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플로리다 주, 허리케인으로 제작사들이 촬영지 옮겨 울상</H2>

플로리다 주에서 촬영중, 무려 세번이나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은 <덱스터>. 결국 남부 캘리포니아로 촬영지를 옮겨야 했다.

“시궁창 촬영지는 더 이상 싫어.” 폭스TV의 <닙턱> 스탭진들이 플로리다의 날씨를 견디다 못해 전면철수를 감행했다. <닙턱> 제작자들은 촬영세트가 있고 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파일럿 프로그램까지 제작한 플로리다를 떠나 햇살이 내리쬐는 로스앤젤레스를 택했다. 이 같은 도피는 비단 <닙턱> 제작진만의 일이 아니다. CBS의 <CSI: 마이애미> 쇼타임의 <덱스터> 제작진 역시 플로리다를 뒤로한 채, 자연재해의 우려가 없는 화창한 남부 캘리포니아로 발길을 옮겨야했다.

제작사들이 이렇게 플로리다 주를 떠나는 것은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 때문이다. 원래 플로리다는 쾌적한 기후로 세계 최대의 휴양지이자 한해 수십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가 제작되는 최고의 촬영지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허리케인 때문에 촬영에 타격을 입으면서 기피 촬영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태풍보다 강도가 센 허리케인은 주로 6월에서 12월에 발생하는 자연재해. 작년에는 예상 밖으로 8월 중순에서 10월 중순으로 옮겨갔고, 그 결과 제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어야 했다. <덱스터>의 제작자 사라 콜렉톤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동안 세 번이나 허리케인을 맞았다. 보험에 든 기간이 아니라 그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됐다.”며 촬영지 이전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한다. 결국 <덱스터>는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에서 찍어놓은 소스와 뒤늦게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촬영한 소스를 섞어서 만들어야 했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대표적 시리즈물인 CBS의 <CSI: 마이애미>

제작사의 외면으로 정작 곤혹에 빠진 것은 남겨진 플로리다 주다. 관광사업이 주요 수입원인 플로리다 주로서는, 관광지로 명성을 드높일 각종 TV와 영화의 ‘촬영지’라는 수식어가 필요한 것. 플로리다 주는 자구책으로, 지정된 기간에 허리케인으로 인한 손실을 입을 경우 제작사에 15%~20%의 세금을 감면 해 주는 새 개정안을 도입할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세금 감면이 한번 발길을 돌린 제작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덱스터>의 제작자 클라이드 필립스는 이 같은 주 정부의 제안이 소용없다고 전한다. “세금감면으로 지정된 날이 아닐 경우, 100%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감면을 해주자는 것도, 보상을 해주자는 것도 아닌 셈이다. 어떤 제작사가 잘못 되면 하루치 촬영비가 그냥 공중분해 돼 버리는 모험을 감당하겠는가.”

제작사들의 우려에도 불구, 플로리다 주는 허리케인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자연재해 중, 지진이나 토네이도보다 허리케인을 겪을 가능성이 적으니 지레 겁먹고 프로그램 제작을 모두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달 세금감면안에 대한 개정법을 추진, 빠르면 5월부터 실행 할 방침이라며 제작사들을 설득 중이다. 주 정부의 이 같은 촬영유치에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도 전해진다. USA 넷워크는 얼마 전 드라마 <번 노티스 (Burn Notice)>의 파일럿을 플로리다에서 제작하였으며 4월 말에서 6월까지 13편의 에피소드를 모두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또, 마이애미 여성을 그린 HBO의 <휘트니 (Whitney)> 역시 <번 노티스>의 성공여하에 따라 이곳에서의 촬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촬영 기간은 제작진 등 스태프들의 숙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의 성공 여부에 따라 관광 수익까지 노릴 수 있는 것이 촬영지 유치의 이점이다. 플로리다 주정부가 안달을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 유치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프로도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뉴질랜드의 경우만 보더라도 촬영장 유치는 지금 플로리다 주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