”

순간 그의 얼굴에 자랑스러워 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는 시청율이 높았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아내라고 내게 말하면서 덧붙였다.

“참 좋은 여자였어요. 다리가 없어진 저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손으로 뒤를 다 닦아 줬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 지를 알 것 같았다.

“따뜻한 위로를 받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서 어떻게 하죠?”

나는 안타까웠다. 그가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처음엔 힘들었죠. 그렇지만 모든 걸 받아들이니까 편해요. 발버둥쳐야 무슨 소용입니까? 어차피 죽는 건데.”

그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철창 안으로 되돌아갔다. 그가 지금은 천국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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