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이지영 프로 외삼촌이라 초청받아서 주말에 마눌과 함께 톨레도까지 가 제이미파 클래식을 봤어. 이전에 봤던 포드챔피언십과는 달리 골프장도 그냥 깨끗한 동네 골프장 분위기고 행사진행도 좀 엉성하더군. 핸드폰이나 카메라는 말만 금지지 입구에서 검색도 안하더라구. 덕분에 카메라 안 가져온걸 후회했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동네 체육대회 분위기였어. 금요일날 폭우로 2라운드가 중단되었고 토요일날 남은 2라운드 및 3라운드 경기를 했대. 코스 중간을 가로 지르는 개울이 범람해서 작은 강이 된 바람에 선수들이 카트로 이동하더군. 토요일도 그렇고 일요일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선수고 갤러리들이고 맛이 가더라. 쇟 마눌도 탈진 직전까지 가는 바람에 선수들 따라다니며 보는건 생각도 못하고 그냥 가까운 홀 그린 주위에 앉아서 퍼팅하는 것만 봤어. 이지영은 온통 빨간 옷을 입고나와서 눈에 띄긴 했는데 후원사들 로고 박아놓은건 좀 개선을 해야 겠더군. 아무리 후원사라지만 가슴도 아니고 등짝 오른편에 로고를 박는건 무슨 센스인지...... 3라운드까지는 잘 했는데 마지막라운드에서는 결국 이븐파로 끝내더라. 거리는 무진장 나가더만. LPGA 3위라나? 갤러리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소렌스탐, 폴라크리머, 그리고 1위를 달리고 있던 나탈리 Gulbis(라고 쓰고 굴비라고 부르겠음)한테 집중되더라. 소렌스탐은 이날 퍼팅에서 무쟈게 삽질하더라구. 버디 한개 잡고 계속 파파파파...... 폴라크리머는 분홍색으로 자기 옷하고 골프장비를 도배를 했더만. 공도 분홍색이라 눈에 금방 띄더라.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건강하고 골프도 잘쳐서 인기가 많더군. 굴비도 외모가 뛰어난데 크리머하고는 달리 운동선수라기 보다는 모델같은 스탈이더라구. 캔디에 나오는 이라이자 스타일 같아 보여서 갠적으로는 별로 호감이 안갔음. 박세리는 요번에 처음으로 실물을 봤는데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낫더라. 슬럼프라고 뻥치고 그 기간에 성형수술을 했는지 어쨌는지 얼굴도 사진과는 달리 갸름한 편이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녀 라고 부르기는 그래도 외모가 아주 단정해 보이더라구. 위풍당당한 분위기랄까? 막판에 굴비와 김미현이 1등을 놓고 플레이오프까지 가더군. 박세리가 좀 후반에 치고 나와줬음 했는데 크리 머한테도 밀렸고...... 18번 홀 그린에 앉아서 마지막 조 퍼팅을 봤어. 전홀에서 김미현이 굴비와 타이를 이뤄서 관중들도 재밌는 구경한다며 즐거워하는 분위기였지. 써드샷을 김미현이 더 가깝게 붙였는데 그걸 못넣더라. 굴비는 조금더 멀리 붙여서 역시 못넣었고. 18번 홀에서 시작된 연장전에서도 김미현이 홀에 더 가깝게 붙여넣고 넣질 못하더군. 굴비는 퍼팅에 부담이 있는지 계속 홀을 지나치더군. 18번 홀에서 승부를 못가리고 17번 홀로 갔는데, 17번홀에서는 김미현이 겨우 프린지에 올리고 굴비는 꽤 가깝게 붙였어. 여기서 끝나는가 했더니 김미현은 롱퍼팅을 거의 성공시키고 굴비가 짧은 퍼팅을 또 실수를 하더라구. 17번에서 18번 티박스로 이동하는 길에 미국 관중들이 굴비만 응원하길래 쪽팔림을 무릅쓰고 김미현한테 화이팅을 외쳐주었지. 쳐다보더니 씩 웃고 지나가더라. 조낸 민망했는데 나중 인터뷰를 보니 그렇게 응원해주는 관중들이 힘이 되었다더군. 18번 홀 티샷은 둘다 러프에 처박혔어. 우드로 세컨샷들을 했는데 김미현은 간신히 물 건너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굴비 공이 꽤 멀리 날아갔지. 아무래도 거리가 더 멀다보니 써드샷도 김미현 공보다 굴비공이 훨씬 홀에 가깝게 - 지금까지중 제일 가깝게 - 붙었어. 가능성만으로 보면 굴비 우승 확률이 훨씬 높은 상황이었지. 여기서 김미현이 저력을 발휘해서 롱 퍼팅을 성공시킨거야. 그 순간 월드컵에서 한국이 골 넣은 것처럼 환호 성을 지르게 되더군. 굴비는 쫄았는지 길지 않은 퍼팅을 실수해서 연장전 기회를 놓치고. 고기도 먹어본 애가 먹는다고 우승경력 없는 굴비가 확실히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더라구. LPGA 투어라 별 기대 안하고 갔는데 김미현 우승하는 것도 보고 왔네. 골프는 골프일 뿐이지만 그래도 한국 선수가 우승하는걸 내 눈으로 보니 월드컵 축구 이길때처럼 기분이 좋았어. 그리고 아마추어 골퍼 입장에서는 LPGA 경기가 오히려 보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어. PGA 프로들은 인간의 골프가 아닌 것 같고, 비슷한 코스 길이에서 그나마 비거리가 비슷한(라고는 해도 꽤 길지?) LPGA 선수들의 경기운영이 쇟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더라. 드라이버 우드 아무리 잘쳐도 퍼팅 삽질하면 꽝이라는게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었던듯. 짤방은 같이 간 일행이 찍은 시상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