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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핏 언더 six feet under 2x05 - 마지막까지 철저히 혼자였던 어느 독신 여성의 외로운 죽음 (스크롤)

aaa 2006.12.20 20:47:20
조회 556 추천 0 댓글 21

0. 연말입니다. 연말에 더 외로우신 분들 많으시지요. 그런 분들을 위한 에피소드입니다.

1. 한 여성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열쇠 등 소지품을 정리하고 천천히 신발을 벗습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부엌에서 자신에게 온 우편물 - 얼핏 보기에도 진짜 편지와는 거리가 먼, 거의 고지서들 뭉치인 듯 합니다. -을 살핍니다. 그 사이 전자렌지에 넣어둔 저녁은 다 돌아갔다는 신호음이 들리고, 이 여성은 전자렌지에서 막 꺼낸 고구마와 야채 등이 담긴 플라스틱 그릇을 TV가 놓여진 식탁으로 가져가 물 한잔과 함께 먹기 시작합니다. TV에서는 올해의 영화들 어쩌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여성은 그런 무의미한 내용에 관심이 없었는지 곧 전원을 끄고, 무심히 밥을 먹으면서 틈틈히 옆에 둔 신문의 십자말 풀이에 열중합니다. 그러다가... 이런, 제대로 씹지 않고 무심코 삼킨 고구마 한조각이 단단히도 목에 걸린 듯 합니다. 가슴을 몇번 두드리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는듯. 급하게 물컵에 손을 뻗지만 일이 틀어지려는지 바로 앞의 물컵도 손에 온전히 닿기 전에 옆으로 쏟아져 버립니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당황하는 사이 숨은 점점 더 막혀오고, 이 여성은 필사적으로 물을 마시기 위해 물컵을 쥐고 자리에서 허둥거리며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언제나처럼 식스 핏 언더의 매 에피소드 오프닝의 하얀 암전과 묘비명이 뜹니다. 에밀리 프레빈. Emily Previn. 1954 - 2001 제작진들은 이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는지, 결국 이 여성의 시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는지까지의 모습을 기어이 보여주고야 맙니다. 가족들에게도, 친척들에게도, 그리고 며칠씩이나 일하러 나오지 않아서 궁금했을 직장 동료들에 의해서가 아닌, 그저 "양배추 썩는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라는 이웃 주민의 항의에 의해 관리인에게 발견되었을때, 그녀는 일주일동안이나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그 차가운 부엌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부패되고 부풀어오른 채로. 그녀가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찾았을 물 한잔조차 결국 허용되지 않은, 빈 컵을 쥔 손에는 무수히 많은 개미때들만 기어다니고 있을 뿐. 식스 핏 언더가 5년간 방영되면서 수많은 인트로 죽음 에피소드 들이 나왔지만,  그 수많은 죽음들 중에서 대사 하나 없는 이 독신 여성의 외로운 죽음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죽음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엔 무엇보다 역시 "죄책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외로운 여성이 혼자서 목이 막혀 누군가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죽어가고 있을때 처음부터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리고 그 후에 일주일이나 시신이 부패속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눈앞에서 보았을때의 마음 한켠의 막연한 죄책감과 슬픔이... 이 에피소드를 그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외로우신 몇몇 분들에게는 이 여성의 죽음이 어쩌면 자신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더욱더 가슴아프게 받아들이셨을 수도 있겠지요. 이 드라마 속의 한 캐릭터도 그러했습니다. 피셔가의 어머니인 루스 아줌마 입니다. 2. 에밀리 프레빈 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생전에 이미 피셔 앤 선즈 장례식장에 자신의 사후를 대비하여 미리 장례식을,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때 쓰일 성경 구절과 음악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해 놓고 돈까지 모두 지불했습니다.(이런 경우를 전문 용어로 pre-need 라고 한답니다.) 피셔가 사람들은 이 여성의 장례식을 준비 하면서 왜 한 40대 여성이 혼자 아파트에서 목이 막히는 사고로 질식사 했는데 일주일이나 그대로 방치되어있을 정도로 아무도 몰랐는지 궁금해 하다가 서서히 이 여성의 사정에 대해 알게 됩니다. pre-need 서류에 적힌 가족과 친척들의 연락처로 연락을 해 보았지만 모두 죽거나 연락 불가이고, 직장도 한곳에서 일한것이 아닌 여기저기 임시직으로만 일했었기에 직장 동료도 친하게 아는 사람이 없고, 연락이 가능한 친한 친구도 없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피셔가의 자식들은 이 여자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에밀리 프레빈이란 이 여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라는... 혹시 이 여자는 자신은 사람들이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자폐증 환자가 아니었을까 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이 거지같은 세상과 따분한 사람들에 대해 지긋지긋해 할 정도로 십대의 허무주의 열병을 앓고 있는 막내딸 클레어가 그녀를 대신하여 한마디 합니다. "오빠들 정말 짜증나네. 왜 그 여자를 정신병자로 몰아붙이는거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정관념대로의 인생을 따르지 않아서? 그런게 그녀가 정말로 원했던 삶이었는지 모르잖아. 귀찮게 구는 사람도 없고말이야."colo=blue> That's really upsetting. I don't see why this person has to be mentally ill... just because she had a life that doesn't conform to a familiar image in our heads. Maybe she was living the life she wanted. A life without the hassle of other people.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자식들의 대화를 듣기만 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실 정도로 화를 내신것은. "그게 무슨 사람 사는거니?" What kind of a life is that? 엄밀히 말하면 피셔 앤 선즈 장례식장의 한 손님일 뿐인 아무런 안면도 없는 한 여성의 죽음에 어머니가 왜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갑자기 화를 내시는지 자식들도, 그리고 루스 자신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루스 아줌마는 이때 이미 미묘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여성이 의식을 잃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느꼈을 뼛속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이, 이미 자신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감정이라는 것을... 이러한 감정은 루스 아줌마의 환상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언제나처럼 집안 청소를 하던 중 부엌 정리를 하려고 싱크대 문을 여는 순간, 평소와 달리 속이 텅 비어있는 싱크대가 나타나고 주위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아무런 사람 사는 세간살이 흔적도 없습니다. 놀란 루스 아주머니가 텅빈 집안을 두리번거릴 때, 아무도 없는 집의 소파에 홀로 덩그라니 누워있는 아주머니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아주머니는 자신의 미래의 최후의 모습을 본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은 그저 아줌마의 외로움이 만들어난 잔인한 환상이었을 뿐일까요. 3. 지하실에서는 이미 페데리코가 에밀리 프레빈의 시체 복원을 위해 한창 고군분투 중입니다. 앞치마 정도로 끝났던 평소와는 달리 페데리코의 이번 복장은 거의 중무장 수준이군요. 통풍이 되지 않는 장소에 일주일이나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엄청나게 부패되어 악취를 풍기고있고, 쓰러진 그대로 얼굴에 바닥에 눌린 자국이 선명한, 무엇보다 시신 전체가 가스로 가득차서 마치 고도비만환자처럼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여성의 시신을 보고 네이트는 질겁합니다. 인간은 죽으면 정말로 그저 '생물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으면서. (We really are just biology, aren't we.) 아무리 "신의 손"을 자랑하는 시체복원사 페데리코이지만, 그리고 "내가 시신에 구멍을 폭~ 내면 아마 가스가 풍선처럼 한꺼번에 슉~ 빠져버릴꺼야~"라며 네이트에게 애써 평소처럼 너스레를 떠는 페데리코이지만, 이런 시신의 경우는 그도 어쩔 수 없었는지 유가족들에게 영결식때 시신이 복원 불가일 정도로 많이 손상될 때의 경우인 "닫힌 관"으로 권유할 것을 네이트에게 요청합니다. 하지만 유가족도 전혀 없는 상태이고, 무엇보다 이미 그녀가 pre-need 로 자신의 영결식 때 "열린 관"(open casket) 을 원했었다는 사실을 듣고, 그것이 이 여성이 원했던 거라면 자기도 한번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노라 말합니다. 약품을 좀 더 넣고 부기가 빠져보길 기다려 보자며, 그리고 살갗이 더이상 벗겨지지 않기를 바라며... 어쩌다가 이 여성은 이렇게 죽어서까지도 안타까운 신세가 되었을까... 네이트는 안쓰러운 마음에 순간 이런 말까지 하게 됩니다. "아마 이 여자는 정말 못된 마귀할멈같은 여자였을지도 몰라. 사람이 너무 마녀같아서 친구들도 없었던게 아닐까." Maybe she was just some vicious asshole, you know? Just twisted and evil. Maybe that's why she didn't have any people in her life. 하지만 페데리코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니. 시체만 봐도 그 사람 인생을 알 수 있어. 이 분은 적어도 제대로 된 삶을 살았던 것 같아." No. You can tell what kind of life people lived even when they're dead. Yeah, she was all right. 시체복원사로서 이미 수많은 시체를 접했을 페데리코의 시체에 대한 통찰력이랄까...  이런것이 날카롭게 드러난 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2x01화에서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게다가 가족과 친구들마저 돈 문제로 모두 그녀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러줄 것을 외면해서 결국 마분지 상자에 담겨 화장터로 가게 된 한 천사같은 외모를 가진 21살짜리 어린 헐리웃 단역 여배우의 시신을 앞에 두고, 왠지 불쌍하다는 네이트의 말에 페데리코는 차갑게 대답합니다. 이 여자아이는 자신의 소중한 삶을 함부로 굴리다 갔을 뿐이라고, 결국 그렇게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팠던 거라고요. (She threw her fucking life away. It's not sad. It's pathetic.) 에밀리 프레빈의 경우와 전적으로 비교되지요. 개인적으로 페데리코가 에밀리 프레빈의 시신을 두고 한 짤막한 언급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흉한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충실하게 살았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만 남을 뿐. 페데리코의 이러한 말들이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에밀리 프레빈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장례식때 입혀 달라는 에밀리 프레빈의 pre-need에 들어있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게 되자, (일주일간 방치된 시체가 부풀어오르면서 옷까지도 함께 손상이 되었으니까요) 루스아줌마는 자기들이 못입는 아무 옷이나 대신 시신에 입혀 보내려는 무심한 아들들을 탓하며, 자신이 직접 에밀리 프레빈의 영결식을 위한 옷을 고르러 그녀의 아파트로 갑니다. 문을 열어주는 아파트 관리인은 아들의 축구시합이 겹쳐서 에밀리 프레빈의 장례식에 못가겠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무엇보다 자기도 그 여자를 아파트 세입자로서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요. 제작진이 굳이 아파트 관리인의 이러한 냉정한 말을 넣은것이, 결코 그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시각은 아닌듯 싶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와 관련된 일이 더 급한법이지요. 더구나 요즘과 같은 현대사회에서는요.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했지요. 보신 분들은 모두 기억하시겠지만, 피셔가 사람들이나 페데리코나 다들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일에는 얼마나 철저하게 이기적이었는데요. 이 드라마는 언제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에피소드 내내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그러한 죽음을 상대하는 주인공들의 일상은 언제나 자기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와 갈등들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지요. 주인공들의 가장 밑바닥까지의 추한 모습들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내 인생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날것의 그런 시각이, 이 식스 핏 언더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였지요. 이렇게 루스 아줌마는 드디어 자신이 궁금해 하던 에밀리 프레빈의 일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기회를 가집니다. 아파트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발견되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식탁에는 그녀가 미쳐 다 풀지 못했던 신문의 크로스워드 퍼즐과 연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옷장의 옷들도, 신발도 주인의 마지막 손길이 닿았던 그대로이고요. 냉장고를 열어봅니다.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음식들만 듬성듬성 채워져 있는 황량한 냉장고는 또다시 루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았는지, 네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마도 그녀는 고독을 즐겼나봐요. 원하던 삶을 살며 행복했을지도." Maybe she liked solitude. Maybe she was living the life she wanted and was happy. "그랬으면 좋겠구나." I hope so. "하지만 밤중에 누군가 그리워서 수화기를 들었는데 전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거 알았을때 어땠을까..." But what if some nights, she wanted to talk to someone...and she picked up the phone... and realized she didn't have anyone she could call? What then? 이 가슴아픈 대사는... 루스 아줌마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네이트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요. 그리고 또한 이 세상의 수많은 외로우신 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5. 에밀리 프레빈의 마지막 소원이던 열린 관 open casket 이 가능할 정도의 시체 복원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단순히 복원의 정도를 물어보는 네이트에게 페데리코는 순간 지나칠 정도로 화를 버럭 냅니다. 밤 늦게까지 매달렸지만 지나치게 부패되어버린 피부가 미친듯이 자꾸만 벗겨져서 복원 자체가 불가능했다고요. 유능한 시체복원사인 자신이 지금껏 복원하지 못한 유일한 시체라는 자괴감과, 고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미인함과 안타까움이 합쳐져 순간 그토록 신경질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 페데리코는 곧 네이트에게 사과합니다만, 저도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은 심지어 얼굴의 절반 이상이 흔적없이 날라가 버릴 정도가 되어도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이 가능했었는데,(1x08화) 오히려 상처라고는 하나 없이 그저 음식물이 목이 메는 사고로 돌아가신 이 여자분은 결국에는 가장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본인의 의도와 달리 close casket 상태로 땅속에 묻히게 되었다는것이 참 아이러니하면서 슬펐습니다. 에밀리 프레빈의 그런 모습이 어쩌면 그녀가 평생동안 함께했던 철저한 외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6. 마침내 에밀리 프레빈의 장례식날... 피셔 앤 선즈 장례식장에는 예상했던데로 역시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pre-need 때 미리 돈을 지불했던 오르간 주자만 그녀가 자신의 영결식때 울려퍼지기 원했던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요. 사람이 없어서 슬슬 장례식을 접으려는 찰나, 루스 아줌마가 옵니다. 에밀리 프레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네이트에게 조금후 잭 신부님이 장례미사를 위해 곧 오실것이니 영결식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루스 아줌마는 지하실에서 또다른 시신을 작업중이던 페데리코도, 깨질듯이 머리가 아파 침대에 누워있던 둘째아들 데이빗도, 짜증나는 학교와 세상일에 지쳐 아무 생각없이 TV쇼를 보고있던 막내 클레어에게까지 모두 한명한명 직접 찾아가 에밀리 프레빈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을 요구합니다. 자식들과 직원은 영문도 모른 채 루스 아줌마의 갑작스런 요구에 툴툴거리면서도 일단 모두 그 자리에 참석합니다. 피셔 앤 선즈 사람들만이 모인 조촐한 장례식장, 잭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우린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도 에밀리 프레빈을 잘 모르지만 그녀를 잘 아는 사람도 아마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교류도 없는 인생을 살아서 뭐 하냐고도 하겠지만 그건 저희의 섣부른 오만한 생각이 아닐까요?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서로를 도우며 살아갑니다. 저는 고인이 된 분을 이렇게나마 알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세상에 온 이유가 있고 그걸 배우는 게 우리 몫입니다. We gather to mourn the passing of Emily Previn. I did not know Emily Previn. From what I gather, few, if any, people did. People might wonder what point there is in leading a life... where you don't touch any other lives. But it would be arrogant of us to assume that. Every life is a contribution. We just may not see how. I'm glad to encounter Emily Previn, even if it is in death. Everyone comes into our life for a reason... and it is our responsibility to learn what they have to teach us. 잭 신부님의 저 말씀을 듣고 저 역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이 여성의 외로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고...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것도... 결국은 우리의 오만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에밀리 프레빈은 분명 어떤 삶을 살았습니다. 그 인생이 어떠했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시겠지요. 정말로 에밀리 프레빈이 매번 철저하게 외로움에 몸부림칠 정도의 그러한 삶을 살다 갔다면... 40대 초중반이라는 나이 이전에 이미 자신의 죽음을 차분히 대비하고, 마태복음 11장이라는 명확한 성서의 구절과 "나는 떠나는게 아니예요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라는 흥겨운 노래까지 정확히 요구한 자신의 장례절차를 미리 준비하는(pre-need) 그런 침착한 모습은 보여지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까지 애타게 찾았을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의 손길도, 꽉 막힌 목을 시원하게 해줄 물 한잔의 자유도, 일주일동안이나 아무도 찾지 않는 속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었을 그녀의 시신도 결국 그녀가 평생 원했을 아름다운, 당당한 모습의 마지막 장례식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하게 혼자일수밖에 없었던 에밀리 프레빈이라는 한 고독했던 여성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저는...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아마 저 역시도 이 에피소드에서 루스 아줌마가 그러했듯이, 그녀가 느꼈을 고독함이라는 감정에서 크게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서... 그러한가 봅니다. ------------------------------------------------------------------------------------------------------------ p.s.1 루스 아줌마의 철저한 외로움은 그녀가 챙겨주려 노력했던 에밀리 프레빈의 장례식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아래의 동영상과 글은 예전에 작성했던 글인데, 이 에피소드와 깊이 연관되어 있어서 다시한번 소개할까 합니다.
한때는 많은 식구들로 떠들석 했을 저녁시간의 피셔 가의 큼직한 식탁이지만 지금 루스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 모두 자기 인생을, 자기 사랑을 찾느라 바쁘네요. 루스는 부엌에서 천천히 스테이크를 굽고, 야채를 삶고,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가져옵니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천천히 고기를 자르고, 천천히 씹어 삼킵니다. 억지로 꼭꼭 씹어 삼켜 없예려는것이 접시에 있는 맛없는 고기인지, 미칠듯한 외로움인지는 루스도 잘 모릅니다. 차 한잔 타들고 우연히 거실로 왔는데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 어렸을때의 사진들 액자가 오늘따라 눈에 밟힙니다. 어렸을때의 아이들은 정말 천사같은 얼굴로 사진 속에서 웃고 있어요. 그때의 아이들은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요. 일찍 시집와 자신의 모든것이나 다름없던 천사같던 아이들도 이제는 다 커서 제갈길을 가려 하고... 루스가 아무리 자식들과 조금이나 소통하려 노력해도 그들은 그저 엄마를 이 오래된 장의사 집의 한 구석에 서 있는 골동품 가구로밖에 생각을 하지 않는듯 싶네요. 마침 오늘 피셔가에서 있었던 장례식은 혼자 살다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발견된 한 여성의 시신이었습니다. 루스 아줌마는 마지막까지 철저히 혼자일수밖에 없었던 그 여성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 액자를 어루만질 수 있듯 손에 잡힐듯한 생생한 기억속의 나의 아이들은 저렇게 천사처럼 예쁘게 웃고 있어요. 그 미소를...그때의 행복을... 이제는 다시는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자 그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날 뿐. 정말로 외롭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듯 싶습니다. ------------------------------------------------------------------------------------------------------ p.s.2 마지막으로, 이 에피소드와 관련된 시 한편을 소개하면서 끝낼까 합니다. 아래의 시는 Reading Six Feet Under : TV to Die for (http://www.amazon.com/Reading-Six-Feet-Under-Contemporary/dp/1850438099/sr=8-1/qid=1166561868/ref=sr_1_1/002-0200841-5535226?ie=UTF8&s=books) 라는, 식스 핏 언더의 분석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책에서 (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이 식스 핏 언더라는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 이상으로 작품 자체가 깊이 있게 이야기할 거리가 굉장히 굉장히 많았지요) 루스 아줌마와 중년 여성의 외로움과 관련된 글이 나올때 소개되었던 시 입니다. 해석은 직역은 이상해서 그냥 최소한의 뜻이 통할 수 있는 정도로만 했습니다. Emily Previn, 1954-2001 I choked on the life God gave me when Death made a catch in my throat. There was no one around who could save me, so I choked on the life God gave me. There was no one I knew to engrave me, so a less estranged stranger took note: I choked on the life God gave me when Death made a catch in my throat. 저는 식사 중 우연히 기도가 막혀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제가 홀로 죽어가고 있을때 아무도 저를 구해줄 이가 없었고 제가 죽은 후에도 제 지인중에는 아무도 저를 묻어줄 이가 없어서 어떤 고마우신 한 타인 분이 저의 마지막을 돌보아 주셨습니다. She picked out the clothes for my dressing in the casket I wished open wide, while her son hated being left guessing. She picked out the clothes for my dressing, while her son called me names for expressing my life as one long solitude. She picked out the clothes for my dressing in the casket I wished open wide. 그분은 제가 원했던 열린 관 속의 저의 마지막을 위해서 옷을 골라 주셨습니다. 그분의 아들은 어머니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저의 인생을 가리켜 철저히 고독속에 홀로 살다 간 여자라며 함부로 말했었지만요. That same woman stood in the chamber wondering if she would end up like me: there was no one to call, to remember. That same woman stood in the chamber, seeing Death was a solitary number (and her children all there to agree). That same woman stood in the chamber wondering if she would end up like me. 그분은 혹시라도 당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장례식에 아무도 연락할 이들이 없고, 아무도 저를 기억해주지 못하는 저처럼 그러한 쓸쓸한 최후가 될지도 모름을 두려워하며, 그리고 자식들도 공감했듯이 죽음이란 정말 지독히도 쓸쓸한 것임을 다시한번 느끼며 , 그 죽음보다 더 깊은 외로움에 휩싸여 홀로 방에 서 있었습니다. Peter Wi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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