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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대회 탈락] 효릿고

프로즌하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8.12 23:39:49
조회 1023 추천 2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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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말로 오래된 역사였다. 역사라고 불러도 충분하다. 무려 13년이나 되는 긴 시간의 이어짐이었으니까. 정말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게 언제였을까. 너무 옛날일이라 이제 잘 기억이 안나나보다. 다만 볼품없이 일그러진 기억속에서도 꿈속에서 트롤에게 키스당했던 날이라는것, 내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생겨났다는것 정도는 생각난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가장 중요한 사실.


엘사가 나를 무시하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날 상대도 해주지않기 시작한 날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날 최고의 친구를 잃었다. 소중한 언니를 잃었다. 나는 다 잃었다.


부모님과 겨우 몇사람, 궁안에 남아서 나를 상대해주는 사람을 빼고는.


부모님은 착한 분들이셨다. 아버지는 나의 어리광에는 언제나 헤벌쭉하니 왕답지 못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셨다. 팔불출 임금님에게 자주 핀잔을 주시곤했지만, 어머니의 자상함도 그분이 언제나 간식시간 이후에 몰래 한두개 더 쥐어주시던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나의 마음속 가장 간절한 소원에는 언제나 냉정하고, 무관심했다.


카이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건 전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바쁘고 무뚝뚝하다. 언제나 나에게 미소짓고 나의 좀 심하다 싶은 장난도 묵인해줬지만, 나와 놀아주지도 않았고, 재밌는 농담을 던져도 예의 그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웃어주었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마음에는 언제나 얼굴을 굳혔다.


겔다는 유능한 시녀였다. 그녀는 언제나 내 마음을 먼저 읽을줄 알았다. 내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귀신처럼 알아채고 그것을 대령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에는 언제나 아무것도 손을 쓰지 못한채 난처하게 머리를 긁적일뿐이었다.



가장 간절한,


정말 중요한,


친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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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관식 날이야!"


아침부터 나는 잔뜩 들떠 있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럴만도 하지. 오늘에야말로 그동안 꽉 닫혔던 성문이 열리는 날.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드나들고, 대화가 오간다. 언제나 비어있던 궁궐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득차 생기가 한가득 흘러넘칠 것이다. 상상만해도 신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시녀들이 내 드레스를 붙잡고서 더욱 많고 화려한 장신구를 치렁치렁 매달려는걸 뿌리치고 나는 계단 난간을 묘기부리듯 미끄러져 내려와 궁 밖으로 뛰쳐나왔다. 시녀들이 허둥지둥 내 이름을 외치며 달려오는게 느껴졌지만, 그냥 무시하고 열려가는 성문으로 그대로 달렸다.




자 이제 성의 문을! 열라!!




나는 강철 새장의 열린 문으로 날아오르는 한마리 파랑새처럼, 성문의 틈으로 뛰쳐나왔다. 마치 이제야 오냐는듯이 따스한 태양빛이, 바다를 스치며 불어오는 약간은 짭조름한 바람이, 반짝반짝 손흔드는 파도가 나를 멋지게 환영해주었다. 그건 정말로 내 생애 최고의 환영식이었다.



아아... 하루뿐인 오늘... 오늘이야 말로 분명 나의 최고의 날이 될거야!



수없이 시야를 수놓는 아름다운 햇빛과, 나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민들의 눈빛에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가슴이 덥혀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차가운 가슴속의 얼음에 얼어붙어 언제나 마음속에 박혀있던 가시투성이의 감정들이 그 기분나쁜 탁한 빛을 잃고 허공으로 흩어지는것 같았다. 저절로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차오른 감정들은 신나는 스텝으로 경쾌한 노래로 나의 다리를 이끈다. 사람들의 미소와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의 빈공간을 채우는 밝고 희망찬 감정에 이끌려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몸옆에서 덮쳐온 충격에 놀라 어엇하고 중심을 잡으려 했을땐 이미 몸은 나룻배에 실려 물위로 추락직전의 위기에 놓여있었다. 다행히 누군가 배의 반대편을 잡아줘서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는건 면했지만, 그 방식은 전혀 신사적이지 않고 우락부락하게 야만스러웠다. 덕분에 나는 공중으로 뛰쳐올랐다가 딱딱한 배 위로 엉덩이부터 충돌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잔뜩 화가 나서 눈을 가리고 있는 냄새나는 해초를 떼어내며 범인에게 쏘아붙히려 했지만, 곧 그만둘수밖에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화려한 백마에서 내려 내게 손내미는 그의 모습은, 이런 말하면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너무나도 멋진 동화속의 왕자님의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아아,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설령 바로 오늘 만난 사람이라고 해도, 사랑에 빠질수밖에는 없는거겠지?




---





아빠, 엘사랑 놀고싶어요. 그러면 안돼요?


딱딱하게 굳어가는 그의 얼굴을 보며, 나는 대답을 예측했다.


안된다고 했잖니, 안나. 엘사는 너와 놀아서는 안된단다.


타일르듯 어르듯 나에게 말하는 아빠의 모습에 나는 굳이 왜요?라고 묻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에도 그저 실망을 한가득 온몸에 담고서 고개를 푹 숙였을뿐이었다. 엘사는 나중에 왕이 될 사람으로서 미리미리 교육을 받아야하고 그 교육은 너무나 힘들기에 나와 놀 시간은 한 순간도 없고, 또한 그 공부는 너무나 어려워서 내가 이해할 수도 없을거라고 하는 대답은, 그동안 너무 많이 들었으니까.


안나야 미안하구나.. 엘사를, 아빠를 이해해주겠니?


아빠는 미안함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동시에 여전히 나를 어떻게든 구스르려는듯한 어투를 숨기지 못하며 살며시 나를 안아주었다. 평소에 늘 그래왔듯, 안나는 착한 아이니까 분명 이해해줄수 있지?하고 약간은 강요하는듯한 문구가 어미오리 뒤를 따르는 새끼오리마냥 따라붙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그 질문에 가만히 네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빠가 원하는대로 착한 아이로 있기로 했다. 엘사가 내가 밤에 부모님 몰래 찾아가도 예전처럼 같이 놀기는커녕 대답조차 해주지 않는것은, 어쩌면 내가 모르는동안에 무언가 그녀에게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엘사는 내게 화가 난걸까? 어째서? 내가 나쁜 아이였기때문에? 언제나 부모님 말씀도 안듣고 엘사를 귀찮게 해서? 그래서 내가 싫어진걸까?


미안해 엘사 날 미워하지마. 이젠 아빠 엄마 말씀도 잘 들을게. 한밤중에 놀자고 깨우지 않을게.


나는 내 품에 안긴 엘사 인형에게 속삭이며 그녀를 꼭 끌어안고는, 그녀가 나의 간절한 사과를 받아주기를 빌었다.






---




엘사! 엘사는 아무것도 몰라.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거냐구.


궁전 파티장에 가득 들어찬 사람의 숲을 헤치고 천천히 나아가며 나는 마음속으로 내 자신에게 심정을 토해냈다. 무거운 걸음 한걸음 한걸음마다 끈적하고 기분나쁜 감정이 솟아나와 발에 휘감기는것만 같았다. 엘사, 엘사는...


그냥 안돼!


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엘사... 왜 나를... 세상을 그렇게 거부하는거야...


심장속 깊은곳부터 다시금 도지기 시작한 상처가 고통스럽게 나를 압박하고, 나는 그 힘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짜부라져 사라질것마냥 위태로웠다. 밑둥이가 썩어들어가는 나무처럼.. 나를 근원부터 잠식하는 아픔에 나는 시시각각 쓰러져가고 있었다.


만약, 쓰러진다면... 누군가가 날 지탱해 줄수 있을까...?



마지막 끈을 놓을것같던 그때,





한스가, 날 붙잡았다.




---




엄마.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엄마에게 말을 걸면, 금새 응?하고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으려 애쓰며 마치 우연히 지금 생각났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있는 사람은 분명 외롭겠죠?


부드럽게 리듬을 맞춰 흔들리던 의자가 천천히 멎었다. 그녀는 10살짜리 아이가 던져온 이 질문이라는 공을, 어떻게 해야 아이가 상처입지않고 다시 공을 받을수 있게 던져줄수 있을지 고민하는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엘사도요?


나는 흐느적거리며 날아온 대답을 받아 즉시 다시 그녀에게 던졌다. 어느새 책을 덮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살며시 불안이, 당혹감이 고이기 시작했다.


외로운데, 왜 나와서 나와 함께 있지 않지...?


엄마에게 묻는게 아닌, 중얼거리는 듯이 말을 흘렸다. 흘러내린 말은 바닥을 타고 천천히, 엄마에게 닿을때까지 아주 천천히 기어가는것만 같았다.


무겁도록 긴 고요끝에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안나, 엘사는 해야할 일이 있어.


........


이 나라와, 우리를 믿고 따르는 백성들을 위한, 정말 숭고하고 중요한 일이란다.


.................


입을 꾹 다문 침묵이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증표라고 생각했는지, 엄마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고개를 숙여 바닥만 내려다 보고 있던 나를 이내 포근한 품이 끌어안았다.


괜찮아 안나. 엘사는 분명 외롭지 않을거야. 이렇게 언니를 걱정해주는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 있는걸.


엄마는 내 턱을 부드럽게 잡고는 살살 얼굴을 잡아올려 나와 그녀의 눈을 맞추었다. 그녀의 살며시 휘어진 눈과 따듯함이 넘치는 눈동자가 나를 한가득 품어주었다.


엘사를 위해 기도해주렴. 언니가 외롭지 않도록.


............네


목 안쪽으로부터 차오르는 시큰한 물기를 내리누르느라 대답은 기어나오는듯이 느렸다. 간신히 대답을 자아내고는 나는 엄마의 품에 그대로 고개를 푹 파묻었다. 엄마는 나를 받아서 다시한번 힘껏 안아주었다.


목끝에서, 눈안에서 금방이라도 터져 넘칠것같은 눈물을, 나는 미처 물어보지못한 마지막 질문과 함께 억지로 씹어삼켰다.




엄마


그럼 나는요?


엘사도 지금 외로워하는 나를 위해 기도해줄까요?




---




엘사 제발. 언니 거기 있다는 것 알고 있어.


내가 바로 여기 있어. 바로 언니의 문밖에 있어. 손끝이 닿기만해도 내 전부가 얼어붙을듯이 차가운 이 문 바로 앞에.


제발 들여보내줘..


이제 문을 열어줘도 되잖아. 이제 따뜻한 말이라도 한마디 나에게 건네줘도 되는거잖아.


이제 10년이나 되었으면 그정도로 충분하잖아. 나도 충분히 열심히 했잖아. 혼자서도 잘 해왔잖아. 정말 노력했잖아.


이제 우리 둘뿐이야... 언니와 나 둘뿐...



난 언제까지... 이렇게... 언니 문밖에 서있어야하는거야...


난 언제까지... 대답없는 노크를 계속해야 하는거야...


난 언제까지... 완성되지 않는 눈사람을 혼자 바라봐야하는거야...


언니 제발.. 제발 날 혼자 버려두지마 나 이제 너무 힘들어 제발 나와줘...


내가 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줘...





부탁이야......










내가, 내가 언니를... 미워하게 만들지 말아줘...........





---



"그럼 떠나."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한참동안이나, 혹은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그 자리에 못박힌듯이 정지해있었다. 머리 뒤쪽부터 마치 망치로 후려갈긴듯한 둔중한 통증이 퍼져나온다. 통각은 이내 번갯불이 되어 내 온몸을 미친듯이 휘젓기 시작했다. 머리가 깨져나갈것만 같다. 등허리가, 척추가 마치 타오르기라도 하는듯이 뜨거워졌다. 팔이, 다리가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떨렸다.


통증이 몸전체를 한바퀴 돌아 끓는 피를 뿜어내는 심장에 이르렀을때, 그러나, 그 퍼져나온 수많은 아픔은 박동하는 심장속에서 한줄기 찌르는 칼날이 되어 헤진 가슴을 찢으며 날카롭게 일어섰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향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자를 향해. 비정한 나의 언니, 엘사를 향해.





어떻게 엘사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수가 있어.


어떻게 언니를 위해 기도해왔던 나에게.


어떻게 널 위해 홀로 고독속에 남겨졌던 나에게.


어떻게 날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네가.


어떻게 날 위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네가.





어떻게.


감히.


네가.


나를.





.

.

.

.

.





손아귀에 피가 날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던 고통도 감정도, 지금와선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그 수많은 귀빈들이 모인 장소속에서 엘사에게 뭐라고 소리쳤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커멓게 끓어오르는 적의가 내 입에서 터져나와 비산하여 파티장을 가득 메웠을때 엘사가 어떤 표정을 지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파티장 문을 나서기 직전에 그 자리에 여전히 멍청하게 서있는 엘사에게 뭐라고 씹어 뱉었는지도,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내 뒤로 문이 닫혔을 때 마침내 지난 기나긴 아픔의 세월이 눈에서입에서목에서폐에서뱃속깊숙한곳에서 그리고 온몸에서 터져나왔다는 것만 기억한다.


나는, 끔찍한 절망에 전신을 잔인하게 뜯어먹혀 무너지는 내 옆에 한스가 달려와주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나는, 그의 굳세면서 따뜻한 손이 쓰러져가는 나를 다시금 단단히 붙잡아 지탱해 주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나는, 나는 내가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만, 이제 결코 흔들리지 않을 그 사실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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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 바로 다음날, 나는 아렌델을 떠나기로 했다.


이 나라를 떠나 한스의 나라인 서던 제도로 가서 그와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모든 준비는 서던에서 할 수 있다고 한스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파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도, 늘어선 테이블위에 한껏 펼쳐진 아이스크림도, 그리고 나의 최고의 날을 아름답게 장식해줄 멋진 웨딩드레스도. 모두 서던 제도에서 마련할 수 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즉시 내가 가져갈 모든 짐을 꾸리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물론, 서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었기에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마지막 채비만을 남겨둔 나는 거의 깨끗히 정리된 나의 책상위에, 몇가지 남아있는 물건들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몇가지 물건이라고 해봐야 두개뿐이었다.


한가지는, 나의 일기장.


지난날의 나의 세월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손때묻은 낡은 일기장이다. 표지는 가죽으로 되어있었지만, 그것이 나와 함께한 오랜 세월을 반영하듯 상당히 많이 헤져있었다.


이건 두고가자.


이 안에 담겨진 나의 지난날은 이제 없다. 나의 고통도 이제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진정한 나 자신과 나의 행복을 마침내 이 손안에 얻게 된것이다. 그래, 한스와 함께.


일기장을 책상서랍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작은 액자.


액자의 딱딱한 갈색 나무틀은 그 안에 과거의 한순간을 그대로 담아두고 소중히 그것을 지키고 있었다. 난 액자를 들어올렸다.


액자안에는 함께 만든 눈사람을 끌어안고 있는 어린시절의 안나와 엘사가 간직되어 있었다. 그림속의 어린 엘사는 눈사람에 달라붙어있는 동생 안나를 온 품에 가득히 끌어안고는 그 즐거움이 묻어날것만 같이 바알갛게 상기된 얼굴로 미소짓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웃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안나였다. 손이 새빨갛게 되면서까지도 눈사람을 놓지않고 한껏 들떠서 헤실거리고 있는 꼬마는 보는 사람까지도 누구나 행복하게 만들어줄것만 같은,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물론, 나는 아니지만.


나는 대충 아무렇게나 액자를 옆으로 휙 던졌다. 허공에서 몇번 회전하며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을 받아 잠시 반짝이던 액자는 이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충돌했다.


슬쩍 눈을 옆으로 돌려보면, 액자는 바닥에 부딛히고서도 몇번을 더 굴러가서는 햇빛도 닿지않는 방 구석에 처박힌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액자가 지나간 자국을, 바닥과의 충돌로 인해 부서져서 액자에서 떨어져나온 처량한 나무조각들만이 짐작하게 해줄뿐이었다. 아, 저런...




이제야 좀 제대로 된 모양이 된것같네.




나는 별 감흥 없이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지금 나에게 별 감흥이 없다는것은 거짓말일것이다.


고개를 돌리던 와중 창문밖으로 항구에서 떠날 준비에 한창인 서던의 범선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 배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과 그 배가 닿을 목적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한껏 벅차올라오는 것이 느껴져왔다.


나는 굳게 닫혀있던 나의 방문을 기운차게 활짝 열었다.




---



미래를 향한 배는 시원하고 강하게 물살을 가른다. 한스와 함께하는 범선은 순풍을 받아 쾌속으로 서던을 향해 나아간다. 여름인데도 여전히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는 갑판위에서 멀리 태양을 반사해 반짝이는 물표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옆으로 넘실대는 파도는 햇빛으로 곱게 수놓은 손수건을 흔들며 나를 열렬히 배웅해 주었다.


내 얼굴을 보진 못하지만, 분명 정말 멋진 표정일거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모든것을 내려놓은 홀가분한 기분. 마치 지금타고 있는 배가 물이 아닌 공중을 가르고 날아오르는것처럼 느껴질정도로 심장이 뛰고 온몸이 가벼워져 마음이 바람처럼 강하고 자유롭게 휘몰아오른다. 마치 속에 작은 폭풍이 갇혀 있는것마냥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져나갈것만 같다.


한껏 그 기분을 즐기며 지금은 수평선 가까이 작게 보이는 아렌델을 뒤돌아본다. 비스킷에 박힌 초콜릿조각마냥 작아져서도 여전히 그곳의 모습은 나의 가슴에 약하게나마 저릿한 통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저런 곳은 이제는 우스울뿐이다.


내가 궁을 나설때 몇몇 낯익은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내 앞에 사열하듯이 늘어섰던것이 기억난다. 그들은 모두들 내가 그냥 아렌델에 남아있기를 간절히 원한다는것을 나에게 한꺼번에 전해왔다. 아아, 그것들은 정말 자질구레한것들뿐이었다.  그 시종들은 겨우 그런 이유로 내가 아렌델에 남아 막 즉위한 여왕옆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그중에 하나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아, 한개정도는 제대로 들었다. 몰려온 그들에게 질리도록 많은 이유와 간청을 들었고, 또 전부 잊어버렸지만 역시 그중 단연코 기억에 남는 한개는 가장 먼저 내게 청해왔고,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놓지않으려 들었던 겔다의 말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도 그럴것이.



'엘사 여왕님이 슬퍼하실거예요'라니 하, 정말이지 우습지 않은가?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나를 언제까지고 잡아놓을것 같던 그녀에게 나는 그래서 몇번이고 반복하고 강조해서 다시 말해줘야했다.



'여왕은 내게 있어 아무 존재도 아니예요' 라고.



그리고 그건 여왕에게 있어 나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나의 인내심이 끊어지기 전에 그렇게 덧붙혀주었다. 할말을 전부 털어놓아 편해진 나와는 대조적으로 나의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은 형편없이 일그러졌었다.



항구에 갔을때는 더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어느 어리벙벙하게 생긴 얼음장수 청년이 급히 승선을 앞두고 있는 나를 급히 찾아왔다면서 다짜고짜 만나려 한 일이었다. 정말 급해보이기에 한번 말이나 들어보자고 불렀더니 그는 냉큼 나에게 구깃구깃 접힌 편지를 한장 내밀었던 것이다. 본인은 그저 파비 할아버지에게 그 편지를 급하게 전해달라는 말만 들었을뿐 내용은 모른다는 것이다. 파비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트롤이라고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이후로 나는 더이상 그와 대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상에 어떤 바보가 트롤을 믿는단말인가. 그런 어린애 그림책에나 나올 생물체가 갑자기 나에게 편지를 써서 급히 전해달라고 했다고? 그것보단 그냥 이 남자가 눈을 뜬채로 꿈을 꾸고 다니는 한심한 얼간이라는 것을 믿는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것이었다.


아무튼 그가 너무나 간절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 지저분한 편지지를 결국 가지고 가는것으로 했다. 남자가 가지고 가지말고 지금 읽어달라고 승선하는 나에게 그 덩치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부탁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냥 대충 잘가라고 손이나 흔들어 주었다.



물론 지금 그 편지는 내 짐이 실린 방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아렌델에 대한 것을 너무 많이 생각한 모양이다.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정체모를 찌릿한 통증에 기분이 영 나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때, 한스가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크고 자상한 손의 감촉에 단숨에 그인걸 알아챈다. 고개를 돌리고, 그의 미소가 담긴 얼굴이 나의 눈동자에 그대로 스며든다.


아아, 정말이지. 그를 보는 것만으로 단숨에 가슴이 뛰어오른다. 통증도 아렌델도 전부 잊은채로 나는 그에게 활짝 팔을 벌려 안겼다. 그의 넓은 가슴을 울리는 심장소리가 나에게 행복을 전해다 준다. 그의 등뒤로 작은 점처럼 보이는 아렌델은 내 가슴의 아픔처럼 이내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아 사라져 버린다.






서던에서의 새로운 미래가 나를 기다린다. 행복이 어린 시절 자주 보던 새하얀 함박눈처럼 내려 우리 주변 가득히 쌓일것이다. 눈이 과거를 새하얗게 뒤덮고, 그 위에 두사람이 새로이 만들어낼 우리의 눈사람은 분명 결코 녹지도 부서지지도 않을 아름다운 것이리라.




 





Let it go let it go

더 이상 참지 않아

Let it go let it go

나는 이제 떠날래


오늘밤 내릴 하얀 눈은 온 세상을 뒤덮고

"이 외로움 한가운데 나 홀로 남겨졌네"

내 안에 부는 바람 거친 폭풍 되고

"정말 힘든 맘 하늘은 알겠지"


"맘 열지 마 보여주지 마 너를 감춰 숨겨둬야 해"

"그 아무도 네 모습을 알지 못하게"


Let it go let it go

더 이상 참지 않아 "더 이상 참지 않아"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나는 이제 떠날래

"난 이곳에 여기 이곳에"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외로움 따윈 상관없어"


거릴 두고 보면 모든 게 작아 보여

"나를 두렵게 했던 것 이제 겁나지 않아"

차가운 공기들 속에 의지는 강해져

"내가 걷던 세상 향해 이제 소리칠 거야"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더 이상 참지 않아 "더 이상 참지 않아"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나는 이제 떠날래

"난 이곳에 서있을 거야"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외로움 따윈 상관없어"


그동안 내 삶은 얼음에 갇혔었지 "그동안 내 삶은 얼음에 갇혔었지"

이제는 달라 어제의 내가 아냐 나를 찾지 마 "이제는 달라 어제의 내가 아냐 나를 찾지마"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더 이상 참지 않아 "더 이상 참지 않아"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나는 이제 떠날래

"난 이곳에 여기 이곳에"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그 누구도 날 막진 못해! "그 누구도 날 막진 못해!"


Let it go

Here I'll stay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뱉어낸 노래의 마지막 한 문장이 어두운 방안을 가득 채운다. 지난밤에서 시작되어 오늘 아침까지도 머리속을 가득 쥐어뜯던 수많은 상념과 고민들을 전부 입으로 토해낸듯, 머리속은 방안과는 다르게 깨끗하게 비워졌다.



안나는 두시간전에 이미 궁을 떠났다. 시종들이 어떻게든 늦춰보려했다고는 하지만 한번도 배웅할 시간조차채 남기지 못했다고 했다.



밤새 흐느껴 울었던 탓에 아직도 마르지 않은채 턱에 매달려 있던 눈물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바닥에 앉아있던 자세에서 가만히 일어선다. 조금전까지는 온몸에 가득찬 슬픔이 모든 힘을 앗아가버렸었지만, 지금은 전혀 힘들지 않다. 도리어 뱃속 깊숙한 곳에서, 어떤 뜨거운 힘이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엘사 네 힘을 숨겨.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마렴.



커튼사이로 태양이 방안을 슬쩍 엿보자, 방 전체를 뒤덮은 얼음결정들이 반짝반짝 찰나의 빛을 낸다. 그러나 그것들이 일말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던것도 한순간이었다. 안그래도 차가운 공기가 더욱더 속도를 붙혀 끝없이 추락하고, 그 속도에 맞추어 얼음들은 뾰족하고 예리하게 자라나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걸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두려움이 공주님의 적이 될 것입니다.



핫, 하고 갑자기 터져나온 단말마의 웃음이 방을 울린다. 마치 그것이 신호탄인마냥, 발 아래로 얼음결정들이 반짝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모여든 얼음결정들은 가장 먼저 발을 감싸안은뒤 천천히 다리를 따라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 당신들, 다른 사람들 때문이잖아.



얼음조각들이 옷을 쓰다듬자 이내 옷은 그 본래 모습을 잃고 얼음으로 변한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얼음조각들은 차례로 천천히 올라가고, 그 과정에 있는 모든것을 변질시킨다.



소중한 것은, 지킬 것은 다 잃었다. 그들이 다칠까봐, 또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게될까봐 두려워하는 바람에.



얼음들이, 엘사 자체를 변질시켜간다.



나를 숨길 이유따윈 없다. 나만 아파할 이유따위도 없다.



뱃속 깊숙한곳에서 차갑고도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얼어서 타오르는 그 거무죽죽한 감정의 바다속에 온몸을 던진다.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억눌리면서 살아왔다.



여왕폐하? 카이가 방문을 조심스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엘사의 눈동자는 그 맑은 빛을 잃고 속을 알수 없는 기이한 색깔에 침식당하고 있었다. 칠흑처럼 검은것이, 그리고 검은것 뒤에 피처럼 붉은것이 엘사를 먹어치운다. 전부, 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전부




그것은 속을 모두 뜯어먹혀 껍데기만 남은 엘사 안에 깃든다. 엘사를 차지하여 잉태한 괴물은 여왕의 입을 빌어 자기 자신에게, 그녀에게 속삭인다.







이제는 내가 그들을 짓밟을 차례다.











That perfect girl is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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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를 생각하며 노래불렀다는 효린씨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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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심사위원중 한분이 엘사가 중2스럽다고 하셨는데요, 이 말이 사실입니까?


A : 예 사실입니다. 이제 잠들어있던 빙염룡이 깨어나는 것입니다. 혼돈! 파괴! 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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