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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3화 [BGM 주의]

밀라(112.184) 2016.01.22 23:39:41
조회 536 추천 20 댓글 8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mCBA6

  


  엘사가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찌푸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하루를 꼬박 잤다. 숙취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안나와 헤어지고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는 이 순간이 너무 싫었다. 그녀는 언제까지라도 눈을 감고 싶었다.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엄습하듯 밀려오는 자신이 만든 얼음보다 차가운 마음속 알수 없는 응어리. 그리고 생각나는 안나의 얼굴. 잠에서 깨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지 엘사는 몰랐다. 아마 엘사는 안나가 살아 있지 않았더라면 이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엘사가 이제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안나가 그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착같이 다시 공부하고 논술 학원 객원 강사로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이제 한계였다. 괜찮은 척 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걷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영혼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엘사는 마치 침묵의 숲을 걷고 있는 외로운 사슴처럼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했다. 그녀는 누구에게 허락할 마음의 여분도, 누구를 더 사랑할 영혼의 따스함도 더 남아 있지 않았다. 비록 그녀의 시술이 성공해 자신의 결빙 능력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그녀 자신의 마음이 영원처럼 얼어붙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녀가 냉장고에 비틀 거리며 물을 꺼내 마셨다. 엘사는 모든 것을 잊고 자고 싶었다. 그녀가 다시 나쁜 습관을 반복한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쓰린 속에 또다시 수면제를 꺼냈다. 허나 폰이 울린다. 크리스토프였다. 벌써 여러 번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녀는 그냥 무시할 생각이었지만 계속 크리스토프가 귀찮게 할 것 같아서 전화를 받았다.


ㅡ여보세요.


ㅡ괜찮은거에요? 엘리사?


ㅡ괜찮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전화 끊을게요.


ㅡ잠시만요. 지금 일어났죠? 숙취 때문에 속 많이 아플텐데. 제가 저녁 살게요


ㅡ괜찮다니까요.


ㅡ아니에요. 리사 그러지 말고 나와요. 그럼 일곱시반에 브린델 8번가 랑데뷰 앞에서 뵐게요. 꼭 나와요!



그리고 크리스토프는 멋대로 전화를 끊었다. 엘사는 자신을 멋대로 리사라는 애칭으로 부른 크리스토프가 맘에 들지 않았다. 피곤했다. 엘사는 이젠 확실히 선을 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선은 이미 확실히 그었었다. 선을 넘는건 크리스토프야. 그가 내 비밀을 보지 않았더라면...




엘사는 음식을 입에 가져가지 않고 빤히 앉아있었다. 크리스토프가 엘사를 직접 본 것은 이개월만이었다. 그 사이에 엘사는 살이 더 빠져있었고 그것이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했다. 아름답던 파아란 사파이어 색깔의 눈동자도 오늘따라 우울한 잿빛 안개에 가려져 있는 것만 같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헬쑥한 얼굴을 한채로 자리에 앉아있는 엘사를 보며 크리스토프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지만 애써 유쾌하게 말을 이었다.



ㅡ 전 숙취에 속이 아플 때 파스타를 먹어요. 술먹고 느끼한걸 먹으면 괜찮아진다고 하잖라요. 제 친구들 중엔 술먹고 햄버거로 속을 달래는 녀석들도 있어요. 여기 까르보나라가 무척 맛있어요. 하루 내내 전혀 안먹었죠? 배고플텐데 한번 먹어봐요.


ㅡ크리스토프씨.



엘사가 말을 이었다.



ㅡ크리스토프씨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홀로 이곳에 온 제가 자리를 잡게된건 크리스토프씨의 도움이 컸어요. 하지만 당신이 왜 날 도와주는 지 잘 알고 있었고 전 처음부터 선을 확실히 그었었어요. 하지만 크리스토프씨는 상관없다고 했죠.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주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이제 아닌 것 같네요. 크리스토프씨는 결코 곁에서 날 지켜보며 도와주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요. 제가 언제 먼저 도움을 요청하고 크리스토프씨를 귀찮게 한적이 있었나요? 만약 당신이 내 비밀을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전 당신의 도움을 거부했을거에요. 그동안 크리스토프씨가 제 비밀을 알고 있고 그 선의 때문에 참았지만 이제 확실히 말해야겠군요. 전 고마움 때문에 마음을 허락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억지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거짓말을 하기도 싫구요. 전 크리스토프씨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허락할 생각도 여유도 없고요. 지금 정말 불편해요. 앞으로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욕하고 싶으면 해요. 더 할 얘기 없으면 전 여기서 일어날게요.



언젠가 엘사에게 들을 말이 기다림 끝에 현실에 도착했다. 크리스토프는 엘사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허락할 생각이 없음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마음의 준비는 언제나 해왔다. 어떤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머리론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날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년이 흘렀건만  그녀의 대한 마음은 나이를 조금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예고된 파국을 맞이했다. 머리로 생각했던 것과 상관없이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지켜보는 것마저 엘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ㅡ엘리사... 알았으니까 이것만 다 먹고가요. 이제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나하고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고... 그냥 저녁만 다 먹고가요.

 

ㅡ이제 그런 소리 그만해요. 이제 연기는  그만두라고요! 날 그냥 엘사라고 불러요. 여기서 모두가 다 듣게 엘사라고 크게 부르라고요! 내가 동생을 팔고 탈출한 아렌델의 여왕이라고 말하라고요!


ㅡ엘리사...


ㅡ이제 그런 가면 좀 벗어던져요. 내 비밀을 이용해서 날 가지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라구요. 그냥 경찰서로 바로 간다고 날 협박해요.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라구요.


ㅡ엘리사 난 정말 아무것도...


ㅡ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요? 그런 사랑은 있을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아. 내가 다른 남자와 행복해지기 위해 당신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하면 용납할 수 있어요? 결국 나를 사랑하는 당신의 그 낭만적인 모습에 스스로 취한 것 뿐이야. 당신은 당신의 사랑을 사랑할 뿐이라고!

 

그 순간 엘사는 안나를 떠올렸지만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했다.


ㅡ난 이런 여자에요. 지금 가서 날 경찰서에 신고해요.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아마 당신은 내가 동생의 머리 색깔로 염색한 것을 보고 바보같은 여자라고 비웃었겠지. 당신은 어제 안나의 재판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요. 어떻게 당신은 날 잘 알고 있으면서 행복해지라고 뻔뻔하게 굴 수 있는거에요? 내게 지금 누군가를 사귀면서 행복을 꿈꾸는 자격이 있을거라 생각하는거에요?


ㅡ당신의 동생은 당신의 행복을 원하고 있을거에요. 


크리스토프가 대답했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고 구두를 또각거리면서 문을 나선다. 크리스토프는 또다시 확인하고야 말았다. 엘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의 사랑이 엘사를 가지고 싶은 마음의 발로였다는 것을. 



엘사는 거리를 홀로 걸었다. 그녀는 거리를  연인과 함께 걸으며 행복하게 웃는 여자를 보았다. 잇몸이 보이도록 해맑게 웃는 젊은 여자. 남자에게 메달리며 무언가 속삭인다. 저 여자의 행복이 안나의 행복이 됬었어야 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웃고있어야 하는 것은 안나여야만 했다. 안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난 아니다. 크리스토프에게 했던 말은 사실 자신에게 말한 것이었다.



사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면에선 옳은 말이다. 그녀가 날 얼마나 사랑할까? 그가 얼마나 날 생각할까? 그런 질문들은 사랑하는 연인들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그이는 날 더 사랑할까? 사랑의 제로섬 권력 게임은 그 사랑이 끝날때까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존재다. 사랑의 가계부에서 결코 만족도 끝도 없다. 그녀는 올라프를 생각했다. 내가 창조한 올라프. 내 귀여운 눈사람 올라프. 그녀는 자신이 올라프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녀는 올라프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다. 사랑의 특이점은 상대의 존재만으로 만족하는 인간이 도달 할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 있다. 결코 그 혹은 그녀는 상대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그 깊은 상실감 속에 엘사는 인정해야 했다. 




난 안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안나가 필요하다.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1화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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