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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조차 삼켜버린 캄캄한 늦은 저녁, 술과 담배에 찌들어있는 노숙자가 빈술병을 손에 쥐고 가로등의 빛이 닿지 않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지날 때였어. 술에 취해있던 노숙자의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코를 찌르는 악취에 노숙자는 코를 쥐어 싸매고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갔지.



평소 쓰레기통을 뒤지며 사람들이 맛없다고 먹다가 중간에 버린 편의점 햄버거를 찾으며 30년째 근근히 목숨만 부지하며 살아가던 노숙자에게 악취가 나는 곳을 찾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 쓰레기통 속에서 악취를 풍기는 검은색 비닐봉투를 찾았지.



노숙자는 그 비닐봉투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손으로 비닐을 찢었지. 찢은 비닐 속에서 악취를 풍기던 것이 뭔지 보자마자 노숙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 골목길을 뛰쳐나왔어. 마침 퇴근을 하며 그곳을 지나던 흰색 SUV 한대가 눈에 보이자 노숙자는 그 앞으로 뛰어들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노숙자 때문에 깜짝 놀란 엘사는 급정거를 하고 거리엔 고막이 찢어질듯한 굉음이 울려퍼졌어. 다행이 노숙자는 치이지 않았지만 식겁한 엘사는 차의 문을 열고 놀란듯 숨도 제대로 못쉬고있는 노숙자에게 걸어가서 괜찮냐고 물어.



"괜찮으세요?"



"저..저기.."



손가락으로 자기가 뛰어나온 음침한 골목길을 가르키며 숨을 고르고있는 노숙자가 뭔가 이상하단걸 눈치챈 엘사는 허리춤에 차고있던 손전등을 들고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골목 안을 비췄어.



손전등의 불이 비춰진 골목길 안에선 철제 쓰레기통과 찢어진 비닐봉투 그리고 비닐의 찢어진 공간 사이로 사람의 머리가 굴러나왔어.



보지마. 기억하지마.



엘사는 비닐 속에서 머리가 굴러나오자마자 고갤 돌렸어.



누군가에겐 축복, 행운일지도 모르지만, 엘사에겐 저주나 다름없는 기억력은 고갤 돌리는 순간에 보았던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피로 물든 머리를. 그 머리의 눈동자 속에 담긴 원망과 저주를 잊을 수 없도록 낙인을 찍듯 엘사의 머릿속에 깊게 박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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