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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충이 자급자족으로 써보는 TS물 - 2화.txt모바일에서 작성

00(58.121) 2016.09.22 11:46:02
조회 163 추천 3 댓글 3


* 놀랍게도 딱히 1화를 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1화 보고 싶으면 링크 달라고 댓글에 써주면 올릴게요..











구급차가 왔을 땐 이미 모든 게 끝나있었다.

"학생 무릎 다쳤어요. 소독해 드릴게요."

"..네."

따끔하다. 잊고 있던 따가움이 이제야 팔다리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방대원 분들이 부르신 앰뷸런스에, 같이 태워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사실 내가 멀쩡하고 말고를 떠나서 나 역시 교통사고 피해자이므로 부탁하지 않았어도 같이 가게 되었을 모양이었다.

한동안 앰뷸런스 안이 분주했다. 나는 괜찮다고 만류했지만. 내게도 간호사 한 분이 붙어 간단한 치료를 해주셨다. 다른 분들은 성심성의껏 내 친구의 상태 파악에 들어가셨고.

"학생 이름이 어떻게 되죠?"

"증후요. 권증후."

"학생 친구 이름은?"

"현상이요. 유현상."

"증후 학생. 걱정 크게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현상 학생은 지금 저희가 보기엔 별다른 이상이 없거든요. 사고가 나면 놀라서 이렇게 기절하는 경우를 저희가 자주 보거든요. 하지만 백이면 백 아무런 이상 없이 금방 회복하고 일어나니까 걱정 마세요."

앰뷸런스의 침상은 이제 잠잠하다. 간호사 분들은 필요한 작업만 늦추지 않은 채 주시하고 계실 뿐이다. 눈 따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내 친구의 얼굴은 너무나도 창백하다.

무슨 백설공주 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현상이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니, 지금은 나만이 웃을 수 있는 농담이다. 일어난다면, 현상이가 일어난다면 전과 같을 것이라고 농담으로라도 말할 수가 없다.

"그래요 학생. 웃으니까 좋네. 정말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요. 병원도 가까워서 금방 도착해요."

현상이가, TS 되어 버렸다.

길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는 현상이를 잡아 일으켰을 때. 그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맨손으론 화상을 입을 만큼. 시야를 가릴 정도로 자욱하게 일어나는 연기에, 현상이의 몸에 불이 붙었다고 믿었다. 그래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손조차 잡아주지 못하고, 친구가 변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았다. 믿지도 않는 신에게 그저 친구가 고통스러워하지 않기만을 빌었다.

연기 속에서 현상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 친구는 정말로 재수가 지지리도 없는 놈이라서, TS 바이러스인지 뭔지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내 친구는 다행히도 살아있다. 오늘은 나도 죽다 살아난 기분이라, 살아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여긴 응급실이다. 병상에 누운 현상이에겐 흔한 링거조차 꽂혀있지 않아 썰렁하다. 정말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게 말이 되나.

'제가 119 부른 건 교통사고도 있지만 사실 그게 요점이 아니고 얘가 엉겁결에 TS 되어 버렸거든요? 예?'

그렇게 말해버리진 못했다. TS 되어버린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내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 두렵다. 까만 선글라스 낀 아저씨들이 와서 끌고 간다는 소문 따위를 믿는 건 아니지만. 알리더라도 확실히 믿을 만한 곳에 먼저 알려야 한다는 정도의 판단은 섰다. 말을 주워담는 게 훨씬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아니까.

"학생. 보호자 분들껜 연락 드렸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던지는 질문에 식은땀이 흘렀다. 건성으로 예, 하고 대답했지만 망설였다. 알려야 하겠지. 그런데 아직 섣불리 뭘 하기 두렵다.

"환자분이 깨어나면 다시 문진을 좀 해봐야겠네요. 몇 가지 간단하게 물어보면서 검사해야 하니까 불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의사라고 해서 눈으로 슥 보고 '이건 분명히 TS 발병 증세렸다.' 하고 판정을 내려버리는 일은 없었다.

의사 선생님까지 나가버리고 나니, 병실이 한적하다. 오늘도 세상은 평화로웠다는 듯이. 어쩌면 여기 누워있는 여자애는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이고, 중간 어딘가에서 현상이랑 바꿔치기 당했다고 해도 믿어버릴 것 같다. 아님 내가 병실을 바보같이 잘못 들어왔거나, 아님 애초부터 내가 다른 앰뷸런스에 올라탔거나.

그런 마음편한 가설들을, 헐렁한 교복 명찰에 선명히 새겨진 '유', '현', '상' 세 글자가 빠짐없이 기각하고 있다.

사이즈가 영 안 맞는 남학생용 춘추복을 덮고 마음편히 자고 있는 여자애. 여기까지 실려오면서도 이 위화감 넘치는 복장에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은 게 용하다. 얘가 현상이가 아니라면 현상이가 하늘로 솟았나, 아님 땅으로 꺼졌나.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조막만한 얼굴에선, 어디에서도 예전의 현상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딨지.."

휴대폰에 저장된 현상이의 사진을 찾았다. 번갈아 보며 비교해 봐도 역시. TS 바이러스는 과연 자비가 없다. 피 한 방울 안 섞인듯한 외모이다. 약간 서구적이기도 한 느낌의 이목구비. 대체 어디갔니 현상아.

예쁘냐고 묻는다면, 예쁘다는 걸 넘어서 신비하다. 자연의 신비. TS 병의 존재 그 자체에 맞먹는 미스테리이다. 잘 나가는 아이돌들이나 여자 연예인들도, 정말 작정하고 엄격하게 외모에 흠을 잡자면 하나쯤은 나오는 것이다. 내 주제에 그런걸 보통 따지진 않지만.

찰칵, 찰칵, 찰칵

그런데 이건 왼쪽에서 봐도, 오른쪽에서 봐도, 어디서 봐도 예쁘다. 나중에 현상이 깨어나면 보여줄 사진 정도는 필요하니까. 할 수 있을 때 다양하게 찍어둘 생각이다.

그렇게 한참을 시간 때우며 기다려도 좀처럼 현상이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흔들어 깨우기로 했다. 더 늦어지기 전에 부모님들에게도 연락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TS사실은 본인이 먼저 알아야지.

"읍.. 쿨럭. 쿨럭.. 무울..."

"저..저기요! 여기 혹시 물 없어요?"

와 이제 진짜 시작이다.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나름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해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닥치니까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잘 설명했다고 소문이 날까. 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납득시킬까. 잘못은 자연이 했는데 왜 내가 뒷수습을 해야 하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뒤엉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 대단한 비밀엄수 한답시고 TS 발병 숨기지 말고 그냥 의사선생님에게 털어놓을 걸! 적어도 의사 분들은 뭔가 TS 발병자 대응 메뉴얼 같은 거라도 있지 않을까?

지나가던 간호사 분께 감사하게도 물컵을 건네받았다.

"...여기"

꿀꺽 꿀꺽

현상이는 그걸 받아서 정신없이 마시고만 있다. 다 흘리면서. 이제 곧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겠지. 그렇게 되면, 이제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전혀 예측이 안 된다. 내가 조금이라도 충격을 덜어줄 방법이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으아 시원하다. 여기 뭐야.. 병원이야..?"

짜증과 의혹이 섞인 목소리인데도 왜 듣기 좋은건지. 그냥 누워만 있을 땐 몰랐는데, 살아 움직이는 인형을 보는 느낌이다. 너무 비현실적이다. 변해버린 외모도, 이 상황도.

"엥..?"

아, 눈치챘다. 자기 목소리가 시종일관 꾀꼬리같은 소프라노 톤인데, 삑사리 난 것도 아니고, 못 알아챌 수가 없지. 현상이는, 허우적 허우적이라는 묘사가 어울릴 정도로 자기를 덮고 있던 이불을 쳐내었다. 쓸데없이 그 동작이 귀엽다.

"...시X 뭐야! 뭐야.. 시X!"

밖에 들릴까봐 순간 움찔할 만한 비명이다.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 TS에 걸려버린 걸 알아차리는 중인데, 병원이 떠나가도록 소리쳐도 이상할 게 없다. 현상이는 나홀로 집에 영화의 케빈마냥 양손으로 자기 볼을 짝 하고 누르는가 하면 자기 머리를 헝클어트리려다가 얼어버렸다. 얼마나 긴 건지 나도 잘 파악이 안 되는 머리카락을 한웅큼 잡아서 앞으로 끌어당기려다가, 자기 엉덩이에 깔려있어서 안 당겨지기에 또 혼자 절찬리에 욕설을 뱉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혼이 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야. 거울 줘봐.."

흥미롭게 구경만 하고 있던 나를 나무라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세팅해서 주었다.

"..."

침묵이 한 5분은 지속된 것 같아서 슬슬 무서워진다. 현상이의 머릿속에서 그 동안 무언가 비관적이거나 극단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서서,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TS 된 소감은 좀 어떠십니까?"

망할, 뱉고 나니 참 병신같다. 위로를 할 거면 위로를 하고 분위기를 띄울 거면 농담을 던질 것이지, 정말 어중간해서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은 말을 나도 모르게 뱉었다.

"...어째서.."

"응?"

현상이가 뭔가 말을 한다.

"..어째서 은발 적안 로리가 아닌거지?"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엔 이쪽에서 한 5분 정도 침묵할 것만 같다.

"확실히, TS는 대단해. 이 정도면 백 번 절해도 모자라. 그렇지만 이건 적게 잡으면 중학생, 그래도 역시 고등학생 정도 나이대잖아.. 흐음.."

내 휴대폰으로 자기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우리 또래 여학생들이 셀카 각 잡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광경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이건 TS된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보일 만한 반응이 아니다.

"유현상!"

반쯤은 어이없음에, 반쯤은 걱정되는 마음에 되려 화를 내듯이 외쳤다. 갑자기 조용하던 내가 이러니까 많이 놀랐는지, 현상이가 침대위에 폰을 떨궜다. 순간 마음이 약해졌지만, 이대로 두는 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서, 현상이의 어깨를 꽉 쥐었다. 실은 마음만 그랬고, 괜히 여자인게 의식되어서 쫄보같이 손을 살짝 얹는 데에서 그쳤다.

"현상아. 정신차려 인마! 너 진짜 TS 걸렸다고. 정말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거야? 어? 이거 현실이라고. 꿈 아냐. 장난도 아냐. 진짜 살아가야 된다고 이대로!"

쌓아 둔 두려움을 폭죽처럼 토해내고 나니까 막상, 누가 누굴보고 화 내는 건지.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냈는지, 뒤늦게 부끄러워졌다.

"..미안하다."

괜히 사과를 덧붙였더니 더 추해진 느낌이다. 현상이는 떨어트린 휴대폰으로 멍 하니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무슨 생각하고 있을진,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왠지 모르게, 곧 현상이가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상이가 우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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