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가 자극적이고 급한 마음에 후룩후룩 먹어가는 라면이라면

쟁선계는 담백한 소면같다.

연재분은 이 2개만 읽어서 둘을 자꾸 비교하게 되지만, 

나에겐 라면은 불기 쉬워서 한번에 들이켜야 하는 것이고, 소면은 언제고 맛이 크게 변하지 않으니 천천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금요일에 연재가 같이 뜰 때도, 어떤 것이 먼저 뜨는지 선후에 관계없이 항상 군림천하를 먼저 찾아본다.

떡밥이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거든ㅋㅋㅋ 그리고 첫장면, 마지막 장면을 확인한 후에 전체적인 내용을 머리로 그리면서 순식간에 읽어나간다. 책으로 볼 땐 문단 처음과 마지막을 보고 중간은 슬렁슬렁 읽어나가는 내 속독법인데, 사실 최근 군림 연재분은 별다른 내용이 없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쟁선계는 군림천하를 보고나서도 한참 후에야 물 좀 마신 후에 읽는다. 

가빠진 머리로 쟁선계를 읽는건 낭비다. 호흡좀 가듬고, 차분하게 읽으면 웬만하면 쟁선계의 작중 템포에 맞출 수가 있다. 

심심할 때 재독하는건 군림천하요, 정말 심심할 때 읽는건 쟁선계다. 

두 작품의 재미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라, 쟁선계를 읽을 땐 여유가 더 필요하다. 그래야 정경이 잘 그려지는 듯하다.

오늘은 2화가 연재되었는데, 첫장면은 마른 눈이 흩날리는 퍽퍽한 풍경이다. 

혼이 나가버린 듯한 젊은이 한 명을 제외하면 죄다 한에 굶주린 늙은이들. 

하지만 정작 다가가기 어려운 것은 그 젊은이 한 명. 

참 묘한 긴장관계 아니냐? 

수십년을 기다려온 검주지만, 지난 세월을 대가로 당당히 요구도 못하고 그저 충실히 명령을 들을 뿐이니. 

게다가 저 새파랗게 젊은 새끼는 왠지 수십명의 늙은이들보다 더 많은 한을 담고 있는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눈이 내리긴 하는데, 돼지고기 1마리의 온기로 눈을 녹이기엔 눈이 참 퍽퍽하다. 

크아 이런 날에야말로 유중악이 말한 것처럼 따뜻한 술을 마셔야 그나마 위로가 되는데. 

그러고보니 육식을 끊은 홍만이가 술은 마시려나.

1화에서 내용은 별다른게 없다. 

수십년 동안 음지에서 비각에게 칼을 갈아온 늙은이들을 소개해주고, 혈랑곡도 중에서 가장 강한 5명을 가리켜 오대낭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번 화에선 그 중 3명이 등장했고. 

그리고 지난 화로부터 이어진, 관부도 쓸어버릴 수 있다는 홍만이 발언의 파장에 대한 소회 정도?

석무경조차 하지 않았던, 칼 한자루로 관부조차 대적하겠다는 홍만이의 심경이나 계획이 어떨지 궁금하다.

2화에선 선전포고를 들은 옥천관의 모습. 

아이고 대한민국 군대에서 혹한기에 정녕 필요한 것은 무당내공과 동자신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 잘 치우는구만. 

무당장문인인 현학이, 그간 계산에만 빠른 영활한 늙은이일줄 알았는데, 도사로서, 장문인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주는 장면이 멋졌다. 

그래 무당장문인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소설에서 수백 수천명이 죽어자빠져도, 자신의 죽음 앞에 담담하게 책임을 다하고 사후를 정리하는 사람은 찾기 쉬운 것이 아니다. 

장문인으로선 정말 제격인 사람이었다라는 느낌이고, 무당오검을 필두로 수뇌부를 구성한 무당파는 괜찮은 문파였던 것 같다. 이제 폐관 끝내기 직전인 현유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을 하려나. 아니 등장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홍만이는 무릎꿇기를 거절한 무당장문인과 동창 좌첩형을 비롯한 수백명을 격살ㄷㄷ

녹림격살신에 이어 이번 옥천관 격살신도 생략되었는데, 잡스러운 싸움이긴 했지만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기도 하는 전투신을 생략한 이재일이 놀랍다. 전혀 무리없이 넘어갔고, 오히려 그래서 제갈휘의 등장 장면이 더 사는 것 같다. 

이제 정말 한권 남았는데, 건강에 별탈없이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인 건 아는데, 표지 이쁘게 디자인되서 양장본 나오면 무조건 전권소장할게요ㅠㅠ 양장본 구걸구걸ㅠㅠ