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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같은 갤을 지나는 엘빈리바 환생ㅁㅅ 봐주냐

ㅇㅇ(39.122) 2018.11.13 16:54:54
조회 1591 추천 32 댓글 6

노래 듣다가 갑자기 확 올라온 환생엛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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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안 하던 실수를 한다더니 이런 식으로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어. 이런 상태로 벽외조사를 시작해도 괜찮겠냐고 걱정스럽게 묻던 한지의 얼굴이 떠올랐어. 아마도 평소답지 않았던 엘빈의 흐리멍텅한 모습에 불안을 느꼈던 거겠지. 분명 최근 며칠간, 혹은 그 이상 엘빈은 제정신이 아니었어.
진형이 무너지는 데는 한 식경도 걸리지 않았어.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엘빈 역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남았지.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어. 희미하던 땅울림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쯤에야, 엘빈은 자신이 거인들에게 둘러싸였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어. 쿵쿵쿵쿵, 사방에서 거대한 발소리가 울렸지. 엘빈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칼집 안으로 집어넣었어. 쇠끼리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흔들었어. 죽음이 다가오는 걸 인지한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어. 쿵쿵 뛰던 가슴도 가라앉았지. 엘빈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 자리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버렸어. 손이 물기를 머금은 흙바닥에 닿았어. 부드럽다고 느껴서, 엘빈은 저도 모르게 하, 웃음을 흘렸어.
“리바이...”
대답이 없을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그 이름이 튀어나왔어. 불렀나, 하고 옆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어. 작은 그림자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착각에 엘빈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어.
“그럴 리가 없잖아...”
괜히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누르며 중얼거리던 엘빈은 고개를 들었어. 하늘이 쏟아질 것처럼 파랬어. 눈이 시릴 정도였지. 저릿한 눈을 한번 꾹 감았다 뜨자 하늘이 물에 잠겨 일렁거렸어. 이대로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 날이야, 꼭 누군가에게 말이라도 걸 듯 툭 튀어나온 말이었어. 그 녀석이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기분 나쁘다는 얼굴을 하고 대꾸도 없이 쳐다봤겠지. 엘빈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으며 푸흐흐 웃었어. 웃음 끝에 터진 건 이유도 알 수 없는 눈물이었지.
이건 무슨 기분일까, 엘빈은 무릎을 세우고 이마를 기댔어. 이제야 실감나는 죽음이 두려운 건가, 혼자서 맞는 때 이른 죽음이 억울한 건가, 손도 못 쓰고 죽음을 기다리는 게 분한 건가. 아니면-
“...리바이.”
별 뜻도 없이 또 그 이름이 툭 튀어나왔어. 지난 번 벽외조사 이후로 한 달 넘게 입에 담기 힘들었던 이름.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마음 놓고, 또 절실하게 불러보게 된 거였어.
이 기분은 뭐지, 엘빈은 어른어른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어. 그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어. 언제부터 너를 이렇게 간절하게 생각했던 걸까. 너도 나만큼 간절했을까.
“...보고 싶네...”



다가오는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어. 묵묵히 옆을 지키던 모습도, 무심한 듯 건네던 크고 작은 호의도, 항상 올려다보던 눈빛도 모두 알고 있었지. 리바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랬어.
그리고 엘빈은, 그런 리바이에게 아무 것도 주지 못 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 게 손에 꼽을 정도였지. 그나마도 항상 굳은 표정이었고 미소를 띨 여유조차 없었어.
아니, 여유가 없었다는 건 핑계였을지도 몰라. 리바이의 호의가 부담스러웠나. 그가 귀찮았거나 다가오는 모습이 보기 싫었나. 곱씹어봐도 그런 감정 따위는 없었어. 왜 잘 웃어주지도 못했던 걸까.
...두려웠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야 비로소 엘빈은 지나간 날 자신의 마음을 직시할 수 있었어. 누군가를 가슴에 품기가 두려웠던 거야. 마음을 받고 마음을 줄 엄두가 나지 않았지. 목숨은 가벼웠고 위태로웠으니까. 발길에 일어났다 가라앉는 흙먼지처럼 목숨은 쉽게 졌지. 리바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말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어. 그렇게 외면하고 피하고 숨기면서 지냈어. 그런 시절이었어.




새로운 세상에서 엘빈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어. 세계는 더 이상 벽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는 안전하고 평범한 곳이었지. 기억이 모두 돌아온 날부터, 엘빈은 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려 했어. 누구든지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꼭 만나고 싶은 사람,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지. 묶은 머리의 여자가 지나가면 한지인가 돌아보고 키 큰 금발의 남자가 보이면 미케인가 확인하곤 했어. 그리고 아담한 체격에 검은 머리를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눈을 돌려 그를 살폈지.
경찰을 거쳐 형사가 된 것도,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선택한 길이었어. 상당히 오랫동안 그리운 얼굴들을 찾던 엘빈은, 어쩌면 아무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어디에도 그 때의 사람들은 없었어. 엘빈은 이것이 자신에게 떨어진 형벌이라고 생각했지.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픈 기억을 가진 채로,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이 비정상적이고 외로운 삶을 짊어지는 것이 그의 책임이라고.



그리운 얼굴들을 찾아 헤매다 거의 포기할 때쯤, 엘빈은 승진과 함께 타 지서로 발령 받았어. 직장을 옮기기 전날 밤이었지. 그날 밤의 꿈은 정말 지독했어.
꿈속에서 엘빈은 저 멀리 검은 색 말을 타고 멀어져 가는 또 다른 엘빈 자신을 발견했어. 사방에서 거대한 땅울림이 느껴지는 걸 알아차리고 문득 제 몸을 내려다봤을 때, 엘빈은 자신이 리바이의 모습으로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 피투성이가 된 채 칼을 들고 서 있던 엘빈은 멀어져가는 자신을 다시 바라봤어.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땅울림은 자꾸만 가까워졌지.


겨우 가위에서 풀려나 일어났을 때, 눈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어. 온몸이 땀범벅이었지. 한참동안 어둠 속에서 호흡을 고르던 엘빈은 두 무릎에 얼굴을 묻었어. 리바이가 된 자신을 뒤로 하고 멀어져가던 엘빈 자신의 뒷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어. 무릎을 덮고 있던 이불이 젖어들었어. 내가 그 녀석을 버렸던 건가. 아니, 버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버려졌다고 느꼈을까. 내 뒷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미안해...”
목구멍에서 뜨겁게 울음이 올라왔어.
“미안해...”
밤은 어둡고 길었어. 그 뒤로 더는 잠을 청하지 못하고, 엘빈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지.



밤을 꼬박 지새운 엘빈은 일찌감치 집을 나섰어. 이번에 발령 받은 지서는 예전에 있던 곳보다 규모가 컸어. 도시의 중심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경찰서였으니까. 입구로 들어선 엘빈은 벽이며 천장에 붙은 팻말을 눈으로 훑으며 자신의 부서를 찾았어. 교통, 여성청소년, 생활안전, 사이버범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입구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엘빈에게 근무복 차림의 순경이 다가와 말을 걸었어. 이 사람에게 묻는 게 낫겠다 싶어서 엘빈은 얼른 대답했지.
“강력계 강력 1팀을 찾고 있습니다. 새로 발령받은 엘빈 스미스 경위입니다.”
“강력 1팀이라면 지하 1층입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계단을 찾아 몸을 돌리던 엘빈은 누군가와 살짝 부딪혔어. 엘빈의 어깨 정도밖에 안 오는 작은 체격의 남자. 죄송합니다, 하는 목소리가 두 사람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나오던 찰나, 엘빈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제 옆으로 스쳐가던 남자의 팔을 붙잡아 세웠어. 꿈에도 잊지 못했던.
“무슨 일이시죠?”
대답이 나오지 않았어. 할 말이 너무 많았으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다시 물어오는 목소리에 퍼뜩,
“아... 강력... 강력 1팀을 좀...”
“아, 혹시 새로 오시는 팀장님? 맞으세요?”
리바이는 엘빈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재차 확인하듯 물었어. 리바이를 보자마자 자리에 얼어붙어버린 엘빈과는 정반대로,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얼굴로.
“...예.”
기억이 없구나, 엘빈은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어. 이 남자, 리바이가 맞지만, 확실하지만. 쿵쿵 뛰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았어.
“반갑습니다. 강력 1팀 소속 리바이 아커만입니다.”
리바이는 선선한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었어. 제 앞에 내밀어진 손을 보고, 엘빈은 그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대답들을 떠올렸어.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보고 싶었다, 계속 찾아다녔다, 이제야 만났다... 그 어떤 대답도 이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았어.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난 거야, 그래야만 했어. 엘빈은 리바이의 손을 맞잡고, 역시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어.
“잘 부탁합니다, 엘빈 스미스입니다.”





차마 그댈 바라보지 못하고


------


원작과는 차이가 있는 ㅁㅅ이니 감안하고 읽어줘
개인적으로 환생엛립은 전문직인게 꼴림. 형사 법조인 의사 등등
엘빈은 경위, 리바이는 경사 정도로 생각했음.
엘빈 직위 높으니까 리바이 꼬박꼬박 존댓말해라ㅎㅇ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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