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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왜 나만!

김초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1.26 00:38:03
조회 994 추천 19 댓글 10

왜 나마아아안




벌써 몇 주째, 생리가 없다.


불안한 마음에 약국을 들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화장실을 찾았다. 엄지 손가락으로 교복 치마를 내리고, 하얀색 속옷이 허벅지 언저리까지 벗겨졌다. 그리고 변기에 앉은 채로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다리 사이로 집어넣는다.

허벅지 안쪽을 오므린 채로 아랫배에 힘을 준다. 쪼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뜨끈한 김이 손에 닿았다. 초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후우…”


그리고 오른손을, 다리 사이에서 꺼낸다.


“씨...발.”


두 줄이었다.


치마를 입는 것도 잊은 채 초린은 화장실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벽지가 반쯤 뜯어지고 곰팡이가 핀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넘긴다. 저번 달, 마지막 생리. 그리고 마지막 관계. 손을 꼽아가며 계산한 그녀는 얼추 5 주가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무릎이 땅에 닿는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왜,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이. 슬프고 힘들고 괴로운 일들은 왜 전부 나한테만.


초린은 컴퓨터를 켰다. 그녀의 고물 컴퓨터는 끄르륵 하고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힘겹게 부팅되었다. 그녀는 초조하게 부팅을 기다렸다. 어렵사리 켜진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낙태비용은 40만원 정도라고 한다. 먹고 죽을래도 없다, 시불쟝. 그녀는 어느새 손톱을 씹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고 치마 주머니에 넣어놓은 담배를 꺼내기 위해 손을 뻗은 후에야 그녀가 아직도 치마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담벼락에 기댄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낸다. 그러나 갑을 열어봐도 남은 것은 삐져나온 담뱃잎들과 라이터밖에 없었다. 다른 쪽 주머니에도 5천 원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선택을 해야 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살 것인가 피시방을 갈 것인가.

잠시의 고민 끝에, 그녀는 둘 다 하기로 정했다. 안방 탁자 밑 세 번째 서랍에는 엄마의 비상금 봉투가 있다. 엄마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진 않는지 신경쓰며 봉투를 열어 안에 있는 돈을 확인한다. 초린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달랑 오만 원 짜리 하나 밖에 없었다.

정말, 지긋지긋해.

그녀는 오만 원을 꺼내고 봉투를 다시 집어넣는다. 캔버스화의 끈을 묶고 있는데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의 두 손에는 짐이 가득 들려있었다. 아마도 오늘 팔다 남은 물건이겠지. 엄마는 초린을 빤히 바라본다. 초린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신발끈을 다 묶자 마자 문을 나선다.




“보헴 6미리요.”


“네, 여깄습니다.”


5만원을 꺼내 계산한다. 점원이 거슬러주는 돈을 받자마자 편의점을 나왔다. 뺨으로 흘러내린 보라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보리차같이 고소한 향이 입을 채운다. 그러나, 별안간 역하게 느껴진다.


“우웁, 윽! 웨엑!”


바닥에 주저앉아서 헉구역질을 하는 초린. 그녀는 아직 한 모금 밖에 피지 못한 담배를 집어던지고 발로 짓이긴다. 헛구역질 덕에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닦고 일어선다. 서러움에 정말 눈물이 나버릴 것 같았지만, 억지로 참는다. 초린은 피시방으로 향했다.


오버워치를 한참 하고 피시방을 나서자 황혼이었다. 초린은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물건이 너저분하게 늘어진 풍경이 보였다. 초린은 당황해서 그녀의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울상을 지은 채로 안방을 뒤지고 있었다.


“뭐야, 도둑 들었어?”


“초, 초린아. 혹시 비상금 네가 가져갔니?”


“뭐어?”


초린은 어이 없다는 듯이, 엄마를 째려본다.


“지금 딸내미 의심하는거야? 짜증나 죽겠어! 돈도 없으면서 있는 척 하지 말란 말야!”


“아니… 여기 둔 돈이 안 보인다… 이게 어디로 갔을까…”


“얼만데? 도대체 얼마가 없어진건데?”


“5만원 짜리가 있었…”


“오만워어어언?”


초린은 혀를 찼다.


“난 또 무슨 백만 원은 잃어버린 줄 알았네! 오만 원 잃어버리고 구질구질하게 집구석 다 뒤져놓고 정말 뭐하는거야! 쪽팔려 죽겠어! 끔찍하다고!”


초린은 안방 문을 쾅 닫는다. 그리고 신발을 신는다. 엄마는 달려나와서 묻는다.


“어, 어디 가니? 저녁은 먹었어?”


“됐어, 알 거 없잖아.”


문을 닫기 직전 초린은 중얼거리듯 말한다.


“오늘은 친구 집에서 자고 올게.”




친구와 함께 11시쯤 느긋하게 술냄새를 풍기며 학교에 등교했다. 반이 다른 친구와 헤어지고 초린은 교실 문을 열었다. 교실 안은 한창 수업 중이었다. 반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몰렸다. 초린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죄송합니다.”


“야, 김초린.”


“네에?”


초린은 귀찮다는 듯이 선생을 쳐다본다. 여지껏 지각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건지.


“너 아까 담임 선생님이 부르시더라. 교무실 내려가 봐.”


“네, 알겠습니다…”


초린은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그러나 선생은 다시금 그녀를 제지했다.


“아니아니, 지금 말야.”


초린은 짜증내며 계단을 내려가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는 그녀의 담임이 뭔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초린은 담임의 어깨를 두드렸다.


“꺄악! 까, 깜짝이야! 아, 왔구나. 어. 이게 아니라, 지금은 시험기간이잖니! 교무실에 막 들어오면 어떡해, 정말!”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답을 알려주고 시험쳐도 관심없는데 문제 좀 본다고.”


“하아… 넌 정말…”


쓸데없이 성실한 20대 후반의 여선생이 파일들을 최소화 시키며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번쩍 든다.


“아, 맞다. 너 왜 전화를 꺼놨었니?”


“배터리가 나가서요.”


“그…….”


담임이 쉽게 말하기 어려운 듯, 머뭇거렸다.


“지금 여기 병원으로 가보렴.”


“네?”


“어머님이 쓰러지셨대.”


“뭐라구요?”


“맹장이 터지셨대. 빨리 병원에 찾아가셨으면 모르겠는데, 좀 많이 늦어지셨다고…….”


“미련하게, 빨리 다니지 않고…!”


그녀의 머릿속에 어제의 일이 스쳐지나간다. 어쩌면, 그 비상금은.

정말 짜증이 솟구친다.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다. 언제쯤. 언제쯤 나는.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았다. 대신 그 답답함이 눈물이 되어서 흘러나왔다.


“초, 초린아.”


“선생님…… 엄마는 괜찮겠죠……? 그리고 그거 많이 비싸겠죠……?”


“괜찮아, 괜찮으실거야.”


“근데 어떻게 해요. 수술비도 없는데. 세상은, 왜, 왜, 이렇게, 읏, 흐윽.”


“초린아, 초린아. 일단 나가자. 응?”




진정이 된 뒤 훌쩍대는 초린에게 손수건과 음료수를 건넨 담임이 잠시 교무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녀는 주저하며 말했다.


“있지, 이건 동정이나 그런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담임은 봉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초린은 그것을 받아서 안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이 다시 촉촉해졌다. 담임은 초린을 안아주었다.




학교를 나온 초린은 지하철을 통해 병원을 향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산부인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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