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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피명작선) 실장 & 판저앱에서 작성

ㅇㅇ(123.248) 2016.12.23 05:42:34
조회 413 추천 3 댓글 0



서기 2XXX년. 이 세계는 아가씨의 기본소양으로서 전차를 타고 싸우는 전차도가 있는 세계다! 거대한 학원함의 위에서 싸우는 전차들의 싸움. 그것은 아름답고 가련한 꽃이 맞부딪치며 함께 성장이라는 열매를 맺는 아가씨들만의 우아한 스포츠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에서 널리 인기 있는 메이저한 스포츠인 것이다!

그런 아가씨만의 우아한 스포츠가 실장애호파의 눈독에 들기란 아주 쉬운 일이었던 건 놀랍지도 않은 일. 자신의 귀여운 실장석들이 자그마한 전차를 타고 아가씨들의 스포츠인 전차도를 즐기는 광경. 그것은 애호파들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리하여 이 우스꽝스러운 실장전차도 대회가 매년 펼쳐지게 된 것이다.




“데덱! 데스우! 데스데스!”
“잠깐만 기다려보렴. 옳지. 자, 이제 됐다.”

헬멧을 억지로 씌우는 짓거릴 끝내면, 토시아키의 눈앞에 실장석 한 마리가 누구라도 보기 고까운 헬멧을 쓰고 건방지게 서 있는 꼴을 볼 수 있었다. 녹색의 지저분한 옷과 실장석의 구겨진 얼굴을 다 가릴 만큼 크고 시꺼먼 헬멧은 지독하리만치 실장석과 어울리지 않았다.

“덱! 데뎃스우! 데스! (똥닌겐! 와타시의 세레브한 머리가 헝클어질뻔한 데스우! 조심하는 데스!)”

실장 링갈에서 흘러나오는 무례한 번역에 솔직한 맘으론 지금 당장 빠루를 휘둘러 적록의 얼룩으로 만들고픈 심정이었지만, 토시아키는 훌륭히 참아냈다. 그런 흉흉한 맘을 애써 속이고 만면에 미소를 짓는 토시아키. 이 앞에 실장석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잘 아는 그로서는 지금 일을 그르치긴 싫었다.

“전차도 대회에서 우승하면 네가 원하는 걸 모든지 이뤄주지.”
“데스! 데스우우! (당연한 데스! 와타시가 우승을 놓칠 리가 없는 데스우!)”
“좋아. 그럼 가라고. 신임 전차장.”

뎃승! 하고 자신만만하게 구겨진 깡통 같은 전차에 올라타는 실장석. 그 선택이 얼마나 지옥 같은 것인지를 모르는 실장석은 행복회로를 마구잡이로 돌리고 있었다.

“데프프픗, 우승을 해서 저 똥닌겐 노예에게 우마우마한 스테이크와 스시를 잔뜩 바치게 하는 뎃승.”

분충다운 망상을 꿈꾸며 전차 안에 들어선 실장석. 전차의 안에는 자그마한 자실장들과 중실장이 테치테스 거리며 분주하게 신임 전차장을 반겼다. 그 치들은 독라의 몸에다가 겨우 머리털만 보존된 형태로 검은 전선줄에 칭칭 감겨 있어, 마치 과거에 납치되어 팔려나가는 노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꼴이었다.

“드디어 전차장이 도착한 테스. 인사드리는 테스. 와타치는 조종수인 텟승.”
“만나서 반가운 테츄. 와타치는 포수인 테치.”
“와타치는 장전수인 테치. 명지휘를 부탁하는 테츄.”

중실장인 조종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실장이었다. 분충끼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예의바르기까지 하다. 각자가 가혹한 전차도의 훈련을 수료한 엘리트임을 알 수 있었지만 멍청한 분충 전차장은 대수롭잖게 해치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제 딴에는 근엄한 목소리로 첫 인사말을 날린 것이다.

“닥치란 데스! 앞으로 내 말에만 따르면 좋은 데스우.”

현 분충이자 원사육실장인 전차장, 에메랄드는 사실 가혹한 전차도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이 우스꽝스러운 전차도, 실장전차도 제 딴의 엄격엄정한 규칙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원래는 애호파들이 자신의 사육실장을 위해 만들었던 규칙이었던 지라, 전차장의 자리는 무조건 전차도 훈련을 받지 아니한 사육실장으로 라는 엉터리 규칙을 넣어버리고만 것이다. 실상은 매우 어렵고 귀찮으며 가혹한 전차도 훈련을 자신의 사육실장이 받길 원하지 않아서, 라는 똥으로 가득 찬 변명이 그 본질이었으리라.

원사육실장이었던 에메랄드도 전에는 사육실장이었으니까, 라는 느슨한 변명에 덜컥 전차장에 자리한 실장석 중 하나였다.

“출발하는 데스우.”

분충 전차장의 마구잡이식 지휘에 잠깐 불만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승무원실장들이었지만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용케도 굴러가는 깡통 실장전차. 그러나 실장전차의 진실은 궤도가 있어야할 자리에 조종수 및 장전수와 포수의 뭉툭한 다리가 대신하여 서투르게 움직이고 있는 볼품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중실장의 위에 목마를 탄, 어디에도 쓸데없는 에메랄드는 이 볼품없는 고철이 자신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감명 받아 그만 빵콘하고 말았다.

“테, 테짓! 무, 무슨 짓인 테스!”

졸지에 빵콘한 똥을 뒤집어쓴 중실장이 항의를 했지만 에메랄드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감히 고귀한 와타시의 운치를 뒤집어쓴 주제에 감사의 인사는커녕 화를 내는 데스우. 나중에 혼쭐을 내주는 데스!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실장의 본성으로선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어이 들리나 분충?]
“뎃! 닌겐상?”
[잘 들리나보군.]

아까 전 뒤집어 쓴 헬멧에서 토시아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놀라는 에메랄드. 하지만 토시아키의 목소리는 자신만 들리는지 아래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내가 지금부터 너를 명령할 거니까, 잔말 말고 내 말 들어야 한다. 알겠지?]
“무슨 짓인 데스우! 와타시가 지휘하는게 아니었던 데스?”
[닥쳐! 지금 내 일생일대의 처절한 복수전이 눈앞이란 말이다! 토시오물 녀석의 얼굴을 꼭 짓밟아줘야 한다고!]

토시아키는 아까 전 이 대회에서 만난 자신의 형제, 토시오키의 불쾌한 조우를 떠올렸다.

-여. 타코야끼. 그 민둥민둥한 대가리로 잘도 여기까지 찾아오셨구만.-
-토시오물! 그딴 식으로 내 이름 바꿔 부르지 말라했잖냐!-
-여전히 귀염성이 없는 동생이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이나 할 수 있겠나?-

토시오키.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남자는 토시아키의 아니키이자, 이 실장전차도 챔피언인 자다. 매년 벌어지는 실장전차도의 챔피언의 자리를 무려 5년간 유지해온 대단한 남자. 하지만 토시아키에겐 그런 호화찬란한 경력은 필요 없었다. 저 남자는, 토시아키가 매우매우 증오하는 애호파 중에서도 더더욱 애호파인 것이다. 일견에서는 애오파라고도 불리는 작자.

진성 학대파인 토시아키에겐 무척이나 소름 돋을 정도로 짜증나는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상관하지 말라고! 이긴 뒤에 네놈의 면상을 철저히 짓밟아 줄 테니까!-

그렇게 호언장담을 해놨지만 그 토시오물 녀석은 한번 해보라는 듯 비웃음을 날리고, 자신의 사육실장석 미도리를 껴안고 유유히 대회 출전자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고 보라지.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바로 나다.

[생각할수록 열 받잖아! 분충. 네놈 이번 우승을 못하면 발끝부터 천천히 믹서기로 갈아 만든 쥬스를 만들어 줄 테다!]
“데, 데기이익! 아, 알았는 데스. 와타시는 꼭 우승을 하는 데스!”
[좋아. 그럼 주변을 살펴봐라. 오마에의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가 있다.]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는 에메랄드. 에메랄드의 옹이눈은 믿을 수 없지만 헬멧의 카메라만큼은 믿는 토시아키다. 그리고 토시아키의 눈에 한 대의 실장전차가 보였다.

[오른쪽으로 수 미터 앞에 실장전차 한 대가 있다. 일단 들키지 않게 저기 수풀 쪽으로 움직여.]
“알겠는데스. 저기 앞에 수풀로 가는 데스우!”

에메랄드의 어설픈 지시에 조종수인 중실장이 방향을 뒤틀어 움직인다. 그 뒤로 포수와 장전수가 서둘러 따라붙어 움직였다. 어설픈 은닉이었지만 저 쪽에서는 눈치챈 낌새가 보이질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온갖 프릴과 리본 그리고 콘페이토로 잔뜩 치장되어있는 그야말로 애호를 넘어선 애오의 진수를 펼쳐 보이는 실장전차였다.

“아마아마한 콘페이토가 잔뜩인 뎃승. 귀찮은 실장전차도는 내버려두고 맛있는 콘페이토를 먹는 데스.”

애오실장전차의 해치에 올라타고 있는 사육실장 녀석은 치장된 콘페이토에 눈이 멀어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육실장으로 애지중지 길러져있던 탓인지 녀석은 허우적대기만 할 뿐, 그 비대한 몸을 해치 밖으로 꺼내질 못하고 있었다.

“코, 콘페이토 데스우!!!”
[조용히 해.]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를 먹는 데스우! 앞으로 가잔 데스!”
[닥쳐라! 가까스로 숨었는데 들키잖아!]

헬멧으로부터 노성이 터져 나와야 그제서 입을 닥치는 에메랄드. 하지만 데에, 데에 거리는 에메랄드의 입가에선 군침이 터져나와있었다.

[기다려보자. 저건 분명 함정이다.]

과연 토시아키의 말이 맞았다. 결국 밑에 깔린 조종수를 잔뜩 짓밟아 얼룩으로 만들고서야 해치에서 그 비대한 몸을 꺼낸 사육실장이 치장된 콘페이토를 하나 붙잡았던 것이다. 추한 욕망으로 잔뜩 일그러진 입으로 콘페이토를 던져 넣은 사육실장은 순간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데짓, 데겍, 소리를 내며 아래에서 잔뜩 똥을 미친 듯이 흩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똥을 내뿜는 추진력으로 하늘 저 위로 떠오른 사육실장은 곧 빼빼마른 미라가 되어 땅바닥에 떨어져 한낱 먼지가 되고말았다.

“데에에엑! 저, 저게 뭔 일인 데스우우우? 저것은 콘페이토가 아니었던 데스우! 저 분충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모르겠는 데챠아아악!”
[역시 위장으로 콘페이토 색으로 칠해둔 고압 도돈파였어. 이봐 분충. 어서 포를 장전해라.]
“장전데스? 그게 무슨 말인 데스? 와타시는 잘 모르는 데스.”
[잔말 말고 빨리 장전하라고! 믹서기에 갈린 쥬스가 되고 싶나?]
“빠, 빨리 장전하는 데스우!”

그저 겁에 질려 토시아키의 말을 그대로 외치는 에메랄드였지만 그 밑의 승무원실장들은 훌륭하게 에메랄드의 막돼먹은 지시에 따랐다.

“자, 장전하는 테챠아아악!”

뿌닷뿌다다다다닥. 장전수의 정절한 외침과 함께 성대한 빵콘이 터져 나왔다. 장전수 자실장이 빵콘한 똥이 장전되자, 포수 자실장이 포구를 애오실장전차를 향해 옮겼다.

[발사!]
“발사하는 데스우!”

포수가 장전된 운치를 발사하자 순식간에 포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토시아키가 직접 고른 장전수 자실장은 매우 특수한 개조와 훈련을 거친 개체로, 장내 박테리아 개체수를 보통의 실장석보다 백만배정도로 강화시켜둔 물건이었다. 그 때문에 장전수 자실장이 빵콘한 운치는 어마무지한 메탄가스를 뿜게 되어, 그것이 전차포의 점화기관과 만나 화염방사기 형태로 발사가 되는 것이다. 그 일련의 결과로 무시무시하게 작열하는 실장메탄화염이 애오실장전차를 덮쳤다. 역시 내가 만든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은 우승감인 실장전차다.

“뜨거운 테치이이익! 마마! 마마! 살려주는 테츄우우우!”
“아직 죽고 싶지 않은 테챠아아아악! 똥닌겐! 날 어서 구해주는 테치이이익!”

반면 애오실장전차의 안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독라의 몸에 남은 유일한 자산인 머리털부터 타들어가고, 온 몸에는 전혀 재생되지 않는 화상의 열기가 허약한 자실장들에게 밀어닥쳤다. 탈출할 구멍은 저 해치 위뿐이지만 자그마한 자실장으로서는 도저히 탈출할 높이가 되지 않았다. 애써 뭉툭한 손을 뻗어보지만 허무하게 불길에 휩싸여 팔이 재가 돼버리고 만다.

““테치이이이이익!!!! 테챠아아아아악!!!!!!!””

애오실장전차 너머 에메랄드의 귀에도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자실장석의 비명. 그 비명은 또 다시 에메랄드의 빵콘을 불러와 중실장의 머리 위에 뒤집어쓰게끔 만들었다.

“테샤아악! 오마에는 뭐하는 분충인 테스으으윽!”
“데챠아아아앗! 와타시는 분충이 아닌 데스우! 감히 고귀한 와타시의 운치를 받고도 감사할 줄을 모르는 오마에야 말로 분충인 데스! 죽으란 데스!”
“죽여주는 테스! 오마에를 죽일 거란 테스!”
[그만. 더 이상 이 녀석에게 기어오르지 마라.]
“테지이이익! 테지익!”

헬멧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종수 중실장의 몸에 전기 쇼크가 일어났다. 과연 그 전선줄에서 전기충격이 달했던 것인가!

“데챠아아악!”

하지만 그 전기충격은 중실장 위에 올라탄 에메랄드와 나머지 자실장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기충격의 결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성대히 빵콘을 하고서야 전기충격은 끝을 맺었다.

“데힉, 데히이익.”
[한 번 더 팀원들 끼리 싸우면 전부 찌릿찌릿한 일을 죽을 때까지 당하게 해주마.]
“주, 죽기 전까지 찌릿찌릿은 싫은 데스우.”

아까 전까지 서로를 물어뜯고 힐난하던 실장석들이 찌릿찌릿 한 방에 모두 입을 착실히 닥쳐주었다. 토시아키는 그 광경에 만족하고, 거세게 타오르는 애오실장전차를 보았다. 카본코팅 덕분에 겉에만 타오르기만 할뿐 재가 되지 않은 애오실장전차에서 마무리로 치뽕! 하고 플래그기가 튀어나온다. 드디어 첫 실장전차 격파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우승은 따놓은 단상이겠어. 모두들 힘내라.]

전기충격의 힘인 것일까 아니면 믹서기 쥬스가 될 미래를 거부하기 위해서 일까. 토시아키의 팀은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실장전차팀을 생존실장 하나도 없이 무참하게 짓밟아, 데스매치의 힘겨운 벽을 뚫고서 최후의 2팀이 되어있었다. 나머지 최후의 팀은 토시아키가 증오해마지 않는 토시오물의 실장전차팀인, 고마워 미도리 팀.

“훌륭하구나 타코야끼 놈.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토시오물. 널 위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기대하라고!”

최후의 2인이 단상 앞으로 나온다. 수만 명의 실장전차도의 관람객들이 이 두 형제에게 시선을 쏟아낸다. 뜨거운 박수갈채와 함께 어딘가 머리를 이대팔로 가른 중년의 호리호리한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단상의 가운데로 뛰쳐나왔다.

“Lady & Gentleman!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실장전차도의 열기는 역대 최대급이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와아아아아───!!”

유들유들한 말로 서둘러 진행하는 사회자. 그에 화답하는 수만 명의 사람. 함성과 함께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사회자의 양 옆으로 토시아키와 토시오키가 자리 잡았다.

“자 그럼 양 선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 왼쪽 선수는 실장전차도의 전설! 5연패의 실장전차도의 채애앰피이어어언! 토시오키 선수우우우! 그리고 오른쪽 선수는 떠오르는 신예! 파죽지세로 예선과 본선을 거쳐 결승까지 오른 신서어엉! 토시아키 선수우우우!”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발광하듯 소리치는 관중들. 누구라도 소리 지르며 난리를 쳐댈 열기 속에서 토시아키와 토시오키는 서로를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노려보고 있었다.

“자아, 이제 토시오키 선수의 6번째 챔피언 수성인가! 아니면 앞 물을 밀어낼 새로운 물결이 탄생할 것인가! 실장전차도 결승저어언! START!!!”

시작과 동시에 토시오키는 자신의 전용 부스로 돌아가 멋깔나게 빼입은 검은 정장의 마이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하얀 와이셔츠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토시오키의 비장의 무기. 자신의 움직임을 사육실장에게 그대로 전달하여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특수한 실장연동복을 선보이는 것이다.

“데스, 데스우. 데뎃, 데스.”
“오, 이런! 토시오키 선수! 직접 실장어를 구사하며 전차장 미도리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뒤의 백스크린에 한 바퀴 실장전차를 선회하여 화면에 정면으로 서는 고마워 미도리 팀. 뒤이어 토시오키가 멋들어진 거수경례를 붙이자, 핑크 사육실장복을 입고 머리엔 핑크베레를 비껴쓴 미도리가 실장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깔끔한 거수경례를 똑같이 선보였다.

그 멋들어진 모습에 열렬히 환호하는 관중, 그리고 이런 모습은 실장전차도 사회자경력 10년으로도 보지 못했다며 끊임없이 혀를 내두르는 사회자.

칫, 처음부터 기선잡기란 놈인가. 속으론 초조함을 다잡으면서도 토시아키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응원용 빠루를 주워들어 거세게 바닥을 내리쳤다. 물론 분충과 연결된 무전기에 가까이 대고서 말이다.

“여기까지 와서 우승 못하면 어떻게 될지 충분히 알겠지? 분충?”
[알겠는데스우우우!]

겁 질린 에메랄드의 우스꽝스런 얼굴이 백스크린에 비춰지자 관중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까 전 토시오키의 미도리와는 상반된 반응. 그것에 토시아키는 이를 갈았다. 주어진 부스에 들어간 토시아키는 각오를 다지며 결승전의 개시를 에메랄드에게 알렸다.

“출발하는 거다. 저 우스꽝스런 토시오키 놈에게 한방 먹여줘라.”

결승무대는 너른 초원과 낮은 구릉지가 펼쳐진, 그야말로 전차간의 싸움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전장이었다. 누가 먼저 실장전차를 발견하느냐, 누가 초탄을 명중시키느냐, 그리고 서로가 얼마나 명중탄이 나오는가에 따라 명확하게 승패가 갈릴 것이다.

[이 근방에서는 적이 보이질 않는군. 저기 오른쪽의 구릉지 사면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

신중한 토시아키의 지령에 이번에는 아무 대꾸도 없이 에메랄드는 명령에 따랐다. 지금까지 실장전차를 격파해나가면서 토시아키의 지령을 따랐던 때에는 명확한 승리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습득한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원사육실장이었던 에메랄드의 지능이 여기서 도움이 된다.

사면에 자리한 토시아키의 실장전차.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기 위해 에메랄드의 고개는 강아지풀마냥 좌우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에메랄드의 뒤룩뒤룩 살찐 대가리는 뒤돌아볼 생각을 전혀 안한 탓에 뒤쪽에 사각지대를 남겨두었고, 당연하게도 그 약점을 5연패 챔피언인 토시오키의 눈에 들켜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돗캉─

실장전차의 후방에 피격당한 소리는 짧고 명쾌했다. 하지만 그 뒤에 울려 퍼진 소리는 전혀 아니었다.

“테챠아아아악! 와타치의 다리가! 다리가아아악! 오네챤, 마마!”

실장전차의 장전수를 맡은 자실장의 두 다리가 방금 전의 피격에 휩쓸려 터져나가고 만 것이다. 휑하게 뚫린 후방과 실장전차 내부에 자실장의 체액이 마구잡이로 튀어있었다.

“이, 이모토우챤! 괜찮은 테스?”

조종수와 장전수는 서로 자매였던 듯, 굵은 피눈물을 흘리며 조종수 중실장이 장전수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차 내에 고정된 실장석들은 서로를 껴안을 수도, 일으켜 세워줄 수도 없다. 그것이 승무원실장의 운명.

[젠장, 초탄명중에다가 좌현측 회전을 맡는 장전수가 같이 당해버렸나.]

실장전차는 실장석들의 다리로 굴러가는 엉터리 물건이기 때문에 승무원실장 중 하나만 잃어도 급격히 기동력이 떨어진다. 토시아키는 저 증오스러운 토시오물에 대한 예상승률을 30%로 낮춰 잡아야만 했다.

[오른쪽으로 전차를 돌린다. 서둘러!]
“오른쪽으로 돌리는 데스우!”

장전수 자실장의 비극에도 눈물을 삼키며 조종수 중실장과 포수 자실장은 충실히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다리를 잃은 장전수 자실장은 테힉, 테힉 울면서 장전구의 아래에 걸터앉는다. 서둘러 오른쪽으로 전차를 움직여 후방을 보호한 토시아키 실장전차팀. 토시아키가 가려한 구릉지의 사면 그 너머에서 장절한 실장전차의 포구가 불쑥 튀어나와있었다. 고마워 미도리팀의 실장전차였다. 저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나!

[저쪽의 장전수 자실장은 통상 자실장의 수분흡수율의 백만배였던 자실장이었지. 실장석의 똥이라고 보기엔 엄청난 경도여서, 별명이 철갑똥일 정도인 녀석이다.]

실장석에게는 나름 초장거리인 수십 미터 거리에서부터 저격하는 토시오물의 실장전차, 미도리티거는 실장전차도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걸물 중의 걸물. 그러나 그 의식의 빈틈을 찔러,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나타날 줄이야. 토시오물녀석에게 한방 먹었군. 하지만 그 거만한 방심을 놓칠 수야 없겠지!

[저쪽은 재장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서 달려들어!]
“알겠는데스! 적을 향해 달려드는 데스우!”

장전수 자실장이 없어도 정면으로 달려드는 속도는 그리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저쪽에서는 초탄을 맞춘 것에 성급히 기뻐하다가 토시아키의 실장전차팀이 정면에서 달려드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쾅, 하는 충돌음과 동시에 미도리티거에 토시아키의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이 맞부딪쳤다. 티거의 포구는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의 우측에 빗겨나가 맞출 수 없게 되었고,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은 포구가 짧아 정면에서 불길을 토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걸렸구나 토시오물! 이것이 나의 도주 경로다! 네놈은 이 토시아키와의 지혜 대결에서 진 것이다!]

대치된 상황을 타개하고자 미도리티거가 후진하지만, 그만큼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이 따라붙는다.

[자 빠르게 장전해라!]
“장전 데스우!”

다리를 잃었어도 장전에는 무리가 없다. 장전구에 걸터앉은 채로 장전수 자실장은 고함을 내지르며 성대히 똥을 싸지른다.

뿌닷뿌다다다다닥.

“테, 테에에. 자, 장전 완료 테츄우!”
[장전 됐으면 발사!]
“발사데스우!”

포수 자실장이 미도리티거에게 포를 쏘려는 찰나에, 장전구에 걸터앉았던 장전수 자실장이 균형을 잃고 기우뚱 장전구 안쪽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불행히도 알아채지 못한 포수 자실장은 포를 발사하고야 만 것이다.

“테치이이이이익!”

한줄기 단말마와 자신이 싸지른 똥과 함께 발사되는 장전수 자실장. 장전수 자실장 자체는 싸지른 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부패된 가스가 가득 차있는 가스똥통. 그런 자실장이 똥과 같이 쏟아지자, 점화된 실장메탄화염은 과부화되어 발사된 포구를 녹일 만큼 화력이 거세져 있었다.

“데챠아아아아악! 뜨, 뜨거운 데에....파킨!”

미도리 티거에 탄 미도리의 비명이 화염줄기와 함께 삼켜져 파킨사할 무렵, 미도리 티거의 동체와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의 포구를 녹인 화염이 역류하여 에메랄드크로커다일 내부에 들이닥치고야 말았다.

“하, 하반신이 뜨거운 데챠아아악! 내 하반신이 타오르는 데스우!”

에메랄드의 장절한 비명과 달리,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의 승무원실장들은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깔끔하게 타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전차도실장의 슬픈 운명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미도리티거,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이 치뽕 소리를 내며 플래그기를 세웠다.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양 선수 전차가 백기를 나타냅니다!”

용케도 형체가 남은 미도리티거와 포구와 내부가 엉망진창이 돼버린 에메랄드크로커다일. 그러나 그 둘이 세운 플래그기는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새하얬다.

“이대로라면 무승부 판정이 나고야 맙니다! 역대 최초로 결승 무승부 판정이 내려지고 말 것인가! 아, 심판분께서 나와 주셨군요. 실장전차도의 무승부 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관중여러분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관중에서 보내온 박수와 함께 심판진에서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잡는다. 마이크가 잘 들리는지 툭툭 쳐보더니 심판이 입을 열었다.

“에에, 실장전차도의 승패판정 룰에서 서로 플래그기가 섰을 경우, 에에 또─ 살아남은 실장석의 수로, 승패를 가리며, 그 숫자도 동등할 경우 실장석의 대결로 승패를 판결 짓는 것으로 되어있읍니다. 에에 또─ 이번 경우에도 이러한 룰을 적용하면 옳겠읍니다.”

지루한 말 끌기 버릇에 몇몇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지만 꿋꿋하게도 설명을 이어나간다. 그때 백스크린에서 에메랄드티거의 해치에 남아있던 에메랄드가 가까스로 오로로롱, 하고 우는 소리가 잡혔다. 반면 미도리티거에서는 단 하나도 생명반응이 보이질 않았다.

“오늘의 승자느으으으은! 신예 토시아키 선수우우우우! 모두들 박수로 우승을 축하해 주십시오!”

엄청난 기세로 우승자를 축복하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때마침 양 선수가 부스에서 나와 단상에 올라섰다. 단상에서는 우쭐거리는 토시아키와, 멋쩍게 웃음을 짓는 토시오키가 나란히 서있었다. 토시아키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마지막에는 간담이 쫄릴 정도였지만 결국에는 운좋게도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이로서 토시오물의 안면을 짓밟아버리겠단 초전의 호언장담은 사실로 이뤄진 것이다!

단상에서 토시오키는 기뻐하며 날뛰는 토시아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잘했구나, 토시아키. 멋진 승부였다.”
“날 타코야끼로....뭐? 무, 무슨 소리야! 오늘 아침에 헛것 먹었어?”
“아니다. 난 멀쩡해. 우린 5년 전에 실장석 학대에 관한 견해로 크게 다툰 뒤로 화해를 못했었지. 처음엔 동생인 네가 미웠다. 네가 싫어하는 것이 애호파인 것을 알고서 나는 네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애호파로 돌아서서 애오파 짓을 5년 동안이나 해왔어.”
“…….”
“그 뒤론 서로가 멈출 수 없었지. 하지만 나는 화해할 기회가 오길 기대했었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야. 자 보렴. 지금까지 잔뜩 올려온 미도리의 마지막 단말마가 담긴 USB다.”
“혀, 혀어어엉!”
“지금까지 내가 미안했다.”

5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쌓여온 오해. 그것이 극적으로 풀리는 감격적인 광경에 사회자도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치고야 말았다.

“모두들 이 두 선수에게 격려와 축하의 박수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두들 축하해 주십시오! 모두들 위로해 주십시오! 양 선수 모두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성대한 박수와 함께 역대 최고의 실장전차도 결승전으로 길이 남을 이번년도의 실장전차도 대회는 결국 막을 내렸다.




“오로로롱…. 이제 자는 못 낳는 데스우. 하반신이 전부 불타버린 데스….”

망가진 에메랄드크로커다일의 해치에 걸쳐진 에메랄드. 그러나 살아남은 에메랄드를 역대급의 결승전을 시청한 관중과 양 선수, 사회자, 심판진들 중에서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았다.

“우승하면 우마우마한… 스테이크와 스시를 준다고 했던 뎃승… 하지만 배가 타버려서 먹을 수가 없는 데스우…. 오로로로롱. 왜 이리도 와타시는 불행한 데스우….”

그렇게 방치된 에메랄드는 얼마 안가 치벳, 소리를 내며 다 타들어가지 않은 내장이 전부 바닥에 쏟아져 죽고 말았다.

애호파들이 즐기려고 만든 실장전차도 대회. 그 이면에서는 훈련 도중 죽어나가는 승무원실장들과 대회에서 멍청한 짓으로 목숨을 잃는 사육실장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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