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쇼와 재난 드라마를 뒤섞으며 장르혼합 드라마의 출발을 세계적으로 알린 ABC의 <로스트>에 대한 새로운 소식. 현재 3시즌 18번째 에피소드를 방영 중인 <로스트>는 한때 2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며 시청률 1위를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시작된 시즌3은 그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스트>의 제작자인 데이먼 린델로프와 칼튼 큐즈는 <로스트>의 부진을 편성과 산만한 이야기 구성으로 보고 다소 파격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로스트>는 3년 동안 더 방영될 계획이다. 새 시즌들은 지금보다 더 짧은 분량이지만 중간에 쉬지 않고 방송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로스트>의 다음 세 시즌은 각각 16개의 에피소드를 가지게 되고, FOX의 <24> 스타일처럼 중간에 1, 2주 정도 쉬는 시즌 브레이크 없이 이어지게 된다.

사실 <로스트>의 부진은 경쟁 드라마들 때문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네버 엔딩 스토리’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최초의 조난자들과 충돌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갇힌 섬의 비밀에 대한 단서가 하나씩 밝혀지는 구조는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이에 대해 ABC 엔터테인먼트를 총괄하고 있는 스티브 맥퍼슨은 “이렇게 해야만 이 이야기의 독특한 특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시리즈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힌다. 이런 방식으로 방영 중에 미리 종영 시기를 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사안은 이미 지난 2월에 <로스트>의 제작진이 방송사와 논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결정은 <로스트> 자체에 집중하려는 ABC의 전략이기도 하고, 이런 식의 복합장르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데이 브레이크>를 일찍 종영시킨 바 있는 ABC로서는 <로스트>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CBS의 근미래 재난 드라마이자 음모론이 지배하는 <제리코>처럼 복잡한 플롯의 드라마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시즌 브레이크 이후에는 기존의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는 반응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결정은 <로스트>를 우아하게 결말짓기 위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제작진은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로스트>의 이야기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마침내 놀라운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힌다. 과연 무인도에 갇힌 승객들은 어떤 반전을 마주하게 될 것인가. 최종 시즌까지 생존을 위해 투쟁할 사람들은 오셔닉 항공 815편의 생존자들과 사이에드 자라(나빈 앤드류)와 잭 셰퍼드(매튜 폭스), 케이트 오스틴(에반젤린 릴리)을 비롯해 그들이 오기 전부터 이미 섬에 정착해 살고 있던 위험한 그룹인 ‘아더스’의 리더 벤자민 라이너스(마이클 에머슨) 등으로 결정되었다.

(글) 차우진 lazicat@t-fa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