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가정에 대해 죄책감과 자괴감이 있을뿐 별다른 감흥은 없는 엘빈이지만 나름대로 충실하려고 애썼어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에게 사랑하던 사람의 이름을 주고나니 더 힘들어서 아이의 눈도 제대로 마주하지않고 제역할에만 힘썼지 게다가 엘빈은 아들이름도 불러보지 않았어 이름을 되뇌이며 아들을 보면 슬퍼졌거든 그래도 엘빈이 노력한 덕분에 집안 분위기는 좋았어 거리감은 느껴졌지만 말이야
이미 쿠셸은 그 거리감을 눈치채고 깨지않으려고 오히려 보듬어줬지만 아이는 그걸 모르니까 엘빈에게 잘 매달렸어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않는 아빠를 좋아했지 사실 아이는 거의 엘빈을 닮지않았어 쿠셸과 판박이랄까 그 점이 엘빈을 또 괴롭게했어 아무래도 리바이가 떠오르니까
그정도로 날카로운 눈매와 하얀피부, 그리고 오밀조밀한 생김새를 빼닮았어 아이가 종일 엘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조용히 팔을 뻗는걸 보면 재잘대는 다른 애들과 비교되어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어

그렇지만 리바이의 이름을 갖고 리바이의 모습이 담긴 듯한 이 아이를 엘빈은 애정을 느끼면서도 밀어냈지 그래서 평일에는 일핑계로 외박에 야근에 집 밖을 해맸어

어느덧 아이가 5살정도 되었다 치자 하지만 나이답지않게 아이는 얌전했고 별다른 사고를 치지도 않았어 이 점이 오히려 쿠셸을 걱정시켰지 그럼에도 엘빈은 여전히 아이와 마주하지 않았어 필요할때 외엔 늘 서재에 박히기 일쑤였지 그런데 어느날 서재에서 일하다 두고온 물건때문에 잠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바짓자락을 잡아서 엘빈을 세웠어 처음있는 일이고 조금 당황해서 무슨일이니? 하고 한쪽무릎을 꿇으면서까지 물었어 그러자 아이는 조금 머뭇대다 말했지 아빠는 내가 싫어?

엘빈은 당연히 아니라고 했지 아이를 피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리운 얼굴을 떠오르게하는 자신의 아이를 나름 아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갈려고 일으키는데 아이가 여전히 붙든채로 종알거렸지

옛날에는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매일매일...말했으면서

엘빈은 그 말을 듣고 의아했어 자신은 한번도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거든 옛날이라고 해봤자 아이는 5살이었어 쿠셸에게도 아이에게도 오직 행동으로 말해줄뿐 말로 직접 사랑한다고 한 적은 없었어

그냥 그래서 무슨 소리니하고 말하려다가 아이의 눈을 처음으로 마주했어 엄마와 꼭닮은 은회색 눈동자를 보고 엘빈은 이상해졌어 마치...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늘 그리던 사람의 얼굴과 아이의 얼굴이 겹쳐졌어

리바이...?

엘빈이 그 겹치는 얼굴의 주인의 이름을 말하자 아이는 웅?하고 말 뿐이었지만 엘빈은 처음으로 얼굴이 창백해졌어
설마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채웠지 이제껏 찾지못한 리바이가 내 아들로 환생한 거라면?
아이가 다시 아빠?하고 불렀지만 엘빈은 아무말도 못했어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두 팔로 아이를 안았지 그리고 다시 리바이,하고 불렀어 그 이름을 헛지은 게 아니라고 확신한 순간 엘빈은 안은 채로 눈물을 흘렸지 리바이는 이 상황이 뭔지 몰라서 따라 울먹했지 엄마아 아빠가 우러...이러면서

그 이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던 아들의 이름을 계속 부르게 되었어 아주 확신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토록 찾았는데도 못찾은 점이나 똑닮은 생김새, 그리고 그날의 말이 어떠한 믿음을 줬어 그러자 엘빈은 외면하던 때와달리 이제는 늘 마주보고 더 웃어주고 더 놀아줬어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거야 전생에서는 지하도시에서 나서 소소한 추억도 없었을 테니까 더 많이 만들어주고 무엇보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이런 자신의 마음을 내심 비겁하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리바이가 리바이라면, 어떤 형태로라도 사랑하고 싶었어 그 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



연휴다가서....힘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