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암흑 속에 버려두었어야 했어요, 기사. 당신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나요?" 

"내 의무를 수행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반역이라고도 부르겠지." 스타니스가 창가로 걸어가 밤하늘을 내다보았다. '배를 찾아보려는 건가?' "난 자네를 밑바닥에서 끌어올렸네, 다보스." 화가 나기보다는 더 지친 듯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충성이 이토록 바라기 힘든 것이란 말인가?" 

"블랙워터에서 제 아들 넷이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저도 그랬을 것입니다. 전 언제나 폐하께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다보스는 다음으로 할 말에 그의 목숨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힘들게 고민했다. "폐하, 폐하께서는 제게 정직한 충언을 하고 신속하게 폐하의 명령을 따르며, 적들로부터 폐하의 왕국을 수호하고, 폐하의 백성을 지키라는 맹세를 하게 하셨습니다. 에드릭 스톰은 폐하의 백성이 아닙니까? 제가 지키겠다고 맹세한 이가 아닙니까? 전 맹세를 지켰습니다. 어찌하여 그것이 반역이 될 수 있습니까?" 

스타니스가 다시 이를 갈았다. "난 절대 이 왕관을 원하지 않았네. 금관은 차갑고 무겁기만 하지만, 내가 왕인 동안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네... 만약 백만을 암흑에서 구하기 위해 한 소년을 희생해야 한다면... 희생... 은 결코 쉽지 않다네, 다보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희생인가. 그에게 말해주게나, 레이디." 

멜리산드레가 말했다, "아조르 아하이는 그가 사랑한 아내의 심장에서 뿌린 피로 라이트브링어를 담금질했습니다. 만약 암소 천 마리를 가진 사내가 신에게 한 마리를 바친다면 그것은 별것이 아니나, 다른 이가 그가 지닌 전 재산인 유일한 암소를 바친다면..." 

"레이디는 지금 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다보스가 왕에게 말했다. "전 폐하의 조카이며, 따님의 친구인 한 소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권능을 지닌 왕의 피가 몸에 흐르는 왕의 아들입니다," 멜리산드레의 루비가 목에서 붉은 별처럼 빛을 발했다. "당신이 그 소년을 구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양파의 기사? 기나긴 밤이 지면 에드릭 스톰이 어디에 숨어있든 역시 다른 이들과 같이 죽을 것입니다. 당신의 친아들들도. 암흑과 추위가 세상을 덮을 거에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참견을 했어요." 

"전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보스가 시인했다, "그러지 않다고 한 적은 절대 없습니다. 전 바다와 강을 알고, 해안의 지형을 알며 암초와 여울이 어디 있는지 압니다. 눈에 띄지 않고 배를 댈 수 있는 숨겨진 곳을 알지요. 그리고 전 백성을 보호하지 않는 왕은 왕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스타니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 얼굴에 대고 조롱하는 것인가? 내가 양파 밀수꾼에게서 왕의 의무를 배워야 한다는 말인가?" 

다보스가 무릎을 꿇었다. "제가 폐하의 기분을 거슬렀다면 제 목을 치십시오. 전 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도 폐하의 충성스런 신하로 죽겠습니다. 다만 먼저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제가 들여왔던 양파와, 폐하께서 가져가신 손가락을 보아서라도 먼저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스타니스가 검집에서 라이트브링어를 꺼내들었다. 검날의 은은한 빛이 실내를 채웠다. "하고 싶은 말을 하되, 빨리 하도록 하라." 왕의 목에서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다보스가 외투 안의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구겨진 양피지 조각을 꺼냈다. 보잘 것 없는 얇은 종이에 불과했지만, 그가 지닌 유일한 방패였다. "왕의 핸드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마에스터 필로스가 그동안 절 가르쳤습니다." 그는 무릎 위에 편지를 펴고는 마법검의 불빛에 의존하여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