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갤에서 대부분의 갤러들이 공감하는 의견 중 하나가 지금 나오는 라면들은
옛날에 먹었던 라면의 맛이 안난다는 건데 얼마전에 올라온 글 중 하나가
그 정확한 이유를 잘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만드는 대부분의 라면들은 팜유를 사용해서 튀기는데 가격적인 면을 제쳐 두고서라도
맛에 있어서 동물성 기름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맛을 내기위한 각종 첨가제도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이거빼고 저거빼고 하다보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거의 저녁을 밖에서 드시고 오셔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숱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다른 종류도 아니고 오로지 스탠더드
삼양라면을 큰 솥에 하나 가득 끓여서 먹었었다. 그 당시 우리집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수제비, 칼국수와 함께 라면은 우리 식구들이 저녁을 해결하는 주요 식단 중
하나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라면은 정말 요리 만화에서나 나오는 "천국에서 느끼는
구름위를 떠도는 맛"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이런 맛은 하나쯤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대에서 고생고생하던 일등병 시절
제일 처음 끓여 먹었던 봉지라면, 사랑하던 애인과 갑작스런 이별 후 술을 떡이 될만큼
마시고 난 다음 해장으로 먹었던 눈물의 라면 등 추억에 서린 라면맛이 하나쯤은 다 있을
것이다.(아니면 당신은 무척이나 안정스런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 인정...)
그렇게 기억에 새겨진 라면맛과 지금 일상속에서 지나치면서 먹어가는 라면맛과는
당연히 틀릴 수 밖에 없다. 모름지기 음식은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자체의 맛보다는
상황이 만들어 내는 맛이 더 기억에 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라면을 먹는다면 아무리 맛이 없는 라면이라도 당신의
기억에 크게 남을 것이고, 앞으로 그 맛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