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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29 04: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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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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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너무나 당연한 그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뼈저리게 깨달을 즈음에는 이미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진 다음이다.

다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그 많은 일들을 겪고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현했노라.”

ㅡ무엇이 진정 재앙인가를.



1. 발푸르기스의 밤(1)



루테란 마을은 한창 축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해 들어 가장 큰 축제이자 루테란 마을의 고유 행사인 ‘용사 탄생일’이 어느덧 반나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엘레나도 어른들을 도와 도구와 자재들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 로멘은 마을에서 유일한 대장장이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한창 대장간에서 축제 시작 때 이벤트용으로 쓸 검을 벼리는 중이었다. 로멘은 태어나 고향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촌구석의 대장장이였지만 자기 작품에 대한 엄격함은 웬만한 장인들 못지않았다. 그는 이미 여러 개의 칼을 벼려내고도 만족하지 못해 전부 다 녹인 뒤 새것을 두드리고 있었다.

엘레나는 아버지의 그런 고집이 마냥 헛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내내 대장간에 틀어박힌 일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 축제가 지연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되었기에 자진해서 축제 준비를 도우러 나왔던 것이다.

축제 때 쓸 분장 도구와 폭죽이 담긴 상자를 여섯 개쯤 옮겨 날랐을 때 근처에서 청년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익숙한 목소리가 껴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포착한 엘레나는 목소리들의 발원지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참, 너희들 그거 들었어? 에닌이 강가에서 낚시하다가 이상한 돌을 하나 주웠대. 검게 빛나는 돌을.”

“정말? 검게 빛난다니, 그거 혹시 보석 아니야?”

“어쩌면 마법 물품일 수도.”

“어느 쪽이든 간에, 그 겁쟁이 녀석은 왠지 불길한 게 가지고 있으면 저주가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버리고 왔다는 거야. 말이 돼?”

“등신이네 그 자식. 뭐 예전부터 그랬잖아.”

“야 그럼 그게 그냥 거기 버려져 있단 얘기야? 임자도 없이? 누가 주워가면 어떡하려고?”

말을 꺼낸 청년이 눈동자를 빛내면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니까, 내가 얘기를 꺼낸 이유도 바로 그거야. 지금부터 가서 그 돌 주워오지 않을래?”

“하지만 진짜로 저주가 걸려 있으면? 그럼 우리 모두 위험해지는 거 아냐?”

“설마. 그리고 진짜 저주가 걸려 있다 해도 머리 조금 지끈거리는 정도겠지. 점쟁이 할머니도 자주 그러잖아. 물건에 저주를 거는 건 사람에게 직접 저주를 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맞아. 분명 아무 일 없을 거야. 뭣보다 그 돌이 정말로 보석이면 떼돈 벌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가자, 응?”

“가긴 어딜 가!”

뜬금없이 끼어든 여자의 목소리에 청년은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그곳에는 팔짱을 낀 채 무섭게 이쪽을 노려보는 소꿉친구가 있었다.

“윽... 엘레나.”

“라벤. 어제 분명 뭐라고 했지? 여태껏 놀기만 했으니까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 종일 축제 준비를 돕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준비 다 끝나가는 지금에야 나타나서 또 놀러 갈 생각이나 해? 내가 네 몫까지 얼마나 일했는지 알아?”

“나, 나도 이유가 있었다고.”

“그랬겠지. 넌 늘 변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했으니까. 됐어. 아주머니한테 가서 전부 말할 거야. 넌 축제 준비 돕지도 않고 놀러 다니고,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자, 잠깐. 부탁이야. 이번만 용서해 주라. 너 내 부모님 성격 알잖아. 그냥 조금 잔소리 듣는 정도로는 안 끝난다고!”

라벤의 아버지는 이 마을의 촌장이자 엄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었다. 그건 본인이나 가족에게도 똑같았다. 지금도 라벤의 아버지는 열심히 축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듣기론 며칠 내내 쉬지도 않았다고 했다. 모두 촌장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엄격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이란 녀석은...’

“제발. 사과할 테니까. 이번만 그냥 넘어가 주면 나중에 네가 뭘 말하든 들어줄게. 절대로, 이번엔 어기지 않고.”

“뭐든? 정말로? 약속할 수 있어?”

“응. 약속해. 진짜로.”

“그래도 못미더운걸. 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잖아.”

“그럼 하늘에다 대고, 아니 신의 이름에다 대고 맹세할게. 신의와 약속, 맹세와 계약의 신 프로미숨의 이름을 걸고 나 라벤은 향후 엘레나의 말은 무엇이든지 따를 것임을 서약합니다. 됐지?”

“흠. 그 정도면 됐어. 좋아. 이번만 봐줄게. 대신 지금부터라도 일해.”

“있다가 와서 할게. 빨리 갔다올 테니까. 그럼 말하지 말고 있어! 야 가자.”

“잠깐...”

라벤이 서둘러 친구들을 데리고 사라지자 엘레나는 체념한 것처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못 말린다니까.”


라벤과 일행은 마을 뒤편의 숲으로 들어갔다. 인연의 숲이라 불리는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나무를 캐는 건 금지되어 있으며 매년 봄에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할 때도 이 숲에서 이뤄진다.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인연의 숲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전해져 내려오는 한 일화 때문이었다.

몇 세대 전 한 소년이 다람쥐를 쫓아 이 숲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그루터기에 앉아 쉬고 있던 방랑 기사와 마주쳤다. 일화는 그게 다였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붙는 설명 문구가 하나 있다.

그 소년은 추후 용사가 된다. 그리고 그에게 검을 쓰는 법을 가르쳐 준 건 다름 아닌 그 방랑 기사였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용사뿐만 아니라 그 기사 또한 존경했다. 그렇기에 둘이 최초로 만남을 이뤄낸 이 숲에 ‘인연의 숲’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훼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봤자 과거 일인데, 어른들은 쓸데없는 데 이유 붙이는 걸 너무 좋아한다니까.’

라벤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에닌이 낚시한 곳이 어디쯤이야?”

“거의 다 왔어. 저기 앞에 강가 보이지? 저곳이야. 근처를 수색하면 아마 돌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아직 누가 주워가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말이야.”

강가에 도착하자 청년들은 수풀을 뒤지면서 돌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 라벤은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자 청년 중 하나가 불만스레 말했다.

“넌 왜 가만히 있냐.”

“난 정보를 제공했으니까, 찾는 건 너희 몫이지. 그리고 누구 하나는 감시를 해야 되지 않겠어? 만약 찾는다 해도 그 녀석이 돌을 숨기고 모른 척하면 말짱 꽝이니까.”

타당한 말이었다. 청년들은 수긍한 것인지 별 말 없이 다시 돌을 찾기 시작했다. 라벤은 속으로 키득거렸다. 사실 그의 의도는 다른 데에 있었다.

‘그 돌에 진짜로 저주가 걸려 있다고 해도, 건들지 않는다면 나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일은 없어.’

자신은 단지 누가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애초에 에닌이 돌을 버리고 왔다는 정보를 모두에게 말해준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돈을 분배해야 된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건 그거 나름대로 핑계를 만들어서 빼돌리면 되는 것이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어부지리지.’

양심의 가책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은 추후 촌장이 될 몸. 사람을 부리는 데에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 오히려 쌍방에게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 찾았다!”

청년 중 하나가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라벤도 서둘러 그를 향해 다가가 손바닥에 놓인 검은 돌을 내려 보았다.

“정말로 검게 빛나잖아?”

“진짜 마법 물품인 거 아냐?”

“모르겠어. 그렇지만 엄청 비쌀 것 같지 않아?”

“저주는? 걸려있지 않은 거야?”

누가 그렇게 묻자 모두의 시선이 돌을 든 청년 쪽으로 향했다. 청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별로, 아무렇지 않은데?”

“역시 저주는 헛소리였던 건가?”

“그런 것 같아.”

“얘들아 자아아아아암깐!”

라벤이 크게 소리치더니 청년의 손에서 검은 돌을 획 채어갔다.

“뭐하는 거야. 돌려줘.”

“돌려달라니 뭔 소리야. 이건 우리 모두의 ‘공동 재산’이라고. 그리고 뭣보다 여기에 저주가 걸려있는지 아닌지 그리고 비싼 물건인지 아닌지 감정해 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그냥 냅다 가져다가 판다고 해서? 누구한테 팔 건데? 그리고 그 사람이 가격을 속이지 않으리란 보장은?”

청년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하는 눈치였다.

“그럼 어쩔 건데.”

“당연히 마을로 돌아가서 감정을 해 봐야지. 때마침 오늘 밤에 축제가 열리잖아? 너희들 그거 알아? 이번 축제에는 도시에서 온 방문객들도 꽤 많이 참석한다는 거. 그중에 보석 좀 만져 본 상인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없다면 근처 도시까지 다녀오지 뭐. 좀 긴 여행이 되겠지만, 감수할 만한 수고잖아? 아, 잠깐. 근데 생각해 보니까 여기에도 치명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네. 참, 그걸 몰랐어. 만약 그러려면 이 돌을 누가 맡아서 보관해야 되잖아.”

청년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그 불분명한 말소리들을 하나둘씩 음미하듯 즐기면서 라벤이 얘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건 당연히 나여야 되지 않을까?”

그러자 청년들이 일제히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라벤은 이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

“생각해 봐. 우리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사사로운 탐욕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데? 나잖아. 나밖에 없잖아. 핀델. 네가 돌을 가지면 혼자 독차지 않을 거라고 자부할 수 있어?”

이름을 불린 청년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물론이지.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

“맞아.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똑같이 대답할 거야. 자긴 그러지 않는다고. 하지만 진짜로 그럴까? 핀델. 만약 이 돌의 가치가 1만 금화라고 치자. 그건 너희 집이 20년을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이야. 하지만 그 돈을 여기에 있는 5명에게 균등히 분배하면? 2천 금화밖에 안 돼. 그 돈으로는 도시에 이주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하지. 무슨 사치를 부릴 수 있겠어? 집 살 돈밖에 안 되는데. 그 다섯 배가 있으면 모를까.”

청년들의 시선이 모두 핀델에게로 향했다. 핀델은 성난 목소리로 따져댔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너야말로 거짓말로 우릴 속여서 도둑맞았다 하고 금화만 모두 먹고 튈지 누가 알아?”

“오 핀델 핀델 핀델! 이 바보 천치야,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라벤의 입꼬리가 독사처럼 스멀스멀 위로 향했다.

“우리 집은 대대로 이 마을의 촌장을 지내왔어. 내가 겨우 이 돌 하나 때문에 촌장 자리를 놓고 도망칠 것 같아?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 모두들? 난 말이야 차라리 이걸 팔아서 버는 돈보다 추후에 내가 이어받을 자리가 더 값진 사람이라고. 너도 알잖아. 난 너희들 중에서 가장 신용 있는 집안의 출신이야. 물론, 나도 너희들 중에 이런 돌 하나에 눈이 멀어 친구를 속일 개자식은 없을 거라고 믿고는 싶어. 하지만 시험의 순간에서 항상 올바른 해답만을 도출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아니 아예 없을지도 몰라. 그 용사라는 위대한 영웅을 제외하면 말이야. 그러니 이 짐은 내게 맡겨. 이 시련은 나한테 어울리는 거야. 추후에 촌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인물로서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 돌을 잘 관수할게. 정말로. 한 번만 믿어 봐.”

청년들의 눈빛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거의 다 넘어왔다는 증거였다. 라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 대사를 날리려 했다.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돌이 말했다.

“흥을 돋우는 사기극이로구나.”

“으왓!”

라벤은 깜짝 놀라 그만 손에서 돌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다음 순간 돌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주위를 어둡게 물들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방금 돌이 말한 거야?”

“진짜로 저주가 걸려있었나 봐!”

“도망쳐야 돼!”


ㅡ“시끄럽다.”


돌이 한 마디 하자 청년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아니, 그것보단 아예 멈춰버린 것 같았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얼어붙은 것’ 같이.

움직일 수 없는 건 라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보거나 느끼는 것은 가능했다. 목소리도 정상적으로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

“거기 너. 이름이 무엇이냐?”

“라벤...입니다.”

대답한 건 라벤의 의지가 아니었다. 물음이 명령이 되어 그의 행동을 강제했던 것이다. 

“네 그 추악함. 그 추악함이 긴 잠에서 나를 깨웠도다. 대답해라. 어떤 보상을 받고 싶으냐?”

보상.

그 모순적인 말에 라벤은 의심을 품으면서도 생각했다.

‘그냥 보내달라고 하면 날 이대로 놔줄지도 몰라.’

그러나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두려움의 한편에서 더욱 강한 욕망이 피어올랐다. 보상. 만약 그게 ‘소원’을 의미하는 거라면? 라벤은 어렸을 적 들었던 소원을 이루어 주는 램프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 돌 또한 비슷한 물건일지 모른다. 단지 분위기만 좀 다른. 만약 그렇다면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아무렇게나 막 대답했다간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떠올려. 소원이 아니더라도, 내가 무사할 수 있고 소원이라면 아쉽지 않을 그런 말을. 라벤, 넌 잔머리 왕이잖아. 어서!’

“난... 절대 다치거나 죽지 않고 원하는 거라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절대무적의 인간이 되고 싶어!”

순간 돌이 검게 번쩍였다.

“네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소원’

그 단어를 듣자, 라벤은 크게 기뻐했다. 결국 이번에도 잔머리가 통했다. 다른 녀석들이었으면 지레 겁먹고 이 기회를 놓쳤겠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음을 똑똑히 증명해 보인 것이다.

“날 신으로 만들어 주는 건가요?”

대답은 없었다. 대신에 주변을 감싼 검은 기운에서 줄기 같은 게 뻗어져 나왔다. 그것들은 청년들의 입을 타고 몸 안쪽으로 침투했다.

“뭐야... 저건.”

라벤은 얼마 가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줄기는 청년들에게서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청년들이 야위어 갈 때마다 검은 기운은 그 몸집을 부풀렸다. 마침내 그들이 서있던 자리에 하얀 뼈 무더기만이 남게 되자 검은 기운은 숲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이번에 검은 기운은 숲 전체에서 활기를 뽑아냈다. 대지는 메말라 쩍 금이 가고 나무는 급격히 시들었다.

“서, 설마 흑마법?!”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있자니 라벤은 언젠가 점쟁이 할멈이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금지된 마법들 중에는 대상의 생명력을 매개체로 하는 것들도 있다고. 그것들은 ‘흑마법’이라 불리며 강력하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아주 사악한 마법이라고.

‘그 마법을 사용했던 자들은 신의 분노를 사 결국엔 종족 전체가 저주받게 되었어.’

저주받은 종족.

그것은 마족을 달리 부르는 말.

수백 년 전, 용사에게 끝내 패한 암흑의 존재를 섬겼던 이들.

“설마, 이 돌은...”

깨달음은 너무 뒤늦게 찾아왔다. 곧 검은 기운이 라벤의 주위에 몰려들어 그의 온몸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온몸의 신경이 갈가리 찢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형언할 수 없는 충족감이 그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정신의 마지막 한 가닥까지 끊기려 한 그 순간 귓가에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너는 나와 하나가 되어 영원히 살아가리라. 절대자의 육신으로서.”


상자를 옮기던 중 갑작스레 발밑으로 그림자가 지자 엘레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 보았다.

하늘이 온통 검은 색이었다. 아직 밤이 되려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엘레나는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비가 오려나? 축제 전까진 그쳐야 할 텐데.”



사무치는 한기에 케르벤은 고개를 떨었다. 추위를 느껴보는 건 매우 오랜만의 일이었다. 뼈만 앙상히 남은 해골마가 주인의 생각을 대신 표현하듯 불길하게 울음소릴 내었다.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된 케르벤이기에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곳에서 흘러넘치는 어두운 기운을.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주인님께서 원하실 힘이다.”

케르벤은 병사들을 향해 돌아보았다. 잿빛의 평원은 갑옷을 걸친 백골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살점을 덜렁거리며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검을 들어 스켈레톤 병사들에게 소리 없이 명령을 내렸다. 검의 방향은 서쪽 인간들의 마을을 향해 있었다.

케르벤이 선두에서 말을 몰자 병사들이 뒤따랐다. 하늘의 어둠이 그들 모두를 유혹하듯 불길하게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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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3902 당장 우주세기 외전으로 나온 소설같은것들 애니화하면 바로 ㅇㅂ임 야흐오(59.4) 16.12.17 48 0
5173901 생나공을 풍자한 이매와 [2] ㅇㅇ(119.64) 16.12.17 47 0
5173898 전쟁물 애니를 보다보면 아 이새끼 무조건 죽겠네 하는 포지션이 있다 [4] ㅇㅎ(222.97) 16.12.17 70 0
5173896 헤이세이 건담의 최고작은 W 이며 이건 논리적으로 증명 가능하다. [3] latte(118.36) 16.12.17 48 0
5173895 건담seed 초반부가 괜찮았던 이유는 그냥 퍼건 리멕판정도기땜임 [1] 야흐오(59.4) 16.12.17 47 0
5173894 근데 설원에 바람 부는 거 뭐임? [2] 뭬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2.17 48 0
5173893 이세걔애서 편의점 여는거 히트할거같녀 us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2.17 23 0
5173892 우주세기도 퍼건 제타 더블제타만 진퉁이지 ㅇㅇ(112.133) 16.12.17 25 0
5173888 님들아 앙 마왕띠 제목 구려요???? 빅소맨(1.243) 16.12.17 29 0
5173886 건담탈쓴 비우주세기 메카물이 좆같은게 우주세기 오마쥬 존나함 야흐오(59.4) 16.12.17 37 0
5173884 우주세기 건담-진퉁/비우주세기 건담-가짜 [1] 야흐오(59.4) 16.12.17 56 0
5173883 사기꾼 미라 고고학자와 쌍두 오우거 교수님 [1] ㅇㅇ(223.39) 16.12.17 50 0
5173882 호고곡...선작이 너무 없는 고에요... [2] 빅소맨(1.243) 16.12.17 39 0
5173881 글고보니 세라 꼬리달렸더라 [4] 빵케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2.17 7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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