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HBO의 <로마> 시리즈의 시즌2가 끝났다. 시즌1에서 평균 74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은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시즌은 ‘더 없이 완벽한 정치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음에도 워낙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는 대하시대극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을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 대서사시의 완결에 국내를 비롯한 많은 팬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대안은 찾기 마련이다. 그동안 <퀴어 애즈 포크>, <덱스터> 등을 제작, 방영한 미국의 케이블 채널 쇼타임이 4월 1일부터 선보이게 될 새 시리즈를 주목해보자. 바로 영국 국왕 헨리 8세를 주인공으로 튜더 왕조를 다루게 될 <튜더스>가 그것이다.

16세기 영국에 광풍을 몰고 온 <튜더스>의 핵심인물들

역사적으로 알려진 대로, 헨리 8세는 16세기 영국의 국왕으로 왕비 캐서린과의 사이에서 자녀가 없자 궁녀인 앤 불린과 결혼을 한 인물이다. 문제는 당시 영국의 국교는 카톨릭으로, 로마 교황청이 헨리 8세의 이혼과 재혼을 인정하지 않자 헨리 8세는 이에 반발하여 영국 국교회를 설립, 종교개혁을 단행한 인물이다. 서술하자면 단 몇 줄로 정리되는 이 사건은 영국을 카톨릭 교회로부터 독립시킨 역사적 사건이자, 관련된 수많은 인물들을 단두대로 보내버린 대비극이었다. 물론 이 비극의 중심에는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스캔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가들에 의해 ‘천일의 앤’이라는 별칭을 얻은 앤 불린은 영국 여왕으로서 천 일 동안의 권력을 누리다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희대의 로맨스는 지난 2000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천 년 동안 가장 유명한 스캔들’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고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이야기는 최근 국내 번역된 소설 <천일의 앤 불린>을 포함해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 각색되기도 했다. 쇼타임이 선보이게 될 <튜더스>는 호색한으로 알려진 헨리 8세와 그의 아내들, 그리고 영국 왕실을 둘러싼 암투와 음모, 배신과 사랑을 다루게 된다.

조나단 라이 마이어스, 혹은 헨리8세

헨리 8세와 앤 불린(나탈리 도머)

<튜더스>에서 헨리 8세를 연기할 배우는 <슈팅 라이크 베컴>, <벨벳 골드마인>, <매치 포인트> 등의 영화와 휴고 보스, 베르사체의 모델로 알려진 조나단 라이 머이어스다. <튜더스>는 헨리 8세의 여성편력과 그것이 권력 암투와 긴밀히 맞물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극의 표현 수위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조나단 라이 마이어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튜더 왕조 시대의 사람들은 현대인들보다 섹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해봐라, 그 시대에는 해가 지면 아무 것도 없던 시대였다. TV도 없고, 아이팟도 없고, 나이트클럽도 없던 그 시대에 사람들이 할 수 있던 건 그저 읽고 마시고 즐기고 노래하고, 그러다가 내키는대로 아무하고나 자는 것이었던 거다!”라고 말하는 그는 사실 처음에는 <튜더스>의 캐스팅 제의를 뿌리쳤다고 한다. “쇼타임 측에서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시점이 29살의 헨리 8세의 이야기이고 마침 나와 같은 나이인데다가 당시 그가 건장한 미남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수락했다. (웃음)”

사실 쇼타임은 <튜더스>의 제작과 홍보비용으로 3천 8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HBO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에피소드가 시작된 후에는 본격적인 홍보를 위해 수백만 달러가 추가로 투자될 예정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튜더스>의 이야기가 너무나 광대하고 흥미진진하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곳곳에 현대적인 감수성을 결합해서 세련된 사극이 될 것이라고 밝힌다. 쇼타임으로서는 <튜더스>에 핑크빛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고, 조나단 라이 마이어스로서는 이 대하서사극의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튜더스>는 미국 현지 시간으로 4월 1일 일요일 오후 10시부터 22주 간 프라임타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