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슴에 털이 많이 난 아저씨가 자신의 아내의 뱃속에 16주가 지난 수정체가 있다는 소리를 했다.
4개월 전이면 그 아저씨가 나를 만난지 얼마 되지않아 한창 나를 괴롭힐 때다. 그 아저씨는 나를 그렇게 괴롭히고도, 아내를 귀찮게 할 여력이 있었나보다.
그 아저씨는 내가 자신의 아내보다 좋은 이유가 나의 신음소리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아내는 가짜를 내지만 나는 진짜를 낸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입에서 욕이 나오는 걸 참았다. 등신같은 놈. 
내 입술은 언제나 가식적이다. 그것이 위든 아래든. 한때는 여자로 날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 입술에서 돈이 나온다는 걸 깨닫고는 여자로 태어난걸 후회하진 않는다. 
창 밖을 보니 뭉개구름이 지나가고, 그 밑에서는 열심히 의미없는 공놀이를 하고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다시 시선을 올려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구름을 쳐다본다. 별 다른 사색이나 공상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하염없이 구름을 쳐다본다.
중년 남성이 자신들 부모의 생년도 모르는 청중을 상대로 시간도, 공간도 머나 먼 다른나라의 역사연표를 기계처럼 불러주고, 오지랖 넓은 이들은 이를 부모가 사준 펜으로, 부모가 사준 노트에 받아적는다. 
오래된 녹음기의 탁한 목소리에 금방 잠이 와 엎드려 누우며 생각했다.
'따분하다.'
소란스러움에 눈을 뜨니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누군가는 뛰어나가고, 누군가는 한산할 때까지 기다린다. 
문자가 왔다. 손님의 예약문자다. 모르는 번호인걸 보니 처음 오는 남자인가 보다.
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선다. 선생들은 소문날까봐 쉬쉬하고, 친구는 애초에 없으니 아무도 제지하지않는다.
집에 가는 길에 햄버거세트를 하나 사간다. 누군가는 돈이고, 누군가는 가정이겠지만, 나에겐 이게 삶의 이유다.
인적이 드믄 원룸촌으로 들어간다. 한동안 살았지만, 사람을 마주친적이 거의 없을정도로 고요하다. 현관문을 열고, 아무것도 없이 옷장과 냉장고만 있는, 썰렁하기에 오히려 가득 차있는 느낌이 드는 방으로 들어간다.
옷을 벗고 햄버거를 먹는다. 매일 먹으니 조금은 질리지만 그래도 맛있는 척 자신을 속이며 먹는다. 이것마저 싫어하게 된다면, 더 이상 좋아할 것이 없으니까.
예약까지 6시간정도 남았으니, 조금 자둬야한다. 잠이 부족할테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사는걸까.' 생각하며 잠든다.
알람을 듣고 일어나 샤워를 한다. 깨끗이 씻어야한다. 머리를 말리고, 꾸미고, 얇은 화장을 한다.
거울을 보며 이정도면 연예인도 하겠는데, 하며 자조한다.
가능한 천이 적으면서도, 싸보이지 않는 옷을 고른다. 원가가 싸고 천이 덜 들어갈수록 남자들은 좋아한다. 환경애호가들이고, 배려심이 깊은 동물들이다. 
약속장소인 근처 공원으로 가니 길을 오가며 몇번쯤 마주쳤을 법한 얼굴을 가진 남자가 홀로 전화기를 쳐다보며 공원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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