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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마지막 여행 - 9화

새벽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23 01:57:09
조회 692 추천 2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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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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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8화









- 도착했다!


위병들의 손에 이끌려 배를 내렸다. 그들은 나를 바닥에 내팽겨쳐놓고 유유히 배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느새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버렸다. 서던 아일. 애증하는 나의 조국.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곧 내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곳.


온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곧 닥칠 사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엘사 여왕이 내 심장에 불어넣은 혹한의 마법의 영향인듯 하다.


한겨울에 맨몸으로 바깥에 나온것 마냥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은 시리고 아프다. 피처럼 붉은 내 머리카락은 조금씩 하얗게 얼어붙어갔고, 손끝은 점점 감각이 사라져간다. 이루 말할수 없는 고통이 매분 매초 나를 괴롭혔다.


안나가 얼어갈때도 이런 고통이였겠지? 난 그런 안나를 권력욕이라는 부질없는 허상 하나 때문에 외면해버렸어. 그리고 이게 그에 대한 마땅한 대가겠지.. 지금 그녀는 뭘 하고 있을까..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꺼다.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냥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어. 오늘 아렌델엔 꽤나 큰 규모의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어. 언니가 마법을 부릴줄은 알지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까지는 막을수 없는 모양이야. 답답해서 창문을 열어봤지만, 불어오는 겨울 바람이 너무 추워. 매서워. 그리고 아파...


카이에게 전부 들었어. 언니가 나에게 미행을 붙였고, 그래서 발각되었다는걸.


내가 한 행동은 결코 옳지 않아. 난 이미 크리스토프와 약혼을 앞둔 몸이고, 한스는 나와 언니를 죽이고 아렌델을 차지하려 했던 나쁜놈이였으니까


내가 정신을 잃고 표류한 그를 발견했을때 숨겨주면 안되는 거였어. 바로 언니한테 이야기 했어야했어. 그게 정상인거고 나도 알아.


결국 그는 다시 본국으로 쫓겨났지. 이렇게 된게 옳은거야. 맞는거야...


- 안나..? 왜 울고 있어? 무슨일 있어?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 날 아끼고 사랑해주는 한 남자가 옆에서 날 걱정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


- 응? 아.. 아냐, 아무것도..


하지만 난 지금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난 일어나서 침대에 누워버렸어.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지. 혼자 있고 싶다는 내 무언의 표시중 하나.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어지는 발자국소리와 함께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


이제 이틀 뒤면 그의 쳐형일.. 그리고 내 약혼식...


새로운 시작과 끝이 동시에 이뤄질 날..


난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다시 돌아온 성 안. 성을 지키던 문지기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성문을 닫았다. 성안은 온통 회색빛이였다. 걸려있는 국기를 제외하고. 세련되고 깔끔해 보인다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어릴때부터 난 이런 풍경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인간미가 없잖아..


성안에 갇혀 살다시피 했던 20여년.. 언젠간 그곳을 탈출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 결국.. 다시 이곳으로 왔구나..


습관적으로 한숨을 푹 쉬었더니 폐부분부터 성대까지 엄청난 고통이 가해졌다. 이제는 슬슬 숨쉬는거조차 고통스럽다. 정말로 지독한 한기다.


궁전으로 향하는길이 멀고도 멀다. 지나가던 시종들과 병사들이 나를 일제히 빤히 쳐다본다. 어떤 이는 동정의 눈빛으로, 또는 경멸의 눈빛으로.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태 날 무시한것처럼 그냥 무시해줬으면 좋겠는데. 13번째 왕자라고 거들떠도 안보던 인간들이 사고를 치고 죽을때가 되서야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다니.. 정말로 역겹기 그지없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니 아버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사람들을 전부 물러나게 한 모양이다.


-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무릎을 굽히고 부복했다. 온몸이 얼어붙은것 마냥 뻣뻣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아버지 앞에서 그런 내색은 단 1%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을 가장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힘주어 움직였다. 


- 그래. 마지막으로 다녀온 여행은 어땠느냐.


진심으로 궁금하다던가 신경썼다는 느낌이 아닌 대강대강 물어본다는 뉘앙스. 순간 열이 치밀어오르려했지만, 그냥 태연하게 대답한다. 날 죽이라고 명을 내린 사람이야. 더 볼 필요도 없고, 더 이야기할 이유도 없어.


- 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흠, 그래 좋다. 사형집행까지 남은 몇일간은 너의 방에서 지내도 좋다. 다만 어딘가에 나갈때는 동행인이 붙을꺼니까 그건 참고하도록.


역시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어. 나는 미련없이 일어나 방을 나갔다. 


3층인 내 방까지 올라오는것도 일이였다. 힘없이 침대위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또각또각. 벽에 걸린 괘종시계가 지금도 1분 1초씩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걸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이제 사형까지 남은 날짜는 단 이틀. 머릿속은 텅 비었다. 앞으로 뭘 해야 좋을지, 유서라도 써야할까? 써봤자 내 유서를 누가 읽지?


시종이 발견하고는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릴께 분명해.


눈이 점점 감긴다. 난 몰려오는 졸음에 몸을 맡긴다. 차갑게 얼어가던 전신이 발끝부터 서서히 녹아가는 기분, 고통도 서서히 사라지고 마음속엔 평온이 찾아온다. 그리고 안나를 다시 만났던 그 찰나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 사형 집행 하루전 ]





-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여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 수고했어요 박사.


지겨운 수업이 드디어 모두 끝났다. 


- 카이! 어서 들어와요!


- 네, 부르셨습니까 여왕폐하.


- 안나의 약혼식 준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겠죠?


- 물론입니다. 코로나국 최고의 의복 장인으로부터 주문했던 약혼식용 예복이 오늘 저녁까지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참석여부도 모두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의 귀빈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인원은 약 1500여명으로 예상됩니다. 


- 얼마 안남았으니 조금만 더 수고해줘요. 누구보다 아끼는 내 여동생 약혼식이예요. 내일은 그 애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되어야 해요. 어떠한 착오라도 있어선 안됩니다. 내 말 이해했죠?


- 물론입니다. 여왕님.


- 그럼 가서 조금만 더 수고해줘요 카이.


- 예, 그럼..


내일은 안나의 약혼식 날.. 얼마전에 있었던 그 불미스러운 사건을 말끔히 지워버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약혼식은 반드시 성대하게 치뤄져야해.


크리스토프의 말로는 요새 많이 힘들어하는것 같다고 하는데.. 직접 보러 가야지..






- 어..언니? 이시간에 여긴 왠일이야?


나의 깜짝방문에 화들짝 놀래는 내 동생. 


- 내일의 주인공을 보러 왔지.


- 에이.. 주인공은 무슨...


안나의 표정이 약간은 어두워보인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있고. 얼굴은 상기되어 있다.


- 안나... 울었구나?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는거야?  


- .......


- 그 남자는 잊어버려. 넌 잠시 그 남자에게 속아넘어간거 뿐이야. 이제 앞으로 있을 즐겁고 밝은 나날들만 생각하자, 응? 너도 기다려왔던 날이였잖아. 눈물은 깨끗이 닦아버리고 활짝 웃어. 알았지?


내 말을 들은 안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평소의 밝고 활달한 안나가 보여주는 꾸밈없는 웃음이 아닌 거짓된 억지미소였다는걸 내가 모를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의 이야기는 필요없을것 같다. 시간을 좀 줘야겠어.







- 안나, 드디어 내일이야.


- 응, 벌써 내일이네.


- 앞으로 널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께. 내가 약속할께. 


- 나도 마찬가지야.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 미안하다니.. 어떤게?


- 얼마 전....


- 그 이야기는 안해도 돼 안나. 그 놈이 나쁜거지 니가 나쁜게 아냐. 넌 단순히 그 놈이 파놓은 덫에 걸린것 뿐이니까 미안해 하지마. 제대로 신경 못쓴 내 잘못도 크니까..


- 알았어. 저기... 미안한데, 내일 식 올릴때까지만 혼자 있게 해줘.


- 응? 왜?


- 눈치없기는! 다른 사람한테 시집가기전의 여자에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랍니다!


- 아, 하하하하... 알겠어. 그렇게 할께. 그럼.. 내일 아침에 봐!







해가 저물어가고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진다. 겨울 바람은 정말로 익숙치 않은데 말이야.. 자, 드디어 출발 시간이군.


- 코로나 - 서던제도로 가실 승객분들은 모두 탑승해주십시오! 배가 곧 출발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배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모든 사람들이 탑승했고 선착장은 사람 하나없이 텅 비었다. 이 배가 오늘 아렌델에서 떠나는 마지막 배거든.


- 자, 그럼 출항!


내 지시와 함께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파도가 거세서 손님들이 배멀미로 고생좀 하겠어. 나야 단련되서 괜찮지만..


- 저기! 잠시만요! 아직...하아.. 손님 있거든요! 


저 성쪽에서 사람 하나가 다급하게 뛰어오는게 보인다. 목소리와 체구로 봐선 여성으로 보이는데.. 후드를 눌러쓰고 복면 같아 보이는 마스크까지 한터라 보이는건 영롱한 초록빛 두 눈뿐이다.


- 어서 올라타쇼!


뒤늦게 온 여성은 꽤나 날렵하게 배 위로 올라탄뒤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그 여성은 나와 마스트에서 멀어지는 아렌델을 구경하려던 몇몇 시민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었다.


- 안 늦었다... 하아..하... 고마워요..


- 저기.. 인사는 됐수. 어디로 향하오? 행선지에 따른 값만 나한테 주면 돼.


내 대답에 그 여성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서던 제도요' 라고 답했다.











진짜 ㄹㅇ 염치없게 오랜만에 쓰는것같네여....



어떻게 이어야할지 답이 안보여서 ㅜㅜ 근데 해답을 어느정도 찾은것 같아요



다음화로 끝을 내겠습니다. 다음부턴 장편 막 저지르는짓같은건 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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