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조커 후기

ㅇㅇ(121.183) 2019.10.10 11:31:40
조회 430 추천 3 댓글 7

 기대 많이 하고 갔고

 후회 많이 하고 왔음

 개병신 같은 영화였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매력적인 케릭터였지. 강력하고, 유능하고, 새어나오는 광기가 있었어. 사건의 진행 자체가 터지고 폭발하는 게 많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 영화 내내 진행되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입장도 깔끔했지.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재해 정도로 다뤄지기도 하고.


 디씨에서 어두운 분위기의 조커를 다시 만들어봤다길래 크게 기대하고 갔지. 영화 보러가기 전에도 몇 번씩 찾아보고 하면서 말이야. 스포 안 보려고 마음 먹으니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도 몇 개 없어서 조바심만 났지. 그렇게 참아가면서 봤는데 말이야.


 이건 그냥 웬 미친 놈 얘기네?

 그것도 재미 없는 미친 놈 얘기야.


 '소외받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걸 보고 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다. 그 책을 읽은 사람 중 많은 사람의 비판점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안 좋은 일이 너무 연달아 일어난다'라는 점이다. 80년대생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여성 차별적인 경우를 한 데 모아 놓은 탓이지. 그런데 조커가 겪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좋지 않은 일이, 조커라는 케릭터에게 연달아 일어나지. 과하게 말이야. 


 영화는 내내 '사실 조커는 딱히 잘못한 거 없는 불쌍한 케릭터임'이라고 말해준다. 첫 번째 살인부터 시작해서, 주위의 인물로 인해 고통만 받던 케릭터라는 거지. 여자랑 대화 한 마디 나눈 걸로 자식 이름까지 고민한다는 우스갯소리와 별 다를바 없는 망상 장애. 마찬가지로 자기애적 망상장애에 조커를 학대한 엄마.


 이런 불우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케릭터라는 건데,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주기엔 환경이 너무 작위적이다. 좀 지나치게. 처음 급식들한테 행사 팻말 뺏기는 경우야 작위적이지만 첫 이벤트니까 그렇다 쳐도, 뜬금 없이 권총을 구해다주는 동료 케릭터에서부터 아동 병원에 행사하러 가는데 권총 챙겨가는 건 조커가 또라이니까 그렇다쳐도 춤 추다 흘리는 건 무슨 병신같은 케릭터인가. 계단에서 춤 추다 나자빠지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아? 


 엄마가 자신을 학대한 것을 마치 잊어버린 듯이, 정성스러운 효자 케릭터가 연출된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조커 입장에서는 알고 있던 정신병력을 찾고, 아동학대 사실을 새삼 알아차린 것뿐이잖아.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던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 마치 관객과 동시에 깨달았다는 듯 보이는 건 괴상망칙했다.


 조커의 시위대도 개연성이 부족하지. 초반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소리 대신에 부유층과 극빈층의 대립을 다루는 기사나 뉴스가 나왔으면 그나마 납득하기 쉬웠을 거야. 증권사 세 놈은 완전 악역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 세 놈이 살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규모의 시위대가 성립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 부자 놈이 셋이나 죽었네? 어디 한 번 시위나 나가볼까? 이러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ㅋㅋ


 그리고 영화 내내 가장 재밌는 사람이었던 빌 머레이. 불쌍하고 모자라고, 코디미언에 대한 재능도 없는 조커를 머레이 쇼에 출연시켜준 것도 조커가 주인공이니까 생긴 작위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저런 재미 없는 게스트를 왜 불러들이겠어. 심지어 한창 문제인 광대 화장까지 하고 왔는데 그냥 OK해버리지. 거기서 아서 조커라고 불러달라고 하는데, 배트맨으로 불러달라고 해도 머레이는 OK했을 거 같아. 그까짓 거, 중요하지 않다는 듯 넘어가잖아. 


 실제로 조커를 조커라고 부르게 되는 이유는 그냥 조커라고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이야. 


 조커는 마치 각성한 듯이 완벽하게 머레이 쇼에 등장. 하지만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미친 놈의 한계를 보이며 자멸하지.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는 건 애초에 아동 학대범에게 주입당한 것이고, 실제로 조커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묘사됐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조커가 헛소리 한 마디 할 때마다 태클을 거는 빌 머레이의 순발력이야말로 그의 능력을 잘 보여주지. 이 아저씨야말로 희생자라고.


 재미 없는 개그를 남발하던 조커는 뜬금없이 증권사 세 명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얘길 밝혀. 막상 자살하려니까 어려웠나봐(웃음). 아니면 뒤지기 전에 다 까놓고 뒤지고 싶었던가. 빌 머레이는 현명한 판단인 "이 새끼 끌어내." 대신 "왜 그런 소릴?" 하는 식으로 묻기 시작해. 이것도 존나 작위적이지 ㅋㅋ 조커가 주인공이기에 부여된 해명할 기회 같은 거야. 조커는 이런저런 개소리를 지껄인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을 쓰레기취급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라든가 "너도 나빠!"라며 총으로 머레이를 쏴 죽여버리지.


 "나 같은 사람을 쓰레기취급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참 멋진 대사지. 근데 실제로 총을 쏘는 건 미친 놈이나 할 짓인데, 마침 미쳤으니 조커가 했네? 그럼 뭐야? 미친 놈이 미친 짓한 거잖아. 그냥 그거 뿐이네?


 이후에 경찰차에 실려가다가 시위대 덕분에 구출당해. 거의 생애 최초로 환호를 받지. 근데 그건 조커에 대한 환호라기 보다, 시위의 상징에 대한 경외 같은 건데, 조커가 상징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증권가 직원 살인은 우발적인, 실수에 가까운 거였지. 


 최소한 브루스 웨인 애비나 애미 죽이는 건 조커가 했어야 됐어. 그랬으면 직무 유기까지는 아니었을 거야. 근데 아님 ㅋㅋ 왠 듣보잡이 그냥 죽여버림 ㅋㅋ


 씨발.


 그래놓곤 마지막에 뭔가 있다는 듯이 "이해 못하실 걸요?"

 개씨발 존나 이해하고 싶지 않았음. 미친 놈이 하는 생각을 정상인이 납득할 수 없을 뿐더러, 영화 내내 보여준 조커의 모습은 피해자의 모습인데,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건 도덕적으로 전혀 올바르지도 않고 이해받을 수 있는 모습도 아님. 조커는 마치 그런 케릭터를 작위적으로 만들어놓고 '그래도 여기 이런 사람이 있다. 씨발 존나 어때? 좆같지?'라고 묻는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2019년생 조커는 존나 작위적이라고 본다.


 내가 영화적 지식이 딸려서 이해 못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함. 그치만 곡성 때랑 달리 이건 그런 면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영화였음. 사람이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망상 장애가 있다? 그래서 영화가 이렇게 재미 없게 만들어져도 괜찮다고?


 상징이나 주제가 숨어 있는 영화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대놓고 보여주는 게 많으니까 그냥 취향 차이를 많이 타는 영화인 거 같다.


 존나 시간 아깝고 재미 없고 돈 아까운 영화엿음.


 미친 놈이 미쳐가면서 미친 짓하는데, 절묘하게 사건과 상황들이 맞아떨어지는 영화.



추천 비추천

3

고정닉 0

9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51958 엑스맨 퍼클에서 쇼가 쓴 헬멧 왜 매그니토가 못벗긴거냐?? [2] ㅇㅇ(39.7) 19.10.14 160 0
51957 가취 있기를 이거 이렇게 번역하면 어떨까? [1] ㅁㅁ(14.45) 19.10.14 219 4
51956 조커를 보고 느낀 것들 이것저것 [2] ㅇㅇ(221.140) 19.10.13 247 0
51954 로건 어떠냐 재밌냐? [3] Vvulfhedin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3 149 0
51953 조커vs캡틴마블 [1] Vvulfhedin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3 239 0
51952 올해의 영화 1. 조커 2. 기생충 보면 ㅇㅇ(182.224) 19.10.13 185 0
51951 조커가 딱 아싸감성 끝판왕 영화 아니냐 [4] Vvulfhedin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3 369 1
51950 담배 펴 본 적 없는데 영화 보고 담배 존나 꼴림 ㅇㅇ(121.167) 19.10.12 149 0
51949 조커 보고왓는데 샤워씬이 도대체 언제나옴?? [2] ㅇㅇ(211.178) 19.10.12 453 0
51948 조커 두번 봤는데 두번다 이상한 놈 있네 [1] ㅇㅇ(211.178) 19.10.12 241 1
51943 킬링조크랑 조커 중에 ㅇㅇ(211.195) 19.10.12 105 1
51940 조커 : 중화요리가 세계최고란 말이야!!!!! 청산리구라왕김좌지(223.39) 19.10.11 271 1
51939 조커 후기 스포잇음 [4] ㅇㅇ(106.102) 19.10.11 439 0
51937 닥터스트레인지 타임스톤 잘 아는사람 [1] 호빵맨(116.121) 19.10.11 130 1
51936 평론가가 직업이 아니라 정신병인 이유.jpg [2] 맞윾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1 290 2
51935 자레드 레토 많이 추해지네..news [5] ㅇㅇ(183.107) 19.10.11 535 0
51934 조커에서 제일 유치한게 지하철 장면 [2] ㅇㅇ(211.36) 19.10.11 367 1
51933 안돼 안돼! 가지 말아요!! [1] ㅇㅇ(223.62) 19.10.11 195 1
51932 내 8년된 절친에게 조커를 추천하였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1 340 6
51930 조커가 무서운 이유는 조커의 과거를 아무도 모른다는건데 ㅇㅇ(121.135) 19.10.11 199 0
51929 조커마지막에 카메라로 비치는 조커모습이존나무서움 ㅇㅈㄹ(49.171) 19.10.11 238 1
51928 곧 나올 베트맨이 이번 조커랑 내용 이어짐? ㅇㅇ(118.235) 19.10.11 95 0
51927 조커 왜 논란거리인지 모르겠다 ㅇㅇ(58.228) 19.10.11 142 4
51926 호아킨 연기 너무 잘하는거 같음 asdf(14.138) 19.10.11 128 2
51924 아니 ㅅㅂ조커가 뚱띠죽이고 [2] ㅇㄱㅁㅇ(211.36) 19.10.10 238 0
51923 디시충들 또 명작이라고 호들갑떠네ㅋㅋㅋ ㅇㅇ(123.111) 19.10.10 130 0
51922 이 장면 극장에선 삭제됨? 조커1회차(175.119) 19.10.10 215 0
51920 형냐들 조커 하나만 질문할게 [2] ㅇㅇ(58.127) 19.10.10 150 0
51919 조커 초반부엔 존나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윾동 특이점(219.255) 19.10.10 248 1
조커 후기 [7] ㅇㅇ(121.183) 19.10.10 430 3
51915 도리스탕스에 동참하라! ㅇㅇ(119.193) 19.10.10 551 0
51913 전형적 조커는 웃겨야하는데 이번 조커는 그냥 분노밖에 없었음 [5] ㅇㅇ(39.7) 19.10.10 285 0
51912 조커보러갔다가 눈총받음; [3] ㅇㅇ(211.36) 19.10.10 411 0
51911 히붕이가 길거리에서 틀면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가는 음악 ㅇㅇ(117.123) 19.10.10 99 0
51908 조커는 ㄹㅇ 찐따를 위한 영화임.txt [3] ㅇㅇ(175.210) 19.10.09 587 9
51907 와 조커 진짜 젤 잼당 [1] ㅇㅇ(121.131) 19.10.09 165 1
51904 조커원래저렇게늙음? [2] ㅇㅇ(117.111) 19.10.09 200 0
51901 조커 언제쯤 고화질 영상 풀리냐 [1] ㅇㅇ(182.230) 19.10.09 234 0
51900 조커는 싸이코가 나오는지루한 예술 영화가 아니다 1234(183.104) 19.10.09 146 1
51899 dc새끼들은 왜이리 멍청하냐? [1] ㅇㅇ(175.208) 19.10.09 261 2
51896 조커 포토티켓 (110.10) 19.10.08 190 2
51895 스시녀들의 조커 감상평.jpg [6] ㅇㅇ(14.34) 19.10.08 711 2
51894 파프롬홈 마지막에 찌질하게 뉴스 왜 내보낸거임? [1] ㅇㅇ(58.123) 19.10.08 175 0
51893 확실한건 타노스 같은 초딩 빌런이랑 비교해보면 조커가 (110.10) 19.10.08 250 0
51892 조커 극초반에는 불쌍하지 않냐? ㅇㅇ(175.223) 19.10.08 347 0
51891 니들 모솔아다라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라 ㅇㅇ(121.172) 19.10.08 106 0
51890 수입 제일 많이 기록한 히어로 무비가 뭐임?? [1] ㅇㅇ(223.62) 19.10.08 100 0
51889 애버랜드 할로윈 시즌이라 좀비분쟁해봣는데 조커처럼나옴 [1] ㅇㅇ(175.223) 19.10.08 186 0
51887 가위찔려죽은새끼 불쌍하지않냐 [5] ㅇㅇ(223.33) 19.10.08 260 0
51886 조커는 동양인 여자가 했으면 좋겠어. jpg [1] ㅇㅇ(182.226) 19.10.08 33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