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인연의 등장은 기존의 세계를 부숴버리는 총알 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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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전제는 '이미 조화로운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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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이미 망가진 세계에서 시작한다.
우진의 엄마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갔다.
아마도, 자신의 상실감, 힘든 가정 상황, 아빠 없이 크는 우진에 대한 미안함 등등을 가지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겨우 현재만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오판이었다. 전체적인 세계로 봤을때, 질서있게 흘러가고 조화롭던 세상에 균열이 생긴다.
(드라마 후반에는 생략됐지만, 초반에 조화를 깰 때 마다 이상현상이 나타난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 등)
심지어, 우진 모는 남편을 구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조화를 깬 범인에다, 자신이 조금 늦었다는, 그래서 남편이 죽은거라는 죄책감까지 안고 살다보니, 치매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 이미 망가진 세계에서 우진과 주혁 또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들만 조합해보자.
남편을 구하지 못한 우진 모는 사위 주혁에게 (*이전에 세상보다) 더 큰 의미를 뒀다.
이는 주혁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지만, 세상이 조화가 깨져서 일부러 주혁의 사정을 꼬이게 한) 장인의 기일 등을 챙기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우진 모는 힘들어 할 수 밖에 없고, 그걸 본 우진은 더 힘들어서 주혁에게 화를 내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이 악순환의 최종 결과는 더욱 치명적이다. 현재 삶에 불만이 가득해진 주혁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 우진에게(조화가 깨져 맞추려던 세상에게) 시달리던 주혁은 (이전 세상에 우진 모처럼) 욕망에 눈이 멀었다.
그는 세상을 더 망가뜨린다. 주혁은 아예 우진과 인연을 끊어버린다. 결과는 더 최악이다.
주혁은 물론, 주변인들의 삶이 모두 꼬여버린다.
게다가, 또 과거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
심지어, 2번의 세상을 겪고 치매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우진 모가 우진을 '남편을 구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우진이 이 작품에서 가장 긍정적인 캐릭터긴 하지만, 그녀가 가진 선택권의 유혹이 엄청나다.
우진은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을 수 있고, 일찍 죽어버린 아빠를 되살려 미쳐버린 엄마를 구할 수 있다.
우진은 생각도 않고 톨게이트로 달려간다. 그녀가 휘두르는 운명 때문에 이 다음 세상도 세상은 망가질 게 뻔하다.
====> 그렇지만, 작품은 한가지 변수를 집어넣는다. 이미 세상을 망쳐봤던 주혁이 그 세계에 합류한 것이다.
분명히, 우진은 돌아가자마자 아빠를 살리고, 종후와 자신이 엮었던 인연을 푸는 등 조화를 깨뜨리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이전 두번의 세계와 다른 점은 그 어긋남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우진과 연결된 주혁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난의 길을 걷는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이자, 고통인 우진(으로 파생되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이 세상에서 주혁은 모든 고통을 다 받아들이며,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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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상은 조화로운 상태로 돌아온다.
세상이 정상화 됐다는 징표는 노숙자 아저씨다.
자신을 신과 인간 사이의 존재라고 칭하는 아저씨.
그가 세상을 포기한 노숙자 신세가 아니라, 후련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
아저씨는 마법처럼 찾아와 주혁을 택시에 태우고 말한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고, 행복하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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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혁은 이 사실을 믿을수가 없다.
인간이 신의 뜻을 이해하려면 그 눈으로 현상을 봐야 한다.
그래서, 세상이 다가간다. 우진과 함께.
주혁이 우진과 세상을 거부하고, 거부하다 꺠닫는 순간이 있다.
교통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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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가 깨진 세상에선 인명피해를 냈던 교통사고.
세상은 주혁이 기억하는 그 사고 현장에 우진을 끼워넣는다.
당연히, 주혁은 우진을 살리려고 자신의 목숨을 던진다.
이미, 그는 삶에 대해 초연하기 때문이다. 불행의 씨앗인 자신은 죽어도 마땅하고, 자기땜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한 우진은 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회복됐기 때문에, 차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주혁이 감내할 고통은 이제 없다. 그는 다시 우진과 이어져야만 한다.
트럭이 들이받지 않은 순간, 그러니까 지난 세계와 달라졌다고 느낀 순간 주혁의 무의식은 깨달았을 것이다.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내가 불행의 씨앗이 아니구나.
저번 세상에서 끔찍한 사고였던 순간은 오히려, 우진과 주혁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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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정말 재밌게 봤지만,
프롤로그에 우진 모가 과거로 가서 아빠를 구하려다 실패했던 장면이라도 넣어서
이미 주혁과 우진이 망가진 세상에 살았다는 것만 보여줘도
주혁이 이렇게 밉상 캐릭은 아니었을 거라고, 작품은 좀더 사람들이 보기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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